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아닌데도 참사가 내 일처럼 느껴진다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당사자가 아닌데도 참사가 내 일처럼 느껴진다면

글 : 김형준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2022-11-21

억울한 마음, 병이 되다


외상 후 울분장애(PTED,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는 세월호 참사나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부정적 경험에 의해 유발되는 반응성 장애를 말합니다. 외상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충격을 일으키는 생활 사건이나 경험 이후 울분, 분노, 무기력감 등의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외상 후 울분장애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데 반해, 울분은 그렇게 익숙한 감정은 아닙니다. 억울함은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경험을 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입니다. 평소에 ‘국가가 나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졌던 분이라면 국가에 대한 핵심적인 믿음과 참사 사이의 부조화로 인한 반응으로 울분과 분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대하는 방법


우선적으로 고려할 점은 참사와 연관성의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참사 현장에 있었던 직접적인 경험자이거나 참사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이들의 경우에는 외상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침습적으로 외상 사건을 떠올리거나 꿈을 통해 재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각성되어 사소한 자극에도 지나치게 놀라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사건 관련 장소 등을 회피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런 급성스트레스 반응(ASR, Acute stress reaction)이 나타나거나, 1개월 이상 이런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일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참사에 대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은 가급적이면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적인 자극은 글이나 말보다 훨씬 강렬한 정서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런 영상과 사진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우리의 뇌는 마치 내가 그 일을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사소한 위험 자극에도 또 다시 파국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지 불안한 마음을 들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파국화’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과도한 불안은 문제해결능력을 떨어뜨리고 우리 삶의 반경을 제안합니다.




참사의 직접적인 경험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수준보다 훨씬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사의 희생자와 비슷한 연령대이거나 그와 비슷한 젊은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제 주변에도 문득문득 참사에 대한 생각이 나고 화가 나는 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시라고 말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고, 그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또렷이 보게 되며,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통제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감정은 일종의 시그널입니다. 분노는 또 다시 소중한 것을 안타까운 참사로 잃지 않도록 당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라는 신호인 것이죠. 그러니 감정을 충분히 표현했다면, 당신의 분노를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화를 내고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인생은 고통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불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불행이 우리를 찾아오더라도 기꺼이 아프고, 기어이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 갑시다.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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