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인원 모든게 간소화되는 장례문화, 이대로 괜찮은걸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장소, 인원 모든게 간소화되는 장례문화, 이대로 괜찮은걸까?

글 : 양준석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 2022-10-17



며칠 전 지인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고사하고 싶었지만, 멀리서 기차를 타고 온다는 분을 거절할 명분도 없어 승낙을 했다. 인터뷰의 주제는 ‘죽음의례의 변화와 애도’였는데 평소 생각을 말해주면 된다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죽음의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장례식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실시간 추모가 가능한 모바일 앱이 등장했고, 온라인 추모관이 만들어져서 언제든 애도를 할 수 있다. 고비용 비실용적이라고 비판받던 허례허식이 줄고 2일장, 하루장, 무빈소 등 작은 장례식에 대한 문의도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매장 방식도 다양해졌다. 고인의 유해를 바다 밑에 보관해주는 해양장, 고인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퇴비장, 우주선에 유해를 올려 보내는 우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죽음의례 또한 비대면화, 디지털화 되고 있는 듯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내가 상주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인간의 삶에서 죽음의례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불가항력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죽음이기에 인류는 죽음의례를 통해 개인적인 애도를 보장하고 사회적인 애도를 통해 유가족을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우리 속담에 ‘남의 집 경사에는 초청받아야 가는 법이고, 남의 집 애사에는 초청받지 않아도 가야 하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경사를 맞은 입장에서 불편한 사람이 오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애사가 생겼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애사를 맞은 당사자는 경황도 없거니와 주변에서 부고를 알리기에 사이가 좋든 나쁘든 연락이 닿는 대로 모두 자리를 함께한다. 이렇듯 죽음의례는 유가족과 문상객 간의 소통을 통해 감정을 풀고 고양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그들의 삶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장례문화가 간소화, 신속화, 축소화된 면도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제사만 해도 4대 봉사를 하던 것을 부모님까지만 모시거나, 기제사를 한 날로 모으고, 명절 제사로 대체하는 현상도 많아졌다.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풍습도 거의 사라져 상‧장례의 장소는 대부분 장례식장이다. 부고와 조문의 범위도 줄어들어 조문 인원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통사회에서 고인의 죽음은 가족과 친척 및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며 연대감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그러나 점점 개인 단위의 일로 축소되면서 가족 및 지역 사회가 제공하던 관계망이 헐거워지고 지원과 지지체계도 약화되고 있다. 이승우의 소설 <목련공원>에서처럼 죽어서도 세금을 내야하는 현실이 남아 있을 뿐이다. 죽었으되 죽음이 없고 살았으되 삶이 없으니, 삶과 죽음이 서로를 집어삼키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급속한 시대의 흐름을 목도하며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듯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애도를 과연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사별을 경험한 애도자는 고인을 잃은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감당하는 동시에 고인이 없는 세상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문제를 안고 있다. 죽음의례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애도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단지 재화를 교환하는 방식으로만 변질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대면 문화의 활성화로 애도 과정의 순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놓치지 말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나의 죽음을, 가족의 죽음을,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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