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아빠가 말하는 나중이 언제 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도대체 아빠가 말하는 나중이 언제 와?"

글 : 김병수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前 서울아산병원 교수 2020-12-02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시간에 대한 인식도 시간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행동을 바꾼다. 우울증 환자는 과거의 후회에 집착한다. 불안증 환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불길한 징조 때문에 공포에 시달린다. 이런 관점을 두고 각각 과거 부정적 시간관, 미래 부정적 시간관을 갖고 있다, 라고 한다. 


비단 심리적 문제를 가진 환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추억에 자주 젖는다. "그때가 좋았지... 그때 참 행복했는데..."하면서 말이다. 절약과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는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이들은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열망은 공부나 직업,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인내력도 강하며, 스트레스에도 더 강하다. 돈도 더 많이 모은다.




대체로 사람들은 미래, 현재, 혹은 과거 중에 특정한 하나의 시간관에 편향된다. 어떤 사람이 상담하면서 자신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나중에…. 나중에 하자."라고 했다. 아내가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해도 "나중에" 아이가 같이 놀자 해도 "나중에" 라고 한다고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지금 현재에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노후와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 한시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를 즐길 시간에 가족의 미래를 위해 한 푼이라도 아끼고 돈을 더 버는 것이 알차다고 했다.


"저라고 왜 여유롭게 즐기고 싶지 않겠어요.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아이들 교육 하고 나면 뭐가 남을까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사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해요."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미래 지향적인 시간관이 우세하다, 라고 한다.


미래 지향적인 시간관을 갖고 살면 현재 삶이 주는 위안이나 일시적인 쾌락, 즐기고 싶은 유혹을 멀리하게 된다.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을 미뤄두면 미래에 더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마음속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것이다. 매 순간 미래에 치러야 할 대가와 현재의 만족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것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지금 참고 고생하면, 미래에 고생하지 않게 된다"는 믿음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미래 지향적 시간관에 맞춰진 삶의 태도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은 시간에 철저하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분 단위로 쪼개 쓴 시간, 허투루 쓰지 않고 남겨진 시간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더 많은 일을 하는 데 써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정작 가족을 위해 내어 줄 시간에도 일을 해버리니 추억을 쌓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자녀가 "도대체, 아빠가 말하는 나중이 언제 와?" 라고 하고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아빠가 말하는 나중은 영원히 안 오는 날이야" 라고 했다고 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간관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있으면 안 된다. 미래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현재 지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을 느끼고, 현재의 경험에 충실하기 위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행복의 변하지 않는 속성 중에 하나는 바로, "현재에 집중하기"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현재의 감각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감각을 풍부하게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게 된다. 미래 지향적 시간관이 우세한 사람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매순간 쫓기듯 산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버린다. 이렇게 해서는 살아 있다는 느낌, 그래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시간관을 점검해 보라.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보라. 과거 부정적인 시간관에 치우쳐서 "아, 그때 다른 선택을 해야 했었는데..."하며 후회에 빠지고 우울해지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라.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미래 지향적인 시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을 걸을 때도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을 음미해야 한다. 돈 걱정, 가족 걱정에 빠져서 지금 눈앞에 무엇이 펼쳐지는지도 모른 채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햇빛을 즐겨야 한다.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고, 조금 더 느끼고 즐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다."라고 웅변한다면, 지금 당장 가족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어야 한다. 가족에게 자기 시간을 나눠 주지 않고 있다면 진정으로 가족을 위한다고 할 수 없다. 진심은 말이 아니라 자신이 나눠준 시간이 증명해 주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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