시니어시장 주도하는 중장년 여성의 3대 키워드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시니어시장 주도하는 중장년 여성의 3대 키워드

글 : 김웅철 / 경제채널 EBC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1-04-06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초고령사회 일본의 유통업계에서 요즘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시니어 시프트란, 소비 중심이 기존의 젊은 층에서 시니어 쪽으로 옮아가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일본 전체 소비 가운데 60대 이상 중장년층에 의한 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들의 소비 트렌드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름할 정도로 중요한 테마입니다.업계에서는 시니어 중에서도 특히 여성 시니어를 주목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성향이 남성보다 높기도 하지만 인구 측면에서도 평균수명이 긴 여성인구가 소비시장에 더 많이, 더 오래 머물러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기준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여성 87.45세, 남성 81.4세입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여성 86.3세. 남성 80.3세)때문에 일본 유통업계에서는 여성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소비자연구와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라이프 트렌드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한 리서치 업체가 내놓은 연구결과가 꽤 흥미롭습니다. 리포트 제목은 “상식이 바뀌다. 인생 100세 시대의 ‘신(新) 시니어 상(像)’”입니다. (주)리서치 앤 디벨로프먼트가 2019년 7월 발간한 이 보고서는 고령화시대 여성 시니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인식에 대한 변화를 3개의 키워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사방식부터 소개하면 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리서치 앤 디벨로프먼트'가 2012년부터 도입한 ‘커뮤니티 조사’라는 이 인터뷰 방식은 시니어들의 리얼한 모습, 속내를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매달 1~2회 정기적으로 65~74세의 시니어 여성 5명을 초대해 다과를 즐기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도록 합니다. 커뮤니티 면담은 한두 번에 끝내지 않고 동일 참가자들 모임을 지속적으로 진행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친숙하고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대화를 통해 참자들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이번에 소개된 '인생 100세 시대의 신(新) 시니어상(像)' 보고서의 바탕이 된 커뮤니티 면담은 2012년 12월부터 2019년 6월 13일까지 총 100회가 진행됐습니다. 이 리얼 토크에는 기업 마케팅 관계자들의 참관이 허용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총 610개사 978명이 커뮤니티 조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주)리서치 앤 디벨로프먼트는 100회에 걸친 커뮤니티 리얼 토크를 분석해 주목할 만한 3개의 키워드를 뽑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시니어가 아니다.'첫 번째 키워드는 자신을 시니어로 받아들이지 않은 ‘탈(脫) 시니어’ 트렌드입니다.참가자들은 시니어라는 용어를 주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80대 고령자나 부모 세대를 가리켜 지칭했고, '시니어 분들은~'이라는 경어 표현을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조사보고서는 이를 두고 요즘의 여성 장년층이 스스로를 시니어라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신 시니어 여성들은 초콜릿 등 디저트 음식, 화장품 등 핫한 유행을 적극 쫓고 있고,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5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니어 여성들을 공략한다면서 '시니어를 위한 ○○○', '시니어용 ○○○'이라는 용어를 쓰는 서비스나 상품이 정작 이들로부터 외면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건강함이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시니어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습니다.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건강함에 대한 인식과는 그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고 리포트는 강조합니다."지난해 할 수 있었던 것이 요즘에는 잘 안 된다", "해가 갈수록 몸이 둔감해진다", '의사에게 상담해보아도 딱히 문제 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참가자들의 이 같은 대화를 통해, 요즘 시니어 여성들이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대항하기보다 타협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현상유지'가 곧 '건강함'이라는 생각이 요즘 시니어들의 건강론이라는 해석입니다. 요즘 시니어에게는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활기차고 밝게 생활할 수 있는가가 건강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인데 '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가 키워드로 꼽혔습니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침과 저녁 식사 때만', '이웃과는 굳이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등의 대화에서 도심형 시니어 여성들이 추구하는 거리 두기형 인간관계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고 이 리포트는 분석합니다. 야박하지 않은, 하지만 너무 끈끈하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신 시니어 여성의 인간 관계론이라는 것입니다.

손자와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습니다. '손자가 제일'이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예쁜 손자도 3일 지나면 피곤', '손자와 놀아주는 교제비가 만만치 않다'는 등 과거에 비해 드라이한 손자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요 경제지 닛케이는 얼마 전 과거 30년(90년 초반 이후~ 현재) 동안의 시니어 비즈니스를 회고하면서 '시행착오의 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인 시니어에 대한 이해가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공급자 위주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지적이었습니다.그러면서 시니어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취급해서는 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경험을 우대하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해야 시니어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시니어마케팅 전문가 무라타 히로유키 씨는 자신의 저서 '그레이마켓이 온다'에서 시니어시장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시니어시장은 다양한 마이크로 시장의 집합체이다. 이 시장에 매스(mass) 마케팅은 효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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