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대비 첫걸음, "줄이고, 비우고, 버리고" 부터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2-07-29
태풍이 잦은 여름철이면 어렸을 적 경험이 새록새록 밀려온다. 강력한 태풍이 불어 닥칠 것 같으면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무동력선(노 젓는 배)을 뭍으로 옮기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파도를 막는 방파제 같은 것이 없기에 태풍으로부터 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뭍으로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다. 뻘 위에 있는 배를 밀면서 동시에 배 밑에 통나무를 하나 둘씩 깐다. 배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남녀노소 할 것 같이 힘을 합쳐 마음 주민들의 배를 모두 뭍으로 옮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태풍과 관련된 옛추억을 소환하는 이유는 요즘 세계경제가 한마디로 ‘허리케인 경제(Economic Hurricane)’ ‘태풍 경제’로 비유되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경제’가 곧 불어 닥칠 것 같은 지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태풍이 몰려오기 전에 배를 뭍으로 옮기듯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에 찾아올 기회를 노리기 위해 지금해야 할 일은 바로 ‘비우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지금까지 ‘채우기’에만 열중했다. 비우지 않고 서는 채울 수 없다는 간단한 이치를 무시해 왔다. 채우기보다 더 중요한 게 비우기다. 가득 찬 그릇에 물을 채울 수 없듯이, 물을 채우려면 반드시 그릇을 비워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줄이고, 비우고,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를 ‘줄비버’ 실천하기로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줄이고, 비우고, 버릴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나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을 통해 다섯가지 영역에서 100세 인생을 디자인 해보길 권고했다. 다섯가지 영역이란 일-돈-건강-가족 및 인간관계-사회책임을 말한다. 우선 다섯가지 영역별로 줄이고, 비우고, 버려야 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자. 그런 다음 다섯가지 영역별로 당장 실천할 것들을 한두 개로 좁혀보는 거다.
일과 관련해서 ‘줄비버’ 실천하기 대상을 떠올려 보자. 업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팀워크를 해치고, 자기계발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가. 또한 황금과도 같은 시간을 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돈과 관련해서는 부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묘수를 찾기에 앞서 우선 지출 줄이기부터 실천하는 게 현명하다. 주식투자 고수들은 한 발 앞서 ‘손절매(損切賣)’를 해 뒀다. 욕심을 비우고, 손실을 줄이기위한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육체적인 건강과 함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줄비버’ 실천하기 차원에서 야식(夜食)의 유혹을 버려야 한다. 가족의 화목을 해치거나 인간관계에서 꼭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이번 기회에 점검해 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사회책임과 관련해서도 한번쯤 줄이고, 비우고, 버려야 할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1회용 용기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회용 용기 사용을 줄이다 보면, 지출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야식 습관을 버릴 수 있어 건강에도 유익하다. 그야말로 1석 3조의 효과를 거머쥘 수 있다.
다섯가지 영역에서 모두 ‘줄비버’ 실천하기 대상을 찾기가 힘에 벅차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가지치기 수준의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고,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려야 하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로부터 우선 자신과 가정을 지키는 게 급선무이다. 무엇보다도 몸집을 가볍게 가져가는 게 상책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 호흡으로 겨울준비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동면(冬眠)에 들어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줄비버’ 실천하기를 통해 회복능력을 키워야 한다.
살아남아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채우기보다 비우기에 열중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성장 엔진이나 다름없는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뿌리가 상한 나무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우리에게 희망이 없으면 행복이 숨쉴 수 없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