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효과 극대화를 위한 2가지 조건
글 :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0-11-02
종이를 50번 접으면 높이가 얼마나 될까? 5초만 생각해보자. 대략 지구에서 태양까지 가는 높이가 된다. 종이 두께를 0.1mm라 하면 종이를 50번 접는 것은 250(2의 50승)에 해당하므로 둘을 곱하면 1억 1천만㎞ 된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1억 5천만㎞이니 종이 사이의 공간을 감안하면 대략 종이 50번 접은 높이가 될 것이다. '승'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승(乘·제곱)은 수레를 뜻하는 데 올라탄다는 의미가 있다. 2에 n을 곱하면 2×n이 되는데 2의 n 승(=2n을 하면 2를 n번 곱한다. 예를 들어, 2에 10을 곱하면 20이 되지만 2를 10번 곱하면 1024가 된다. 전자는 복사지 20장 높이, 후자는 복사지 두 묶음(1000장) 높이가 된다. 2에 20을 곱하면 40장이 되지만 2의 20승을 하면 복사지 2097 묶음(105만장)이 된다. 전자는 선형으로 증가하지만 후자는 비선형으로 증가한다.
승은 그 원리가 복리와 같다. 복리(複利)는 이자가 이자를 낳아서 돈을 버는 것을 말한다. 100만원을 10% 수익률로 투자하면 1년 지나면 원금 100만원에 수익 10만원을 합해 110만원이 된다. 110만원을 10퍼센트로 다시 투자하면 그다음 해는 원금 110만원에 수익 11만원이 더해져 121만원이 된다. 이를 반복하여 20년을 투자하면 100만원에 (1+0.1)의 20승(=〖(1.1)〗^20)을 곱해 672만원이 된다. 672만원을 분해하면 원금 100만원, 10만원씩 20년 받는 이자 200만원, 이자에서 나온 이자 372만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자의 이자가 이자보다 더 많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게 복리의 원리다.
투자금이 승과 복리로 증가한다고 해서 투자만 하면 돈이 세포 분열하듯 불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승의 원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승의 원리를 제대로 활용하여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
첫째,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원금이 두 배 되려면 수익률이 6%일 때는 12년 걸리고 4%일 때는 18년 걸린다. 6년 더 걸린다. 하지만 수익률이 2%이면 36년이 소요되고, 1%이면 70년 걸려 4%일 때 비해 무려 52년이 더 걸린다. 금리가 0.1%면 700년 소요된다. 무조건 오래 둔다고 복리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하는 데 대략 4% 이상으로 보면 된다. 이 수익률을 얻으려면 지금과 같은 제로금리 시대에는 투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와야 하는 이유다.
둘째, 수익률이 높더라도 투자 기간이 짧으면 효과가 작다. 수익률이 10%라고 하면 1억원을 10년 투자하면 2억 6천만원이 된다. 20년 투자하면 6억 7천만원으로 껑충 뛰며 여기에 10년을 더해 30년 투자하면 무려 17억원이 된다. 이자가 이자를 낳으려면 이자가 재투자 되어 자산이 증식될 시간이 필요하다. 복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이자의 이자가 쌓이는 초기의 시간을 잘 견뎌야 한다. 적어도 20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시장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 원리에 맞게 자산관리를 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투자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차입까지 해서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최근의 투자 행태는 좋지 않다. 단기적으로 높은 손실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장기로 투자해서 복리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연금은 원리금 보장상품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360조원 중 투자상품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제로금리인 상황에서 아무리 오래 둬도 복리로 자산이 증식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를 하면서 연금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투자의 원리와 거꾸로 가고 있다.
'승과 복리'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장수(長壽)가 시간을 선물해주면서 '승과 복리'를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다. 올바른 투자로 노후를 준비할 때다.
출처: 중앙일보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투자와연금센터(구 은퇴연구소)의 대표를 맡았다. 인구구조와 자산운용 전문가로 주요 저서로는 『데모테크가 온다』, 『벌거벗을 용기』, 『1인 1기』,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가 있으며 역서로는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