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시대의 부동산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인구감소 시대의 부동산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19-04-19

지난 2~3년 동안 서울, 인천, 성남, 부천, 일산 등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올라 많은 국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아파트를 2~5채씩 소유한 부동산 부자들은 쾌재를 부르겠지만, 전세 혹은 월세 사는 서민들과 중산층은 생활비 급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시중에 돈이 워낙 많이 풀려 있는 탓인지, 수도권 집값은 별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집값 동향은 은퇴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고령자들이 이용하는 주택연금의 경우 연금수령액이 주택가격(감정원 평가액)에 연동되어 있다. 주택연금 계약서를 쓸 때에, 집값이 비싸면 연금액이 높아지고, 집값이 떨어지면 연금액이 낮아진다. 그러나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집을 사주거나 전세자금을 내줄 경우, 부담액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노후설계가 큰 위기에 직면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은 가진 재산이 평균 4억 원(부동산 및 금융자산 포함) 전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수도권의 고령층도 재산이 6억~8억 넘기가 힘들다.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비싼 시기엔 자녀에게 전세금의 일부 정도 지원하는 데에 그쳐야지, 만약 수억 짜리 집을 덜컹 사준다면 은퇴 말년이 정말 비참해진다. 집값은 올라도 골치이고, 내려도 골칫거리이다. 주택가격은 크게 인구요인, 경기요인, 소득요인 등 3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첫째 인구요인을 살펴보자. 얼마 전, 통계청은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8명으로 떨어진 추세를 고려할 때, 총인구가 2026~2029년 즈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수요는 줄어들 것이고,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인구가 2010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전국에 깔려 있는 빈집이 850만 호를 넘는다. 전체 주택 수의 13.5%를 차지한다. 일본주택 7~8채 중 1채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측은 “중요한 것은 총인구가 아니라 세대수”라고 주장한다. 총인구가 줄더라도 홀로 사는 1인 가구, 젊은 커플 둘만 사는 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빈집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에는 새로운 집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특히 한국인의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유달리 강해서, 수도권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을 통해 새 주택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구고령화 시대에선 빈집 증가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3년쯤 일본의 빈집 비율이 무려 30.4%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전국 주택의 3채 중 1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1인 가구, 2인 가구 증가를 지적하기엔 빈집이 너무 많아진다. 예전에 일본의 빈집은 농촌이나 지방도시에서나 발견되는 것이라고 했으나, 요즘은 도쿄 시내 외곽지역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전철역 인근은 덜하지만, 전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주택지에는 벌써 빈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둘째 경기요인이다. 사실 단기적으로는 인구 변화보다 부동산가격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치에 비해 80%가량 떨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1990~2010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으로 엔화가치가 급등해 수출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10년이면 끌날 줄 알았던 불황이 20년 넘게 지속됐다. 최근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의 핵심 상권 땅값이 ‘거품경제’ 피크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 중심지역이 그렇다는 얘기이지, 일반 주택지의 집값은 버블경제 시기에 비해 아직도 40~5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최근 정부 싱크탱크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경제침체 영향으로 앞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해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수출부진 및 내수불황에다 인구고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경제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는데, 최근 10여 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치다. KDI 전망대로 경제성장률이 10년 후에 1%대로 떨어진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일본화 (Japanization)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이 일본 된다.”라는 뜻이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은행권에서 빌린 1600조 원대 가계부채 문제까지 터지면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당연히 국내 부동산 시장도 폭풍우에 휘말려 시계 제로(zero)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인구요인보다 더 폭발력이 강한 장기불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소득요인이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책의 하나로 은행 대출을 크게 조이고, 내수불황의 충격이 커지면서 집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등 고급 주택가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날로 커지는 ‘경제 양극화’ 현상이다. 비록 소수이더라도 돈 많은 부자는 돈이 많기 때문에 돈을 계속 쓸 수밖에 없는데, 부자들이 좋아하는 게 바로 강남 부동산이라는 얘기다.

 

강남부동산 예찬론자들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 일본 도쿄의 긴자와 롯폰기, 홍콩과 싱가포르 등을 예로 들면서 메가시티(mega-city) 부동산 불패론를 주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부자들만 따로 노는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고, 또 이들이 존재하는 한 강남 부동산은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시장은 사고팔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에 한번 물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아주 부자라도 똑같은 부동산(아파트, 상가)을 수십 채씩 사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 업자들 가운데 진짜 부자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다 저렇다 떠들기는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통해 떼돈 번 사람은 없다. 부동산시장의 결과를 사후적으로 분석할 뿐이지, 진짜 그렇게 해서 돈을 번다면 남을 설득할 게 아니라, 본인이 앞장서서 계속 부동산을 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시장의 향방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의 50%가 아파트이고, 서울은 그 비율이 60%에 달한다. 한마디로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를 철거하는 일은 짓는 것보다 훨씬 큰일이다. 아파트는 건물이 튼튼하기 때문에 해체비용이 클 뿐 아니라 소유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르든지 떨어지든지 간에, 대도시권에 넘쳐나는 ‘노후 아파트’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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