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새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까?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2-12-14

공자가 쓴 『논어』 「위정(爲政)」 편에는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우리 인간들이 가져야 할 삶의 자세가 나와 있다. 공자 말씀에 따르면, 십대는 학문에 뜻을 두는(志學) 정도의 나이지만, 쉰 살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知天命)이다. 또 예순 살은 귀가 순해져 무슨 소리를 듣든지 간에 거슬리지 않게 되며(耳順), 일흔 살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從心)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의 높은 도덕 수준을 우리가 따라갈 수는 어렵겠지만, 다가오는 새해에 50대, 60대, 70대의 새로운 인생 주기에 들어선 사람들이라면 지난 인생을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만약 공자 말씀처럼, 우리가 인생의 후반부를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 종심(從心)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삶을 관조(觀照)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웰에이징'(well-aging)’이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늙음(aging)이라면, “앞으로 더욱 마음 편안하게 살아가겠다”,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청년기와 중·장년기에 비해, 인생 행복도가 거의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한국 은퇴자들의 삶의 자세를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겠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 고령자들의 삶의 자세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성격과 사회심리학’ 학술지에는 오래전에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실렸다. 미국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2000명의 삶을 22년에 걸쳐 추적 조사해본 결과, 이들의 행복지수가 65세에 정점에 이르렀으며, 75세까지도 행복도가 별로 감소하지 않았다는 게 관찰 조사의 결과다.


도대체 무엇이 미국 노인들을 나이 들수록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을까?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의 기대와 욕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조사 결과가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OECD 사회조사에 따르면, 유럽 고령자들의 행복지수는 대부분 청년과 중장년의 행복지수보다 높게 나타나고, 사망할 때까지 이런 트렌드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리학에는 ‘디딜방아 효과(treadmill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사람들은 승진하거나 월급이 크게 오르면 처음엔 큰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나면 올라간 연봉과 직급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그리고 더 높은 연봉과 직급을 꿈꾸게 되면서 결국 행복지수는 이전수준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심리를 ‘디딜방아 효과’라고 부른다.




아무리 밟아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디딜방아 발판처럼, ‘가진 것’이 늘어나면 동시에 ‘가지고 싶은 것’이 또한 늘어난다. 행복한 고령자들의 공통점은 이 같은 끝없는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안분지족(安分知足)의 마음가짐이다.


행복한 노인들에게는 또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건강상태가 아주 좋고,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있으며, 즐거운 소일거리를 가지고 있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한다는 점이다. 서양 격언에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다.’는 말이 있다, 행복한 인생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젊은 시절이 성취(成就)에 인생의 목표를 두는 시기라면, 50~60대는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시기라는 공자 말씀처럼, 노년기는 인생을 내려놓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젊어서 높게 쌓는 데만 몰두해왔던 승진과 재산 불리기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꼬여있는 마음의 짐과 가족들 간의 불화를 풀어나가는 시기라는 뜻이다. ‘세상 욕심을 크게 줄이고, 나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노화심리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개척한 엘렌 랭어(Ellen J. Langer) 교수는 일찍이 “사람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생물학적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의 조절과 관리를 통해 천천히 늙어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삶의 태도를 바꿀 수만 있다면, 후반 인생의 행복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세속적인 목표를 추구했던 그간의 삶의 자세를 바꿔보고, 마음에 심어놓았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삶을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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