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마케팅연구소장 "창업은 자신의 업을 발견하는 작업"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용태 마케팅연구소장 "창업은 자신의 업을 발견하는 작업"

글 : 이필재 / 인물 스토리텔러 2021-02-08

"베이비붐 세대는 100~120세를 자기 수명의 디폴트값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 60세라면 비로소 인생의 반환점을 돈 셈이죠."


김용태(63) 김용태마케팅연구소장은 "올해 만 101세지만 강연과 집필 활동을 활발히 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보면서 적어도 100세 시대를 전제로 후반전인 인생 2막을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뭘 배우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든 앞으로 50년 안팎 더 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2막엔 하고 싶은 거,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산업화 시대 교육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성공과 소유가 인생의 목표였는데 이제 이 무거운 짐을 내려놔야 합니다. 2막에 행복해야 한다는 다짐도 일종의 강박관념이에요. 한 끼 밥을 맛있게 먹고 감사할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김 소장은 서울대 국문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했다. 오리콤, 누리기획 등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4년 마흔여섯에 1인 기업 김용태마케팅연구소를 차렸다.


1990년대 들어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물건 잘 만들어 광고 잘한다고 팔리는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도 생겨났다. 그는 18년째 이런 변화의 실체를 탐색하는 한편 그 잠정적 성과를 매주 이메일로 발송한다. ‘김용태의 변화편지’이다. 1000명 가까이 받아본다. 중간에 광고회사 시아콤, 심리적성검사를 하는 교육 기업 에듀파인더를 창업했지만 폐업했다. 결국 채무를 탕감받느라 개인 파산 제도를 활용했다.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창업이 꿈


김 소장은 몇 년 전부터 새 사업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는 콘텐츠 플랫폼, 광고 플랫폼 사업이다.

"젊을 때부터 창업가로 성공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성공 못 했습니다. 100세 시대니 앞으로 시니어들의 창업 성공 사례들도 나올 거예요. 다시 창업을 하면 젊은 세대와 자주 만나 소통할 기회도 생기겠죠."


1년여 전엔 "'일'이 아닌 '업'을 찾아가는 홀로서기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뜻밖의 창업>도 냈다. 그가 낸 여덟 권의 저서 중 하나다.

"안정된 수입, 사회적 인정과 출세 욕구가 바탕에 깔린 일은 말하자면 자기 업이 아닙니다. 이런 일에 매몰돼 있다 40~50대에 퇴직하면 남은 삶을 무기력하게 살게 되죠."


-1인 기업도 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업을 하는 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요?

"업을 하는 사람은 직장을 다녀도 'I am a business', 'I am a brand' 의식으로 일을 해요. 직장인이지만 월급쟁이가 아니라 창업가처럼 일하죠. 이럴 때 조직생활도 자신의 업을 세우는 창업이 됩니다. 창업은 회사나 점포를 차린다기보다 자신의 업을 발견하는 작업이에요. 인생 2막엔 봉사를 업으로 삼을 수도 있어요. 1인 기업을 하더라도 업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생활 소품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의 말대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적 정체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장난감, 화장품 분야엔 자기 브랜드로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있습니다. 'I am a brand' 시대가 된 거죠. 인터넷·스마트폰 덕에 유튜브 1인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I am a medium' 시대도 이미 열렸습니다."


-자신의 업은 여태 종사한 직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자신의 업이라면 진정성이랄까 간절함 같은 게 있어야죠. 이미 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특정 직업을 갖겠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넌센스예요."

그는 자신의 저서 <마케팅 컨버전스>에서 융합을 강조했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토종 아이리버보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졌지만, 아이튠스라는 뮤직스토어와 융합해 시장을 석권했다. 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었지만, 융합 마케팅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결국 애플컴퓨터라는 사명에서 컴퓨터를 떼어내고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했다. 업의 정체성을 바꾼 것이다.


-지금 트렌드 중에서는 무엇에 주목하나요?

"단연 인공지능,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제품에 지능(IOT)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블록체인도 집단지성의 개가죠."

그는 1월 5일 발송한 '김용태의 변화편지'(인공지능시대의 준비물)에 이렇게 썼다.

"학교, 직장, 아파트, 화폐, 국가 등 모든 영역의 울타리들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판이 짜질 겁니다. 그렇게 단언하는 근거는 변화는 우리보다 자원이 훨씬 많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변화와 싸우려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돌도끼로는 총과 맞설 수 없으니까요. 딥 러닝의 대가 요수아 벤지오 교수가 공감되는 얘기를 했네요.


'아이들을 한 가지 업무에만 익숙한 좁은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어떤 업무라도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범위한 분야의 보편적인 능력과 과학·인문학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갖추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는 인공지능·로봇의 발달로 노동의 종말이 오면 제품의 가격이 0에 수렴하게 될 거로 전망한다. 그때가 되면 직업이 없고 구매력이 줄어들어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의 업인 마케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어떻게 정의하나요?

"물건을 파는 건 세일즈고 마케팅은 비즈니스 모델링 같은 겁니다. 파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죠."




퍼스트무버 되려면 인문에 강해야


-학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인문적 소양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요? 

"우리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서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인문에 강해야 합니다. 변화도 결국 사람의 일이고 사회적 의미가 있죠. 인문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인문학 열풍이 분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요. 사회 구성원들이 잘 살고 잘 놀아야 해요. 엉뚱한 시도를 장려하고 실패의 경험을 권할 때 인문에 강한 나라가 됩니다."


그는 올해 중 코로나 시대의 의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탐색하는 저서를 낸다. 


-코로나 시대의 의미랄까 감춰진 이면 구조가 뭐라고 보나요?

"비대면은 표피적 현상이고 본질은 불평등, 불균형이 특징인 비대칭입니다. 야생의 영역이 줄어들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것도 비대칭으로 볼 수 있죠. 역사적으로 비대칭이 극심해지면 전쟁, 전염병 창궐, 혁명 등이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지구적 비대칭을 파국의 임계점에 이르기 전 인류가 해소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험을 했나요?

"세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놀러 다니지 못했고, 스킨십이랄까 교감도 충분히 못 했습니다. 또 자식들에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습니다. 코로나 덕에 다들 집에 있으면서 갈등도 겪었지만 이런 생각의 차이를 실감했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자식들에게 이야기할 땐 가급적 15초 이내에 마치고 주로 경청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원로는 거의 '멸종'했고, 시니어들이 대접 못 받는 시대입니다.

"어디 가든 대접받겠다, 존경받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어야 합니다. 머릿속 생각도 나의 소유물이 되면 안 됩니다. 고정관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소유보다 관계 지향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버킷 리스트가 뭔가요?

"창업에 성공하면 연중 석 달은 지중해변 같은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낚시 같은 안 해 본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보는 거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겠죠."


-아직 이르지만, 묘비명에 대해 생각해 봤나요?

"지금까지는 못 그랬지만, '즐겁게 잘 놀다 간다'라고 쓸 수 있다면 좋겠군요."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