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당신에게도 돌리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까?

글 : 김봉석 / 작가 2019-10-02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연 실행에 옮길까? 인생 전체를 바꾸지는 않아도, 어떤 사건이나 결정 하나 정도는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새로운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고 싶다는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시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출처 : 네이버 영화


지난 4월 개봉했던 <어벤저스:엔드게임>은 타노스에게 패배하여 우주의 절반의 생명체가 사라진 후, 5년이 지나간 시점에서 시작한다. 절망에 빠져 있던 어벤저스에게 희망을 준 것은 시간 여행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후 사라진 이들을 되살리자는 계획.


어릴 때 보았던 소설 H.G.웰즈의 <타임머신>이나 80년대 블록버스터영화 <빽 투 더 퓨쳐>에서 시간 여행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되었다. 과거나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술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과거로 갔을 때는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달라져도 미래의 커다란 변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빽 투 더 퓨처>에서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은 부모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자 지니고 있던 가족사진에서 그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정말로 그의 부모들이 타인으로 살게 된다면, 지금의 나는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이런 상상에는 문제가 있다. 시간 여행이 정말로 가능해진다면, 사람들이 과거로 갈 때마다 현재가 바뀌는 것일까? 그렇다면 모든 것이 뒤엉켜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복잡한 시간 여행의 문제를 다시 설명하는 이론이 평행 우주다. 양자역학에서 출발하는 평행우주 개념은 시간 여행과 약간 다르다. 최신 물리학에서 보는 시간은 일직선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편재되어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도서관처럼 생긴 공간에서 그는 과거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개입할 수도 있다. 그것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유추한 장면이다.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면 과거나 미래로 갈 수도 있다고, 현재의 과학 이론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과거와 미래는 계속 변화하는 것일까? 그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진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내가 A와 B에서 A를 선택한 것이 현재의 나라면, 다른 우주에서는 B를 택한 나의 또 다른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다. 즉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엔드게임>으로 돌아간다면, 타노스에게 우주의 절반이 사라진 현재가 있다. 어벤저스는 과거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고 그들을 되살린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캡틴 아메리카는 과거에서 회수한 인피니티 스톤을 되돌릴 임무를 자원한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로 가서 연인 페기 카터를 만나고, 그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또 다른 인생을 살아온 캡틴 아메리카는 노인이 되어 팔콘을 만난다. 빙하에 잠겨 있다가 수십 년 만에 깨어난 후, 아이언맨과 헐크를 만나 함께 싸웠던 캡틴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사는 우주에 존재하지 않아도, 다른 우주에는 존재한다. 작년 12월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는 평행우주에서 온 스파이더맨, 스파이더우먼, 스파이더피그 등이 모여 악당인 킹핀과 싸우는 이야기다. 이 우주에서는 피터 파커가 죽은 후 흑인 소년 마일즈 모랄레스가 뒤를 이어 스파이더맨이 된다.


코믹스의 세계에서는 평행우주가 익숙한 설정이었다.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인기가 하락하면 죽이거나 설정을 바꾸면서 재창조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졌다. 새로운 설정의 캐릭터는 또 다른 우주에서 활약하는 슈퍼히어로가 된다. 이처럼 마블과 DC는 일찌감치 평행우주 설정을 애용하고 있었다. 마블의 11년간을 집대성하는 <어벤저스:엔드 게임>을 통해서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평행우주 설정이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되었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드라마가 계속 등장하면 평행우주에 대해서도 더욱 익숙해질 것이다.


영화와 소설 등의 픽션에서 가상의 역사를 다루는 것도 일종의 시간 여행이자 평행우주라고 할 수 있다. SF에는 역사적 인물이 다른 선택을 했거나 생사가 바뀌거나 하여 변해버린 세계를 그리는 ‘대체역사물’이 하위 장르로 있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한 후의 세계를 그린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가 대표적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렇다면 지난달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도 대체 역사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69년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로만 폴란스키와 샤론 테이트, 스티브 맥퀸 등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찰슨 맨슨 일당이 로만 폴란스키의 저택에 침입하여 샤론 테이트 등을 죽인 사건을 재현한다. 다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타란티노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히틀러를 죽이는 결말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건 딱히 대체역사라고 할 수 없다. 타란티노는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온갖 장면들을 리얼리티로서 재현하기를 원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질문에는 답할 생각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원한다. 그렇기에 호응하기도 쉽다. 히틀러는 자신의 벙커에서 권총 자살을 했지만, 그가 저지른 엄청난 죄를 생각하면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원스 어펀 어 타임 인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막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고, 거장으로 인정받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며 임신 중인 샤론 테이트가 그렇게 잔인한 죽음을 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 끔찍한 짓을 한 놈들은 대체 누구이고, 그들은 과연 응분의 대가를 치렀을까. 타란티노는 그들이 엉뚱한 집에 들어가 고통받으며 죽기를 원했고, 그 상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공감했다.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픽션에서라도 원하는 일이었으니까.


평행우주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는 경험할 수 없고, 실체로 파악할 수도 없지만 어딘가에 정의와 진실이 존재하는 세상이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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