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지속적인 일거리를 찾으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지속적인 일거리를 찾으라"

글 : 이필재 / 인물 스토리텔러 2018-11-28


사진 : 전민규 


“인생 2막엔 일자리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일거리는 흔히 1막에 하던 현업에 숨어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도 우리가 현업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는 세컨드 라이프를 프리워커(프리랜서)로 살려면 현업에 종사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책을 한 권 쓰라고 권했다.  

 

“책 쓰기야말로 시작이 반입니다. 작가가 되려면 들이대야 합니다. 일단 저지르고 볼 일이죠. 스토리의 얼개를 갖추고 나면 집필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글 검색으로 90% 이상 수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당신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주제를 철저하게 파고드는 프로의 자세야 필요하죠.”


그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처럼 96세까지 책을 쓰는 꿈을 꾼다. 팀을 이루어 <한민족 이야기>, <현대 한국 무역사> 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민족 이야기>는 700쪽을 써 놓았는데 팀을 구성해 내용을 보완하려 한다. <한민족 이야기>는 그가 낸 베스트셀러 <유대인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이 책은 본래 10권으로 쓴 <유대인 경제사>를 한 권으로 축약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환갑을 넘긴 65세에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80세에 오페라 오델로를 작곡한 베르디의 열정에 감동과 자극을 받았죠. 생전에 자신의 저서 가운데 최고의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늘 ‘다음에 나올 책’이라고 답했습니다. 첼로의 성자로 불린 파블로 카잘스는 95세 때 ‘그 나이에 하루 여섯 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의 연주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82세에 파우스트를 완성한 괴테는 ‘하늘은 사람의 열정에 반해 천재성과 힘이라는 마중물을 부어줘 마법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어요. 개인의 차원에서는 고령화 사회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요.”


그는, 요즘은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정년퇴직을 두 번이나 했다. 32년간 근무한 첫 직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58세에 정년퇴직한 후 대학으로 옮겨 지난해 세종대에서 다시 만 65세에 정교수로 정년을 맞았다. 


스페인어 학사 학위밖에 없는 그가 대학교수가 된 건 2013년 <유대인 이야기>라는 책을 쓴 덕이었다. 신문의 호평에 힘입어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해 말 네티즌 투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그러자 배재대, 울산대 등 대학 서너 곳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나를 빚은 건 8할이 열등감과 실패 


그런 ‘행운아’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낸 것의 8할이 열등감과 실패였다고 말한다. 첫 실패는 교육감 상까지 받고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중학교 입시에 떨어진 것이었다. 명문 서울고를 나왔지만 서울대 입시에 떨어져 한양대 건축학과에 진학했고 3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서 전공을 바꾼 것이 두 번째 실패. 뒤늦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에 편입했다. 


그 후 방학 두 달간 하루 15시간씩 공부에 매달려 50명 뽑던 시절 외무고시 1차에 합격했다. 그런데 2차 시험을 석 달 앞두고 징집 영장이 나왔다. 공대생 시절 교련반대 데모에 참가한 게 발목을 잡아 연기도 불가능했다. 전역 후 그는 외시를 포기하고 학력·나이 제한이 없던 KOTRA에 들어갔다. KOTRA 시절 친구와 시작한 공예가구 사업은 사업성은 있었지만 자금난에 부닥쳐 다른 친구에게 넘겼고, 학원가가 생기기 전 강남서 시작한 과외 비즈니스도 전두환 정부가 과외금지령을 내려 접어야 했다. 당시에 진 큰 빚을 갚느라 고생한 그는 요즘도 휴대전화벨을 진동으로 해 둔다. 


가장 뼈저린 실패는 KOTRA에서 정년퇴직한 후인 2012년 판단 착오로 투자에 실패한 것이다. 탐욕이 부른 재앙이었다. 우울증이 덮쳤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거 같았다. 무엇엔가 몰입해야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간 먹고 자는 시간 외에 글쓰기에 투입했다. 이때 100쪽 안팎의 e북을 무려 50여 권 썼다. 이틀에 한 권꼴로 쓴 셈이다. 이렇게 해서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24권의 종이책을 냈다. 그 후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교수이자 강연가로 산다. 전화위복. 제때에 제대로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건축학도가 대학을 3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서 어문학도로 방향을 튼 것도 그랬다.   



사진 : 전민규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아무리 깊숙이 들어갔더라도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환갑이 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운칠기삼? 운이 많이 작용했습니다. 젊을 땐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인생 2막 무대에 선 후 운이 따랐습니다. 굳이 비결을 말한다면 나만의 콘텐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애썼습니다.”


-직장인 시절 일하는 자세가 남들과 어떻게 달랐나요?


"KOTRA 시절 보고서 작성 등 작은 일에 충실했습니다. 보고서를 쓸 때면 중소 수출업체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이때 글쓰기 훈련이 이뤄진 거 같습니다. 무역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려 쓴 게 <유대인 이야기>입니다.“


-열등감이 심했다는 건 과장 아닌가요?


“제가 좋아하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여러 원인으로 열등감을 갖고 있다. 이를 보상하려 노력하는 보상심리가 우월성을 추구하는 삶의 핵심 에너지이다.”


-인세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글만 써서는 먹고살기 힘든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죠. 베스트셀러 두 권에 스테디셀러가 서너 권 되는 데도 그래요. 이 나라 문화의 100년 대계를 위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외부 강의 덕에 생계를 유지합니다.”


킬러 콘텐츠는 유대인 파워의 비밀 


-강의 노하우는 뭔가요?


"콘텐츠의 힘이죠. 주로 ‘유대인의 힘의 원천’에 대해 강의하는데 이들의 공동체 정신, 이런 정신을 함양하는 교육 철학에서 배울 게 많고 청중도 이런 내용에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나라가 서비스 산업 강국이 되려면 유대인을 봐야 하나요?


“고대에 서비스 산업을 창안한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크고, 특히 호황을 구가 중인 미국 경제는 제조업의 비중이 10%에 불과해요. 제조업은 사실 인건비 경쟁이에요.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제조업 기지를 중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넘긴 우리나라도 서비스 산업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의 서비스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금융은 물론 한류로 대표되는 예술 산업을 선점해야 합니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아바타 한 편이 소나타 300만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입니다. 서비스는 또 미래 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산업이에요. 금융과 IT를 제조업과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이 돼야 합니다.”


-유대인의 대표적인 성향이 뭐라고 보나요?


“유대계 기업은 대부분 사장실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저커버그도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일해요. 유대교 율법의 미슈파트(평등) 사상의 영향으로, 유대인들은 통치자는 야훼(하나님) 한 분일 뿐 모두 같은 인격체로서 서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고 경영진과 신입 사원, 사령관과 하급 병사 간에도 도전적 문답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원과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스타일이 대세가 돼 가고 있습니다. 지시형의 유교적인 리더십 스타일은 저물고요. 또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공부할 때 2인 1조를 이뤄 문답·토론을 하면서 해답을 찾습니다. 이때 탈무드에 대한 해석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죠. 말하자면 창의성 훈련이 이뤄집니다.”


-유대인 파워의 비밀이 뭔가요?


“공동체 정신 내지는 단결력입니다. 유대인은 고난을 많이 겪었습니다. 이렇게 모진 고생을 하는 과정에서 단결력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축적했죠. 우리 민족도 전란에 휩쓸려 고생을 많이 했어요. 두 민족이 그래서 우수하다고 봅니다. 유대인의 교육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 협력하는 자세를 배워야 합니다.”



사진 : 전민규 


홍 교수는 인생 2막은 철부지로 살아야 행복하다고 주장한다. 동심 총량의 법칙을 ‘신봉’한다. 


“삶은 대부분 계획대로 펼쳐지지 않습니다. 뜻하지 않은 실패를 겪고 고난과 고통이 따르죠. 그런데 이런 인생의 고해를 건넜을 때 성숙해지고 나도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어떤 절박함이랄까 의지가 생깁니다. 섭리 같은 것이죠.”


-사회 진출을 앞뒀거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춘’들에게는 어떤 인생 팁을 주고 싶나요?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하고 거기서 미래에 틔울 싹을 발견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닥치면 과감하게 들이대고 저질러야 합니다. 괴테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 수 있거나 꿈꿀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 기적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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