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은퇴한거 맞아? 가슴이 뜨거워지는 진짜 프로들의 치열한 승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형들 은퇴한거 맞아? 가슴이 뜨거워지는 진짜 프로들의 치열한 승부

글 : 김봉석 / 작가 2022-10-14


지난 6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최강야구>(jtbc)를 즐겁게 보고 있다. 본방 사수는 아니고, 넷플릭스로 시간 될 때마다 본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에 모여 현역인 고등학교, 대학교, 독립리그 팀과 시합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에 시작한 <빽 투 더 그라운드>(MBN)라는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이 있다. <빽 투 더 그라운드>는 은퇴 선수들이 모여 야구를 하면서 예능도 한다면, <최강야구>는 은퇴 선수들이 모여 야구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땀을 흘리는 느낌이다. 출연하는 선수들을 아주 좋아한다면 <빽 투 더 그라운드>도 재미있겠지만, 나는 은퇴한 선수들이 다시 불꽃을 태우는 <최강야구>가 더 재미있다.


‘최강 몬스터즈’는 감독 이승엽, 주장 박용택 그리고 정성훈, 정근우, 장원삼, 송승준, 이택근, 유희관, 서동욱, 정의윤, 심수창, 이홍구 등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전성기에 비하면 힘도, 기량도, 센스도 떨어졌지만, 모두 은퇴한 지 5년 이내의 선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승엽이 1976년생으로 46세. 주장 박용택이 1979년생이고, 가장 나이가 어린 이홍구가 1990년생이다. 은퇴하지 않은 현역 선수도 있다. 파주 챌린저스의 한경빈, 동의대의 윤준호, 단국대의 류현인이다. 류현인이 포수고, 나머지는 내야수다. 현역의 젊은 선수들을 투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은퇴 후 5년이 되지 않았고, 아직 체력과 경기력이 남아 있다고는 해도 현역 시절과 다를 수밖에 없다. 포수와 유격수, 3루수는 체력 부담이 매우 큰 포지션이다. 이홍구가 30대 초반이라도 반드시 백업이 있어야 한다. 유격수와 3루수는 서동욱, 정성훈 등이 현역에서 뛰었지만 지금도 현역처럼 9이닝을 뛰기는 힘들다. 시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포수와 유격수, 3루수를 제대로 뛰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한경빈이 프로그램 진행 중 프로구단과 계약이 체결되어 떠나자 바로 연천 미라클의 최수현을 영입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야구 시합을 하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현역 선수들과 시합하면서 다시 승부욕을 갖고 치열하게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능보다 다큐랄까.


지금까지 최강 몬스터즈는 덕수고, 충암고, 북일고, 경남고, 동의대, 파주 챌린저스, 청소년 국가대표 등과 시합을 했다. 고등학교 팀들은 모두 전국대회 상위권 팀이고, 동의대도 대학 리그의 강팀이다. 이런 팀들과 붙어서 최강 몬스터즈는 7할의 승률을 거둬야 한다. 총 30경기에서 7할 이하가 되면, 바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10게임마다 7할 이하의 성적이면, 한 선수를 방출해야 한다. 아무리 프로 선수였고, 야구사에 남을 대선수라고 해도 이미 은퇴를 했다. 현역 시절에도 부상이 있었고, 이제는 체력과 감각이 떨어졌다. 그런데 지금, 팔팔한 현역 선수들과 붙어서 7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크게 기대 없이 봤다. 나는 프로야구에서 LG팀을 응원한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서울 연고인 MBC 청룡을 응원했고, 선수단이 LG로 넘어가면서도 응원팀을 유지했다. 1994년 이후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고, 10년 넘게 하위권을 맴돌았던 암흑기도 있었지만, LG를 버리거나 외면한 적은 없었다. 짜증이 나서 한동안 경기를 안 본 적은 종종 있지만 그래도 응원팀을 바꾸지 않았다. <최강야구>에는 올해 은퇴시합을 가진 박용택과 정성훈, 심수창, 서동욱, 정의윤 등 LG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다. 그들을 보고 싶어서 <최강야구>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보니 빨려들었다. 프로에서 경험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한동안 실전 경기를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나이 차가 한참 많이 나는 고등학교 선수들과 시합을 하는 것이니, 한 수 가르쳐 주자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혹시 내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면 망신 아닐까? 아무리 가벼운 마음으로, 예능이라고 생각해도 긴장이 된다. 첫 시합을 하기 전,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러나 무사히 최강 몬스터즈의 대승으로 끝났다. 더 긴장한 것은 대선배들과 경기를 하는 고등학교 선수들이었다. 다른 고등학교 선수라고 생각하며 경기하라고 감독은 말하지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배들의 존재를 지우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 몬스터즈나 고교팀이나 치열하게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기 싫다, 가 아니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로에게 투지와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이 경기를 보면서 내내 느껴졌다.


최강 몬스터즈는 실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모였으니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몸이 문제다. 과거에 다친 부위가 다시 아프기도 하고, 경기 중에 전력 질주나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다. 그러다가 충암고에게 무려 콜드게임으로 첫 패배를 당한다. 야구를 잘 모른다면, 그래도 한때 프로 선수들인데 고등학교 팀에 질 수 있나, 생각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의 에이스 투수와 최고의 타자들은 대부분 프로에 직행한다. 대학을 가는 선수들은 지명이 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다. 아직 멘탈과 기술이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선수들이 많다.


첫 패배를 겪은 후,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은 정말 분한 얼굴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고, 이미 은퇴하고 가진 경기이지만,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지고 싶지 않다.’ 그들은 프로 출신이다. 프로는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이겨야만 명예도, 돈도 따라온다. 그들은 이기고 살아남는 경쟁에서 최선을 다해온 선수들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승과 패가 갈린다. 선수들은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서 최고의 자리에 선다는 마음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우러러보게 만든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다시 경기장에 끌어내 현역일 때의 불타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스포츠는 보통 기록에 의해 결정된다. 몇 골을 넣었고, 몇 개의 홈런을 쳤고, 100미터를 몇 초에 주파했는가로 선수들의 가치가 결정된다. 그런데 변수가 많다. 스포츠는 수치와 통계를 통하여 예측 가능한 영역이지만, 결코 예측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혼돈의 세계다. 약자가 강자에게 승리를 거두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실수 때문에 승부가 뒤집힌다. 스포츠의 세계는 낭떠러지와 천국을 오가는 희열과 좌절을 대신 경험하게 한다. 스포츠를 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보는 이에게도 짜릿하게, 인생의 희노애락을 찰나에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다. 스포츠에는 인생이 있고, 세계가 있고, 우주의 법칙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가장 극적으로, 가장 치열하게 선수와 관객 모두를 들끓게 한다.


세상은 스포츠 경기처럼 공정하지 않다. 스포츠에도 온갖 협잡과 사기가 난무하지만, 규칙이란 것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축구의 한 골이 1점이라는 사실만은 영원불멸이다. 스포츠가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에는, 공정한 룰이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헛된 욕망 같은 것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최강야구>가 즐거웠다. 아무리 현역에서 은퇴해도, 아무리 늙고 지쳤어도, 여전히 그들 그리고 우리를 불태우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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