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시아드 교수, 안토니오 파타스 인터뷰 “인플레이션은 2023년 정상화될 것이다”
글 : 강남규 /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2022-09-27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저물고 있다. 주요 나라 물가는 눈에 띄게 올랐다.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 전망보다는 중앙은행,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의 한마디에 요동을 쳤다.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일까?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덜기 위해 금융시장 전문가인 거시경제학자 안토니오 파타스(Antonio Fatas) 교수를 인터뷰했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 동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 등 고용 데이터를 보면 시장이 너무 활발해 월가와 한국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일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이 예상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고용시장 데이터가 2019년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 1990년 대 말의 수치와 아주 닮은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는 8%나 9%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재 노동시장이 확실히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 생각엔 고용시장이 견고해지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기술을 습득하고, 좌절하는 노동자는 더욱 적어진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창의적으로 사고할 것을 요구 받는다. “그저 저임금으로 인력을 고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 고용시장의 탄탄함이 인플레이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몇 가지는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보기에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아주 기묘한 경제가 형성되고 있음은 우리 모두 인정한다고 본다. 이는 아주 이례적이다. 현재 경제 상황은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만큼 쉽지 않다. 곳곳에서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급망 장애가 인플레이션 원인임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있다. 석유 가격도 오르고, 식품 가격도 오른다. 이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다른 요인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요인 가운데 하나를 바탕으로) 가설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입증할 만한 근거는 없다.
‘쉽지 않은 경제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2021년 이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이 이뤄졌다. 실업률은 아주 낮다. 달리 말하면 실업률이 빠르게 하락했다. 경제가 (침체)구멍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남긴 구멍이다. 회복이 너무나 빨라 경제 곳곳에 긴장을 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현재 상황이 일반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회복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런 빠른 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빠른 회복 흐름(또는 독특한 경기 상황)이 조금씩 약해질 것이다.
교수께서 말씀하신 “조금씩 약해질 것이다”는 말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한다.
지금 미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보면, 그 수치를 신뢰한다면, 해당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마이너스 성장률). 내가 보기에 미 경제가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제부터)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는 내 시각이기 때문에 인상적인 결과를 제시할 수는 없다. 그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보기에 내년, 즉 2023년이면 합리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 수치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몇몇 이코노미스트가 미국과 여타 나라의 노동시장에서 구조적 변화, 예를 들면 ‘줄사표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많은 노동자가 팬데믹 이후 직장을 줄줄이 그만두고 있고, 과거 직장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있기도 하다. 옛 사회주의 국가가 경험한 것처럼 노동력 저수지가 말라 노동시장 공급도 증발한 듯하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세계 시장에 수많은 노동력이 유입되는 것을 보아왔다. 소련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를 언급했는데, 어떤 측면 에서 보면 당신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가진 것이 없고 시장 교섭력도 없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불평등이 커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임금을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할 힘이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이런 반전은 괜찮다. 다만 우리가 지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내년이 아니라 다음 10년의 문제이며 세계 곳곳에서는 일손 부족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과 내가 사는 싱가포르, 내 모국인 스페인 등의 출산률이 아주 낮다. 중국 인구마저 줄어들 태세다. 물론, 인도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같은 지역 등 여전히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 세계 일손은 감소할 전망이고, 이는 임금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데 몇몇 이코노미스트가 Fed의 긴축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는 게 내 첫 질문이었는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앙은행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는 하다. 중앙은행이 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제한된 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좀 더 정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0%인 것을 일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결과를 당장 볼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6개월이나 1년 뒤에 결과가 나타나곤 한다. 다만, 지금 기준금리 인상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미 경제 데이터를 보면 중앙은행이 신뢰를 잃어버리진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좋은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금리 데이터를 보거나, 금융시장을 들여다보거나, 인플레이션 기대치 등 서베이 결과를 보면 2%라는 기준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중앙은행이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이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 월가의 이코노미스트와 이야기했다. 그는 Fed가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할 수 없고, 미 경제의 일부, 예를 들면 주택시장 등만을 조절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을까.
이론적으로 미 중앙은행이 모든 가격을 조절할 순 없다. Fed 메시지에 한결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 주택시장이 확실히 그런 곳이다. 장기주택담보(모기지) 금리가 주택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택시장은 모든 사람에게 아주 중요하다. 주택시장 동향은 다른 모든 분야에 대한 아주 강한 시그널일 수 있다. 요즘 미 주택시장이 싸늘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강한 달러 현상과 그 결과 나타날 수 있는 자본 이탈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자본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기준금리 역전이 자본 이탈을 일으킬까?
그럴 수 있지만, 자본 이탈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같은 나라는 자본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 중앙은행이 다른 나라보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자본이 미국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 이탈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고스란히 미 달러와 견준 환율에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나라 자체가 안정적인 상황이다. 자본은 들어 왔다 나갈 수 있다. 흐름은 언제든지 반대가 될 수 있다. 영원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자본은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미 달러 가치가 영원히 상승하는 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강남규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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