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세대가 제2의 직업 만드는 4가지 루트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3-08-21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지금 40대의 직장인은 길게는 15년, 짧게는 10년 이내에 대부분 회사에서 물러난다. 40대에 퇴직한 사람들은 대체로 새 직장을 찾아서 재취업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편의점과 카페 등 자영업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 창업 성공률이 20~30% 선에 불과해, 3년 이내에 투자금을 다 말아먹고 두 손을 드는 중·장년이 아주 많다. 이런 노후불안 시기에, 우리 중·장년들이 ‘수명 100세 시대’를 잘 살아내기 위해선 자신의 ‘직업 능력’을 끌어올리는 자기계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젊은 시절 신문기자로 25년간을 일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특종(特種) 뉴스를 찾아서 관공서와 기업, 금융시장 등을 돌다가 밤 11~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이었다. ‘노가다’처럼 일하면서 몸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을 자주 받았지만, 그사이에 급여도 계속 올라가고, 승진도 하여 그런대로 피곤한 줄 모르고 일을 했다.
그러나 40대 초반에 관리자로 승진하면서 커리어(career)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밤에 대학원을 다니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공부였다. 일선기자로 일했던 시기에.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와 한국금융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고용정보원 등에서 제공하는 경제금융 보고서와 사회복지 관련 전문연구서를 꾸준히 읽어온 것이 자극제로 작용했다.
신문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과정을 이용하여, 유럽(벨기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논설위원 시절에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만 해도 필자는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우리 사회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적 탐구심이 작용했고, 회사에서 일시 한직(閑職)으로 인사발령을 받을 때 시간이 나서 공부를 한 것이었다. 학위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 일하던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을 때, 갑자기 신문사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어느 순간 직장 상사와 트러블(trouble)이 생겼고, 이를 피하려면 사표를 내는 수밖에 없는 시간이 왔다. 고민하던 시기에, 필자의 지식을 높게 평가해주는 대학이 나타났고, 인터뷰를 거쳐 운 좋게 대학교수로 전직을 했다. 필자의 이런 경험은 일반화하기 힘든 케이스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으로 옮긴 뒤, 비슷한 경로를 밟아서 대학교수로 전직한 후배 기자가 2명이 더 생긴 것을 보면, 중년 시절의 공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40대 중년의 시기, 50대 장년의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100세 시대’는 직장이 아닌, ‘직무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직무 능력을 꾸준히 키우면, 설령 첫 번째 직장을 떠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필자는 젊은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제2, 제3의 직업을 만드는 데 성공한 직장인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이들의 노하우(know-how)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학위 과정 밟기
국내 대학들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석사과정 수업을 하는 특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업그레이드(upgrade)해주는 공학과 IT분야 특수대학원도 많이 생기고 있다. 수업은 밤 6시30분~밤 10시 사이에 이뤄진다. 아무래도 첨단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 전직(轉職)도 어렵지 않고, 경우에 따라선 창업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방송통신대를 이용하면 좋다. 방송통신대 입학생의 30%가 40~50대 중장년일 정도로, 최근 공부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방통대는 평일에는 인터넷 화상 수업을 하고, 주말에는 본교 캠퍼스에서 대면 수업을 한다. 한 학기 등록금도 70만~100만 원 수준으로 싸다. 주경야독(晝耕夜讀)하여 학위를 취득한 경우, 퇴직 후에 시간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 취미 생활 연계하기
필자의 지인 가운데 은행원이 있는데, 이 사람은 주말마다 골프를 하지 않고 미술관 전시회를 다니며 미술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미술에 관한 안목이 높아졌고, 입소문이 나서 백화점 문화센터에 강의도 많이 나간다. 또 그림을 사고팔아서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미술관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 운동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취미 생활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때 취미 생활을 하더라도 ‘시간때우기’ 식으로 낭비하지 말고, 미래계획과 연계하여 전문가 수준으로 즐겨보면 어떠할까! 예를 들어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동차 구조와 정비를 함께 연구해두면 나중에 자동차정비업소를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 책 저술과 유튜브 방송
직장을 다니면서 쌓은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책을 써볼 수도 있다. 필자는 중장년 시절 일하고 공부하다가 배운 지식을 엮어 10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필자로 교수로 취업을 할 때, 평소에 썼던 저술 서적들이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책을 쓰려면 관련 자료와 참고 서적들을 독파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필자의 지인들 가운데 본인이 읽은 책들을 요약하여 유튜브로 만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콘텐츠는 역사물과 교양물이 대부분이지만, 농촌 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일상을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과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서 큰돈을 버는 사람은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선 새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고, 짭짤한 ‘용돈 수입’도 얻을 수 있다.
◆ 자격증(기술) 취득 공부
기술 자격증은 재취업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일러 기술 자격증이 있으면 빌딩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취업하기 쉽고, 지게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면 건설·유통 작업장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국비로 기술교육을 해주는 ‘한국폴리텍대학’은 우리 중장년들이 큰 비용을 내지 않고 기술 자격증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기관이다.
또 퇴직 후에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원봉사 활동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원봉사센터에 가면 맨 먼저 듣는 말이 “무슨 기술이 있나요?”다. 이때 보유한 기술이 없으면 대부분 거절당하거나 허드렛일만 하다가 집에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은퇴 후, 자기가 하고 싶은 봉사활동에는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아봐서 미리 따두는 게 좋다.
송양민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특수치료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4년 2월 퇴직했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고령화, 보건정책, 경제교육 등이며, 보건ㆍ복지ㆍ노동ㆍ연금분야 연합학술단체인 사회보장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100세시대 은퇴대사전』,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