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90대 육상 선수의 비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젊어서도 없던 체력 나이 들어 생겼습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90대 육상 선수의 비밀

글 : 박덕건 /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20-09-21

캐나다에 올가 코텔코(Olga Kotelko)라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2014년 당시 그녀는 95세로, 키는 150cm, 몸무게 59kg의 작고 땅딸막한 할머니였다. 겉보기에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할머니였지만 노인 스포츠계에서는 슈퍼스타였다. 50대부터 소프트볼을 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77세에 육상 경기에 입문한 그녀는 첫해부터 기록을 내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30개 이상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100m, 200m,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해머던지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 한창때는 10개 종목 이상에 출전했다.




실버 스포츠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인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가 많다. 예를 들어 '월드 마스터스 게임'이라는 대회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나이는 35세 이상이고 해당 스포츠협회에 등록만 되어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201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가장 최근의 대회에는 2만8000명이 참가해 참가 선수가 올림픽보다 2배가량 많을 정도다.


90세에도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건강 비법은?


올가 코텔코가 뛰어난 선수였던 만큼 어떻게 그런 대단한 힘을 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노화와 건강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자에게도 연구해보고 싶은 대상이었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는 자신도 마침 건강의 위기를 느끼고 있던 터라 이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취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올가의 일상생활을 샅샅이 훑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을 만나 올가의 몸이 전문적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지 취재했다.


저자에 의하면 소위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올가는 그냥 하루에 네다섯 번씩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먹는, 약간 특이한 스타일의 식습관을 가졌지만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이 어떤 것이든 잘 먹었다. 자기 집 텃밭에 있는 채소를 잘 활용하기는 했지만 유기농만 고집하는 순수주의자는 아니었고,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도 잘 먹었다.


사실 올가의 비밀을 찾는 데서 출발한 이 책의 재미는 어떤 비결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올가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노화와 운동에 대해 해주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롭다. 어쨌든 이들은 최고의 권위자이고, 최신 연구 결과를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 중에 기존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야기가 두 가지 있었다.


먼저, 노인에게도 고강도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이도 심한 운동을 하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는데 노인이 심한 운동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물론 부상을 각오하고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자는 "나이가 들면 모든 걸 천천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왜냐면 운동으로 정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일정한 강도의 문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인간에게 어느 정도가 적절한 강도의 문턱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노인은 산책이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저자는 꼭 운동만이 효과적인 신체활동은 아니라고 말한다. 반드시 운동장에 가서 운동화를 신고 몇 세트, 몇 회 반복해서 하는 운동만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움직이는 활동량의 총합이 운동량이다. 그리고 그 활동량은 우리 몸의 모든 움직임을 계산에 넣는다. 운동 같은 움직임이 아니라도 걸레 빨고, 방 닦는 동작도 모두 운동량에 들어가는 것이다.


'운동량'은 운동을 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가는 운동량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늘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하고, 텃밭도 가꾸고, 계단도 하루에 수십 번씩 오르내린다(올가는 딸네 집 지하에 산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우리가 운동이라고 부르는, 틀에 박힌 움직임에 비해 패턴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근육을 사용한다. 늙어가면서 근육이 퇴화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중시하는 연구자가 추천하는 운동법은 첫째가 자주 일어서기, 둘째가 서 있기다. 그러니까 빨리 늙지 않으려면 자주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게 좋다는 것이고, 늘 의자에 앉아 있는 생활을 피하라는 것이다.


올가는 이 책이 출간된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출혈. 쓰러지기 얼마 전까지 대회에 출전할 만큼 건강했지만, 이 슈퍼스타도 뇌혈관에 생긴 문제는 어찌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올가가 세상의 노인들에게 남긴 건강한 울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메시지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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