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혼자 생활할 때에는 먹지 말라는 구기자
글 : 이원종 /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2020-10-12
인삼, 하수오와 함께 3대 명약으로 여겨지는 구기자는 단맛과 구수한 맛 등 온화한 맛을 내며, 독성이 없어 약방의 감초처럼 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구기자잎은 구기엽, 어린잎은 청정초라고 한다. 어린잎을 따서 차로 끓여 마시고, 뿌리도 지골피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 구기자는 7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열매는 8·9월에 붉게 익으며, 11월 말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시로 수확할 수 있다.

구기자 열매는 길이는 10㎜, 지름은 5㎜정도이며, 건조시켰을 때에 겉이 쭈글쭈글하고, 속에는 아주 작은 씨가 여러 개 들어 있어 빼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구기자는 붉은 색을 띠는 약재로 오미자, 산수유와 간혹 혼동되기도 한다. 오미자는 구기자에 비해 맑은 붉은색을 나타내며 구기자의 모양은 타원형이며, 오미자는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산수유는 구기자와 모양은 비슷하나 속에 커다란 씨가 하나 들어 있어 씨를 빼고 먹는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나무 중 하나가 구기자나무였다. 한때 구기자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여 너도나도 구기자나무를 심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옛 주인도 그 당시 유행하던 구기자나무를 몇 그루 심은 듯하다. 그러나 너도나도 구기자나무를 심다 보니 과잉생산이 되어 구기자에 관한 관심은 일반인들에게 멀어져 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울타리에 심어 놓은 구기자나무들도 그동안 천대를 받아오다가 옆집에서 울타리를 새로 쌓으면서 대부분 잘려 나가버렸고 그중 한 그루만이 구석에 외롭게 서 있다. 나는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오래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학기 중에는 구기자나무를 쳐다볼 시간마저 없어 매년 수확기를 놓치고,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시간이 날 때에 울타리를 둘러보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구기자 열매를 발견하곤 한다.
구기자는 맛이 달며 성질은 차고, 간과 신장에 작용하여 시력을 개선하고, 몸이 허약하여 생기는 병을 다스리며,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한다. 구기자는 베타인, 콜린, 루틴, 지아잔틴 등 다양한 기능성성분과 비타민 A, B1, B2, C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항산화효과, 항균 및 항암효과, 면역증진효과, 간기능개선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기자는 옛날 진시황이 불로초로 여기고 구한 것이 구기자라는 설이 있다. 옛날 대대로 장수하는 가문이 있어 알아보니 그 집안의 우물 속에 구기자의 뿌리가 우물 속까지 뻗어있었고 그 우물물을 마신 덕분에 장수했다는 전설까지 있다. 한편 구기자는 남자들의 양기에 좋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객지에서 혼자 생활할 때에는 구기자를 먹지 말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구기자를 먹으면 백 세가 넘도록 장수하며, 흰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돋아나며, 성생활이 왕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구기자는 독성이 없고, 근골을 튼튼히 하며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으며 가슴의 염증과 갈증을 수반하는 당뇨병이나 신경이 마비되는 질병에 좋고, 폐와 신장의 기능을 촉진시키며, 시력이 좋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구기자에는 지방간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 '베타인'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베타인은 구기자 열매뿐만 아니라, 구기자잎과 뿌리에도 들어 있다. 또 구기자는 피로회복과 노화 방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구기자는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피곤해하는 직장인들이 꾸준히 차로 다려 마시면 좋다. 또한, 구기자에는 항암 및 항산화 효과가 있는 작용이 있는 탄닌산이 들어 있다. 그러나 구기자도 어느 약재나 마찬가지로 만병통치약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급하게 효능을 기대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그 맛을 즐기다 보면 서서히 효능을 볼 수 있다.
구기자는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신선한 구기자를 냉수에 얼른 씻어 건져내 물기를 제거한 다음 병에 구기자를 넣고 과실주용 소주를 붓고 밀봉하여 약 2개월 동안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서 숙성시키면 구기자술이 된다. 또 구기자는 그늘에서 건조시켜 두었다가 물에 끓여 구기자차로 마신다. 구기자는 맛과 향이 약하므로 구기자만 끓여 마시는 것보다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와 함께 섞어 끓여 먹으면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학교에서 식품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린 현대인을 구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농사짓는 교수’로도 유명하며 강릉 교외의 농가주택에서 22년 동안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토종닭을 기르며 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위기의 식탁을 구하는 거친 음식', '가난한 밥상', '건강하게 오래 사는 조화로운 밥상'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