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테크는 때를 아는 것
글 :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0-01-28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직장 끝나면 모여서 부동산 등 재테크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주식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일과를 마치고 부동산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여유 시간에 생각 없이 지내는 것보다 낫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 됩니다. 자신의 때에 맞게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재테크의 기초입니다. 이 기초가 흔들리면 다른 재테크를 아무리 잘해도 튼튼한 건물이 지어지지 않습니다.
성경의 전도서에는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다’고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있고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으며 돈을 모아야 할 때가 있고 돈을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녀를 품에서 키워야 할 때가 있고 품에서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를 잘 못 맞추면 많은 일들이 어렵게 됩니다. 10대에 공부를 해야 할 때 돈을 벌려 하고 40대 돈을 벌어야 할 때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삶이 원활치 않게 됩니다. 자녀를 품에서 떠나 보내야 할 때 떠나 보내지 못하면 일본에서처럼 자녀가 40대가 되어도 부모와 같이 살면서 연금을 나눠 쓸 수 있습니다.
연령에 맞추어 찾아 오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할 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공부의 신’을 출연시켜 자산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았습니다. 진행자가 재테크에 대해 물어 보니 공부의 신은 ‘최고의 재테크는 공부’라고 답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고등학교를 찾아가서 ‘여러분 주위에 안경 끼고 매력 없는 모범생들이 있을 텐데 사회에 나가면 이들이 여러분 위에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겁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20대 때 최고의 재테크는 ‘나’라는 인적자본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학 들어가면 공부는 대략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잘 못된 생각입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며 그뿐 아니라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친구 관계를 만들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함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때는 돈을 모으는 것보다 여행을 하고 친구를 사귀는 데 쓰는 게 낫습니다.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거죠. 이 시절의 친구는 이해관계를 떠나서 의기투합 하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 만들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것은 소비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투자입니다. 필요하면 돈을 빌려서라도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 때입니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중,고 과외를 시킬 돈으로 포크레인을 사서 임대해서 돈을 벌게 해주는 게 낫지 않나? 혹은 그 돈으로 좋은 주식을 사주는 게 낫지 않나?’라고 물어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윳돈이 있으면 자녀에게 좋은 주식을 사주는 게 훌륭한 전략이지만 교육에 투자할 돈으로 좋은 주식을 사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어떤 능력을 꽃피울지 모를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은 재테크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적자본을 키울 때를 영원히 놓쳐 버립니다.
그러면 30대는 어떨까요?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야 합니다. 결혼, 자녀, 주택 등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표현이 삭막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게 이 시기의 좋은 재테크 중 하나입니다. 이는 마치 두 회사가 합병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큰 회사와 합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서로에게 맞는 회사여야 합니다. 물론 적합한 회사가 없으면 합병하지 않는 게 맞는 전략이겠죠.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결혼(혹은 동거, 연애)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하니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기초를 확실히 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위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요즘 30대 직장인이 퇴근하고 삼삼오오 부동산 투자를 공부한다고 하는데,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이 시기에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기초를 단단히 하지 못하면 인생의 정점 시기인 40, 50대가 불안정하게 됩니다. 불안정한 40, 50대는 노후의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아마 30대는 이 말을 들으면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워라밸’을 추구해야 한다고 할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과 삶의 배분이 얼마가 되어야 균형(밸런스)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됩니다. 30대에 5년 정도는 자신의 일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는 여러 연금을 잘 갖추어서 재테크의 기반을 다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40대는 소득이 많아지고 일찍부터 준비한 연금 등의 자산도 많아집니다. 비로소 자산관리를 잘 해야 하는 때입니다. 얼마를 저축할지 결정해야 하고 축적된 자산을 수익성 있게 관리해야 합니다. 50, 60대로 가면서 자신의 소득보다 축적된 자산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이제 축적된 자산에서 돈을 매번 인출해서 써야 합니다.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찍 바닥나 버릴 수 있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축적한 자산을 곳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곳간은 그냥 꺼내 쓰는 곳이어서 세월이 흐르면 결국 바닥나게 됩니다. 우물처럼 물이 솟아 나와 물을 퍼 내도 채워져야 합니다. 자산관리를 곳간이 아닌 우물로 해야 합니다. 현명한 자산관리가 필요할 때입니다.
20, 30대는 바둑으로 치면 포석을 놓는 시기입니다. 이때 포석을 잘 두면 이후의 바둑 게임이 쉬워집니다. 혹 어려움이 와도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40, 50대에 들어서면 저축과 지출의 결정을 잘 해야 하고 축적된 자산을 증식해야 합니다. 60대 이후에는 축적된 자산을 곳간이 아닌 우물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20, 30대 할 일이 있고 40, 50대 할 일이, 그리고 60대 이후에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시기에 맞게 해야 할 것을 잘 알고 실천에 옮기는 게 재테크의 기초입니다.
출처: 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투자와연금센터(구 은퇴연구소)의 대표를 맡았다. 인구구조와 자산운용 전문가로 주요 저서로는 『데모테크가 온다』, 『벌거벗을 용기』, 『1인 1기』,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가 있으며 역서로는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