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과 가치의 차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가격과 가치의 차이

글 : 김영준 / <골목의 전쟁> 저자 2018-11-19

가끔 사람들은 가격(Price)과 가치(Value)란 단어를 혼동해서 쓰곤 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가치를 반영하여 양자가 일치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가정 하에서라면 가격과 가치는 같은 뜻으로 쓰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격과 가치가 일치하긴 하나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 현상이 매우 쉽게 벌어지곤 한다. 시장의 참가자들끼리 가진 정보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정보의 비대칭과 어떤 선택이 시장에 유행하고 있을 때 참여자들이 거기에 편승한다는 밴드왜건 효과 등과 같은 인간의 편향적 성향이 바로 단기의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격과 가치가 괴리되기 쉬운 또 하나의 원인은 가격은 눈에 보이는 숫자인 반면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1만 원과 1만 5천 원의 가격표를 보고 어느 것이 싸다, 비싸다를 쉽게 파악한다. 숫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1만 원이 싸고 1만 원이 비싸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숫자 그 자체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매우 상대적이다.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자들의 경우는 해당 주식이 가진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그 숫자만 가지고는 그 주식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PER이다. 주당 순이익을 뜻하는 PER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활용하는 대표적인 지표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동종 산업, 다른 기업들과 이 PER을 비교할 때, 그리고 시기에 따른 PER의 변화를 알고 있을 때 그 가치가 고평가 되었는지 저평가 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객관화된 수치가 없는 영역에서는 가치의 판단에 경험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와인이다.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와인을 주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가격에 비해 훌륭한 품질인지 아니면 가격이 너무 비싼지를 가늠할 기준점이 없다. 많은 경험을 통해 가치판단의 기준점이 형성되었을 때에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반대로 경험이 부족하여 가치판단의 기준점이 없다면 잘못된 기준점으로 가치판단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스타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전까지 사람들은 파스타를 비싸고 사치와 허영이 담긴 상품으로 취급했다. 파스타에 대한 소비 경험이 부족하였기에 비교점을 생산 방식과 재료 자체가 다름에도 국수를 기준점으로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과거처럼 파스타와 칼국수를 비교하는 사람은 과거에 비해 매우 드물 것이다. 파스타란 요리가 가장 일반적인 외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사람들이 파스타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 카테고리 내에서 비교하는 덕분이다.

 

이러한 현상과 경향을 소비시장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소비자의 경험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야에서 생산자가 제대로 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가치 기준점보다 낮은 상품을 내어놓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가치를 잘못 평가하고 가격도 잘못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소비자들의 경험이 부족한 분야라면 소비자들의 매우 거센 가격 저항과 저평가에 시달리기 쉽다.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는 이상 해당 상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충분히 경험이 쌓이고 해당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새로운 카테고리와 기준점이 생기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가치판단의 오류를 일으킬 것이며 이는 결국 매출과 수익에 있어서 예상치에 미달하는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 그리고 새로운 생산자들이 가진 경험의 폭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경험의 폭 확대로 소비자들도 더 새롭고 나은 품질을 요구하며 생산자들도 새롭고 나은 품질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특히나 해외여행의 자유화와 직구의 발전은 소비자들의 경험의 폭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자라면, 생산자가 될 의향이 있다면 소비자 이상의 경험 축적이 필요하단 점을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다. 경험의 축적으로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가격 책정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시장에서 경험의 축적을 통한 제대로 된 가치의 판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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