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 본인 잡일을 떠넘기려는 상사, 어떻게 하죠?
글 : 김용전 / 작가 2022-07-26
본인이 봐야 할 동영상 강의를 팀원한테 보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직장 갑질이다. 그런데도 갑질로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실장이 고수라 농담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분이 신고하면 ‘아니 농담으로 한두 번 말한 거 갖고 신고를 해? 자네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야?’ 이러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농담으로 치고 무시하기엔 실장의 의도가 진심하다. 그럼, 어찌할 것인가?
이럴 때는 ‘세나상 검법’을 써야 한다. ‘세나상’은 ‘세나개’라는 한 TV 프로그램 명에서 따온 것이다. ‘세나개’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줄인 말이니 ‘세나상’은 ‘세상에 나쁜 상사는 없다’를 줄인 말이다. 아니, 그럴 리가! 정말로 세상에 나쁜 상사가 없다고? 흥분하지 말지어다. 세상에 나쁜 상사는 많고도 많으며 위 질문에 나오는 실장님도 그중의 한 명이다.
그럼 도대체 ‘세나상 검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상사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좋은 역할을 하도록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실장한테 이런 불필요한 교육을 없애도록 임원 회의에서 건의하시라고 말씀드리면 된다. 즉 ‘실장님의 부탁이라면 웬만한 건 제가 다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건은 달리 생각하면 해사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대부분 직원이 불필요한 데 시간 낭비한다고 말이 많고요, 다른 부서도 상사가 밑에다 대리 수강하라고 해서 불만들이 많습니다. 머지않아 다른 부서에서 대리 수강 강요 문제가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평소 합리적 알고리즘을 주장하시는 실장님이 이런 불합리를 그냥 두고 보실 리 없지 않습니까? 임원 회의에서 동영상 교육 폐지하자고 건의하십시오. 이거 바로잡으면 실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문제가 정말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그것은 그 실장의 결심에 달렸다. 이분의 말을 듣고 임원 회의에서 그 일을 해낸다면 그 실장은 실제로 전 직원들의 영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건 없다. 왜? 세나상 검법에서 칼이 노리는 것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디를 노리고 있는가? 그렇게 전사적인 해결은 안 되더라도 최소한 이분에게 대리 수강하라고 했던 부탁은 거둘 것을 노리는 것이다. 해사 행위라는 말까지 나왔고, 다른 부서도 그래서 직원들 불만이 많다고 했고, 합리적인 실장님이 불합리를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은가? 이 말을 듣고도 계속 대리 수강하라고 고집하지는 못할 거라고 본다.
실제로 질문자에게서 일이 잘 해결됐다는 연락이 왔는데 필자의 짐작대로 임원 회의까지는 못 가고 자기 것은 자기가 본다고 했다 한다. ‘세상에 나쁜 상사는 없다’라는 전제의 이 검법이 여러 갈등 상황에서 해법이 되는 비밀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만큼 윗사람도 마찬가지로 아랫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인정이 아니라 통 큰 상사, 아량이 큰 상사, 보스 기질을 지닌 멋진 상사 등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평소에 이런 비밀을 잘 모르는 아랫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데 이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사과하며 인정하는 그런 기회를 주면 ‘아, 그렇게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속 좁은 인간 아니야. 앞으로는 잘 지내보자고.’ - 십중팔구 이렇게 나온다. 특히 나쁜 상사이거나 속이 좁은 상사일수록 더 그렇게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나쁜 상사가 세상에 천지삐까리로 쌓였어도 세나상 검법이 통하는 것이다.
사실, 이 ‘세나상 검법’은 필자의 최근 저서 ‘직장 검법 50수’에서 제1수로 나오는 가장 중요한 직장 고민 해결 검법인데 여기에서 소개하려고 했더니 지면 관계상 골자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더 상세히 알고 싶은 분은 책을 사서 정독하기 바라며, 마지막 50수까지 완전 독파하고 나면 직장 무림계 어디를 가도 꿇리지 않는 고수가 될 것이다.
김용전 작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동 대학 경영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밟았으며, 보성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주)재능교육 창업 멤버로 참여, 17년간 일했다. 조선일보 및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오랜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토사구팽 당하라>(2006), <회사에서 당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법>(2007),<남자는 남자를 모른다>(2008), <직장 신공>(2012),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2014)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담아왔으며, KBS의 '아침마당', ‘스펀지’를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서 강사로 출연했다. 현재는 헤럴드 경제 신문에 ‘직장신공’이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고, KBS 1라디오의 '성공예감 김방희'에서 '성공학 개론'을 맡아 고정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