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까지 현역,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90세까지 현역,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2-09-06



60년 이상 경영 현장을 지킨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


일본 재계의 ‘거목(巨木)’이 지난달 말 세상을 떠났다. 교세라그룹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이 8월24일 교토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이나모리 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회사 측은 가족장을 마친 지난 달 30일에야 그의 죽음을 외부에 공표했다. 교세라 측에 따르면 공식 장례식은 몇달 뒤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는 200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인터뷰와 강연 취재로 이나모리 회장을 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교세라 교토 본사, 도쿄 세이와쥬쿠 모임, 그리고 한국 방문 특강 자리에서다. 그는 늘 인자한 표정과 자상한 말투여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받곤했다. 코로나 사태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양극화가 심각해진 2022년, 사회 구성원의 공존(共存)과 공생(共生)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대에 대기업을 일군 창업가로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까지도 사무실로 출근하며 체력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을 했다. 평소 주창했던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는 일본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중시하는 ‘이타적 자본주의’


1932년생인 이나모리 회장은 가고시마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치과용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 기업에 취직했다. 3년 정도 일하다가 1959년 동료 사원 8명과 ‘교세라(교토+세라믹)’를 창업,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78세 때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JAL)의 재건 작업 요청을 받고, 현업에 복귀했다. JAL은 3년 만에 재상장에 성공했다.




이나모리 회장의 좌우명은 ‘경천애인(敬天愛人)’.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중요함을 늘 강조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좌표 축’으로 두고, 거기서부터 모든 경영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경영자가 ‘나는 사장이다. 전무다’라고 뽐내는 것을 종종 본다. 그래선 안 된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책임이 무거워진다. ‘이 정도면 괜찮지’를 항상 경계하는 진지한 경영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일본 경영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조사에서 이나모리는 늘 존경받는 경영자로 꼽힌다. 인재육성 기업 러닝에이전시가 경영자 100인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나모리는 정상을 차지했다. 전설적인 경영자로 손꼽히는 마쓰시타전기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6위였다. 이나모리는 일반인 대상 ‘존경하는 사람’에서도 압도적 1위다. 그의 인생 철학이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나모리의 인생 철학과 경영 철학을 배우고 싶어 교토의 젊은 경영자들이 세운 ‘세이와쥬쿠(盛和塾)’는 일본 일본을 벗어나 해외까지 확대됐다. 이 모임에 참가하는 국내외 회원 수가 1만5000명에 이를 정도로 경영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새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영 비법과 어록을 담은 책들은 1989년 첫 발행 이후 누적 판매 2000만 부를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아메바 경영>을 시작으로 <왜 일하는가>, <왜 리더인가>, <생각의 힘>, <사장의 그릇> 등이 꾸준히 팔린다.




이나모리가 내건 3대 경영 목표


이나모리 가즈오는 1932년 1월생이다. 규슈 남쪽 끝 자락에 있는 가고시마대학 공학부를 졸업했다. TV 브라운관 소재를 만드는 교세라를 1959년 설립했다. 자본금 300만 엔으로 임대 건물에서 출발한 영세업체였다. 1984년 제2電電(현 KDDI)을 설립한 후 사세가 급팽창했다. 교세라그룹은 종업원 8만여 명, 매출 1조8,400억엔(약 17조9000억원) 규모의 전자·정보기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2021년도 기준)


지난 2010년, 일본항공(JAL)은 방만한 경영과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다. 당시 팔순을 앞둔 이나모리는 무보수로 회장직을 맡아 3년 만인 2012년에 도쿄증시에 재상장시켰다. 일본항공 정상화 이후 그는 ‘경영의 신’으로 불렸다. 이나모리는 경영자로서 ‘3대 경영 목표’를 항상 강조했다.



출처 : 교세라 그룹 홈페이지


첫째, 사원의 물질적, 정신적 행복의 실현과 인류사회 발전 공헌 둘째, 경영자 의식을 가진 인재 양성 셋째, 전원 참가형 경영 실행이다. 일본 경영학자들은 그의 경영 방식을 ‘실력 종신 고용제도’라고 부른다. 전통적인 일본식 종신 고용을 유지해 기업의 안정을 높이는 한편, 실력 중심으로 인재를 발탁해 경영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일본식 경영’과 ‘서구식 경영’의 장점을 함께 적용한 형태다.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을 알려면, ‘일본식 경영’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식 경영은 사원들의 ‘고용 안정’을 매우 중시한다. ‘주주 자본주의’로 불리는 서구식 자본주의의 경우 경영자들의 우선 목표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이익을 늘리고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 경영 우선 순위는 주주-소비자-종업원 순이다. 이에 비해 일본식 경영은 종업원-소비자-주주 순으로 보면 된다.


그는 10여년 전 서울 강연에서도 서구식 신자유주적 경제 성장 방식의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현장에서 그를 지켜봤던 기억이 새롭다. 이나모리는 “경영자의 목적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종업원과 가족의 생활을 지켜주고 믿음을 주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보편적인 경영 원칙이 기업을 성장으로 이끈다’를 주제로 경영 원칙을 소개했다.


강연의 골자는 “기업의 목표는 회사 전체의 막연한 숫자가 아니라 조직별로 세분화 해야 한다”였다. 1년을 아우르는 연간 목표뿐 아니라 월간 목표를 정하고, 매일의 목표도 설정해야 한다는 것. 교세라는 1년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꾸준히 달성했고, 또 다음 해에는 반드시 전년 실적을 상회하는 목표를 세워 이를 확실히 달성하는 것을 일관되게 관철시켰다고 소개했다. ‘매출 최대, 경비 최소’ 경영 원칙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경영 상식으론 매출이 증대하면 경비도 함께 늘어난다” 면서도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매출을 최대로 늘리고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창의적 노력을 계속하는 자세가 고수익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 다시 빛 보는 ‘아메바 경영’


이나모리 회장은 교세라 창업 초기부터 ‘아메바 경영’으로 불리는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큰 조직을 독립 채산제로 운영하는 소집단(아메바)로 쪼개고, 그 작은 조직의 리더를 임명해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교세라 사업 초기 보통 10명 이하로 아메바를 구성했다.




그는 아메바 경영을 통해 경제 상황, 기술 및 경쟁 업체 동향 등 환경 변화에 신속 대응, 회사 조직을 유연하게 재구축하라고 강조한다. 기업 환경에 맞게 조직을 재구축하고, 회사 조직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아메바 경영은 저 성장기에 더 효과적이다. 사람의 이동을 막고, 경제 활동이 위축된 ‘코로나 쇼크’ 시대에 아메바 경영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202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기업의 외형 성장보다 ‘생존과 영속’, 이익 확대보다 ‘고용 유지’ 가치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나모리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이타적(利他的) 자본주의를 주창했다. 그는 “경영자와 사원이 신뢰로 만난 집단인 운명 공동체가 기업”이라며 노사 화합을 중시한다. 또한, “세상에 실패는 없다. 도전을 포기했을 때, 그 것이 실패”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인들의 책임과 분발을 촉구한다.


이나모리 인생 잠언록, “꿈을 품지 않은 사람에게 성공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나모리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 그의 경영 어록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어떤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둘째, “인간은 항상 자신이 더 잘 돼야 한다”는 본능을 갖고 있지만,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10여년 전 한국을 찾은 교세라 지인으로부터 받은 달력에도 이나모리의 인생 잠언이 실려 있다. 필자는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가끔씩 열어 보고 도움을 받는다. 매달 1일부터 31일까지 일자별로 명구가 적혀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일차> 새로운 계획을 실현한다. 새로 세운 계획의 실현을 원한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강하게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떤 어려운 목표도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 <2일차> 오늘 하루를 성심성의껏 노력한다. 오늘을 현명하게 일하면 반드시 내일이 보인다. 이달을 성심성의껏 노력하면 다음 달이 보일 것이다. 올해를 충실히 하면 내년이 보인다. 큰 목표에 도달하려면, 오늘 하루가 가장 중요하다.


<13일차> 곤경은 사람을 단련시킨다. 자신이 놓인 어려운 환경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원망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곤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종착역이 크게 달라진다. <21일차> 매일 꾸준히 일한다. 고난이 계속되는 경우는 없다. 행운도 이어지지 않는다. 좋을 때 자만하지 않고 좋지 않을 때 무너지지 말자. 시련 속에도 현명하게 계속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씨를 키우는 일이다. <31일차> 꿈을 상상한다. 나이가 얼마를 먹든 꿈을 말하고, 밝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꿈을 품지 않은 사람에게 ‘성공’은 주어지지 않는다. 꿈을 통해 인생은 도약한다.



일본의 한 서점에 마련된 이나모리가즈오 특별 코너


이나모리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지난해만 해도 교토 시내 공익재단 빌딩인 ‘이나모리재단’에 출근했다. 그가 끝까지 관심을 뒀던 분야는 인류 평화 연구를 지원하는 재단 사업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자를 넘어서 일본인의 ‘정신적 스승’이 됐다. 코로나 사태와 저성장, 그리고 사회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2022년, 이나모리 회장의 삶의 궤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평안히 영면에 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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