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초등학교' 인기몰이 평생학습과 시니어 창업 모델로 주목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또 한 번의 초등학교' 인기몰이 평생학습과 시니어 창업 모델로 주목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0-05-29

2년 전 여름, 일본의 한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폐교를 되살려 열린 학교이기도 했고, 또 졸업생 대부분이 머리 희끗한 시니어들이었기 때문이다. '열중소학교(熱中小學校)'. 우리말로는 '열심초등학교', 어른들의 초등학교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이날은 열중소학교의 첫 졸업식이었다. 반년 주기의 6기 교과과정(3년)을 수료한 30명은 입학 당시 손수 만들었던 목제 의자에 앉아 상기된 얼굴로 교장선생님의 축사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3년의 시간을 회고하는 슬라이드 영상이 돌아가고, 한명 한명 졸업증서가 수여되자 시니어 학생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손을 높이 들어 V자를 그리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졸업생들의 다양한 소감을 전했다.


"어떤 과목의 수업이든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지금까지 몰랐던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다른 업종과의 교류회 같은 색다른 분위기와 활기를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학교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폐교 위에 세워진 어른들의 학교 


일본 북동부 야마가타현(山形縣)의 다카하타마치(高畠町), 인구 2만 명이 조금 넘는 이 작은 시골에서 2015년 평생학습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당시 폐교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지역의 한 기업(ND소프트웨어) 대표와 퇴직자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관심이 있었던 전 대기업(일본IBM) 임원이 의기투합해 이루어진 일이다.


ND소프트웨어 대표는 건물 개·보수를 책임지고, 전 일본IBM 임원은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진 모집을 맡았다. 발이 넓은 전 일본IBM 임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거의 무보수로 모았고, 건물 보수의 일부 비용은 지방창생(地方創生, 일본 정부가 지역의 창조적 혁신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기금으로 충당했다. 이후 열중소학교는 매스컴의 소개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입지를 굳혀갔다.




개교 당시 학생 30명이었던 열중소학교는 현재 일본 전국에 15개의 분교를 두고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 25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1000명을 넘어섰다. 열중초교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52세. 지역에 따라 10세에서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은 주로 지역의 주부와 퇴직한 남성들이고, 외지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또 '열중 프리패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학생들이 전국의 어느 분교에서도 청강이 가능하다.


열중소학교의 수업은 매주 토요일 열리고, 1교시 70분씩 2교시나 3교시로 구성된다. 과목은 현재 초등학교의 것과 비슷한데 국어, 영어, 산수, 이과, 사회, 도덕, 생활, 가정, 음악, 체육, 미술 등이다. 또 급식, 축제, 운동회, 수학여행도 빠지지 않는다.


열중소학교의 핵심 경쟁력은 우수한 교사진에 있다. 국어의 경우 출판사나 언론사 대표가, 영어는 동시 통역가나 영어학습 교재 편집자가, 이과 과목은 드론 파일럿이나 도쿄대학의 첨단기술연구센터 교수가 담당한다. 사회는 후지제록스㈜ 고문이, 도덕은 유명 사찰의 스님이 참여하는 식이다. 유명 기업 경영자, 교수, 변호사, 음악가, 요리가, 소뮬리에, 디자이너, 피아니스트, 지휘자, 변호사, e스포츠 프로듀서, 게임감독, 등산가, 2020 도쿄올림픽대회 조직위원 등 250명의 최고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며 얘기를 나눈다.


통상의 수업은 강의형으로 이뤄지지만 와인 생산 농업 체험, 3D프린팅하기 등과 같은 체험형 수업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스타트업, IT 정보, 관광 개발 등 창업 희망자를 위한 수업도 개설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곳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서 배운 스킬과 교사, 동문들의 도움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화려한 강사진과 본격적인 프로젝트형 수업이 많이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는 한 학기당 1만~2만 엔 정도다. 60세 미만은 1만 엔, 그 이상은 2만 엔을 낸다. 교사에게는 교통비와 숙박비만 지급된다. 기본적으로 교사들은 급식이 제공되지 않아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사실상 자원봉사를 하는 셈이다.




열중소학교 관계자는 "여기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 계급장을 떼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열중소학교 학생들은 각계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실습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나아가 사회 참여와 창업 등으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효과보다는 외부 전문가, 학생들과의 교류, 즉 '관계(関係) 인구'의 증가로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된다는 평가다.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새로운 도전


벌써 개교 5년을 맞은 열중소학교는 두 가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재정적 독립'과 '해외 진출'이 그것이다. 그동안의 지자체나 지역 기업, 독지가의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학교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왔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열중통판(通信販賣)'이라는 학교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열중통판은 지역 기업들과 손잡고 지역 특산품을 판매한다. 쇼핑몰에는 학교 동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판매 대상은 일반인이지만 동문들의 '팬덤 소비'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첫 해외 분교가 문을 열었다. 시애틀 열중소학교는 현지 일본인 시니어들의 커뮤니티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의 배움의 장소, 기업가 육성의 현장, 폐교 리모델링의 모델, 지방창생의 성공 사례와 같이 열중소학교가 또 어떤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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