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도전에 앞서 꼭 판단해야 할 2가지 기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원생활 도전에 앞서 꼭 판단해야 할 2가지 기준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0-11-11

3년 전 경기도 용인시 외곽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한 후, 친지들이 필자의 전원생활이 궁금하다며 가끔 방문을 한다. 주변 풍광과 집을 둘러보면서 '건축비는 얼마가 들었느냐', '겨울에는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바비큐 파티는 자주 하느냐', '생필품은 시골장터에서 사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 어떤 친구는 주변에 전원주택을 지을만한 땅을 꼭 알아봐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하고 돌아간다.




나이가 60대 전후인 베이비붐 세대는 어렸을 때 대부분 시골에서 자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원생활에 대한 꿈이 상당하다. 요즘 TV방송국에서 귀농·귀촌 생활을 하는 60대 부부의 생활을 비춰주는 프로그램을 자주 방영하면서, 전원주택에 대한 중장년층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시골로 이사 오고 싶다는 친지들에게 필자 부부는 좀 더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필자 부부는 "우리도 이곳에 70대 초반까지만 살고, 체력이 약해지는 70대 중반이 되면 도시로 나갈 예정"이라며 "전원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은퇴 후 시골에 집을 지어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2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는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건축설계사와 시공회사를 잘못 만난 필자는 부실공사 때문에 전원주택 공사비가 당초 예상액보다 2배 이상 들었다. 그 결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놓은 은퇴 자금을 다 탕진했다. 아직 정년이 몇 년 남아 일할 수 있는 경제력 덕분에 그런대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 위성도시에 괜찮은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4~5억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은퇴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건축비를 낭비하면 전원생활의 꿈은 악몽(惡夢)이 된다. 전원주택 건축비와는 별도로, 은퇴생활 자금은 충분한지 잘 계산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살던 곳에서 열심히 사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둘째는 부부의 건강 상태에 대한 판단이다. 전원생활은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사는 동안 가능하다. 한쪽이 중병에 걸려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함께 백년해로(百年偕老)하지 못하고 한쪽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 전원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시기가 오면 아무리 잘 지은 전원주택이라도 시골생활이 버거워진다. 우리 부부도 이런 시기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두고 있을 뿐이다.


은퇴자금을 탕진하지 않으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방법은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시골에 10~15평 전후의 아주 작은 집을 지어서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을 병행하는 '절충형' 방법이다. 주거지를 통째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아내의 반대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작은 주택을 지어 몇 년간 시골에서 살다 보면 자신이 몰랐던 전원생활의 약점을 쉽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


필자는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은퇴자금을 많이 날렸지만, 다행히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이사 와서 되돌아갈 방법이 남아 있다. 만약 서울 아파트까지 팔아버렸다면 노후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했을 것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보면서, 노후 주거지 선택은 ‘모 아니면 도’ 같은 방식이 아닌 현실적인 경제생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아는 어느 교장 선생님 부부의 얘기를 소개한다. 이들은 경남 통영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는데, 부인이 병에 걸리면서 전원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요양병원이 붙어 있는 실버타운으로 입소했다. 필자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노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거나 간병기가 열리면 전원생활은 매우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그 전원주택이 매매가 되지 않아 실버타운 입주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건강할 때만을 기준으로 전원생활을 선택한 결과 많은 후회를 하게 된 것이다.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간병기가 열리면 도심으로 원활하게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 도심의 집은 팔지 말고, 전세로 임차를 주는 것이 나중에 편하다.


전원생활은 혼자 열심히 산다고 하여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시골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시골 오지에서 오랫동안 전원생활을 하면서 철인(哲人)의 경지에 오른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성공적인 삶을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철저한 준비만이 전원생활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콧 니어링은 1983년에 태어나 명문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의해 자립경제를 꿈꾸며 45세에 시골로 들어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20살 연하인 부인인 헬렌 니어링 역시 대단한 사상가로 같이 시골생활을 했다. 스콧은 전원생활에서의 하루를 삼등분했는데, 4시간의 노동, 4시간의 자기계발, 4시간의 좋은 사람들과 교류와 대화로 구성했다. 스콧은 100세 될 때까지 55년간 이 생활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100세가 되자 스스로 음식을 끊고 생을 마감했다.


스콧 니어링이 전원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남긴 교훈은 상당히 감명스럽다. 수백 평이 넘는 밭만 하루 종일 매는 노동중심의 생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잘 강조하고 있다. 자기계발과 마음에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가 삶의 의미를 더해준다. 복잡한 일상을 피하는 식의 소극적인 생활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며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전원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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