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능동태 인생에 필요한 이것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2-12-09
삶을 사는 방식에는 두 갈래가 있다. 수동태 인생과 능동태 인생이 그것이다. 인생 전반전의 삶은 대부분 수동태 인생일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루 8시간 의무적으로 일하면 그만이고, 조직이 만든 목표를 달성하면 큰 탈이 없으며, 매월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니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정도가 그나마 능동태 삶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에 들어서면 상황이 급변한다. 하루 8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토록 지겨웠던 직장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회사가 만들어 놓은 목표 대신에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야말로 수동태 인생에서 능동태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
그토록 원했던 능동태 인생이 찾아왔지만, 주도적인 삶을 통해 살 맛 나는 세상을 영위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은퇴자들이 정규직 재취업을 선택함으로써 다시 수동태 인생으로 발길을 돌리곤 한다. 불행하게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든 퇴직자라면 살 맛 나는 능동태 인생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 8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일의 방식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돈벌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면 더할 나위 없다.
『포트폴리오 인생』의 저자 찰스 핸디는 최신작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에서 “포트폴리오 인생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닌 일의 균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돈벌이 수단으로의 일과 가치 있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면 후회 없는 인생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찰스 핸디는 ‘일의 균형’을 ‘워크 포트폴리오(Work portfolio)’로 얘기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업무 강도와 수입의 조화를 통해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하자는 뜻이다.
인생 후반전을 두 시기로 나눌 필요가 있다. 100세 인생을 4쿼터로 나눈다면, 인생 후반전은 3쿼터(51~75세)와 4쿼터(76~100세)에 속한다. 워크 포트폴리오란 측면에서 볼 때 인생 전반전과 후반전이 같을 수 없다. 또한 인생 후반전에서도 3쿼터와 4쿼터에 워크 포트폴리오를 어떤 비중으로 가져갈 것인지가 고민거리다. 워크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일의 의미이며 가치일 것이다. 물론 이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자신의 건강과 재무 상태이다.
일 뿐만 아니라 돈-건강-가족 및 인간관계-사회책임과 관련해서도 능동태 삶을 디자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생 후반전에는 생활비 지출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잘 나갔던 시기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는 욕심이 늘 우리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소비 지향적인 생활 수준을 버리지 않는다면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영혼을 파는 일의 노예로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생 후반전에 후회 없는 능동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 것인가?” 살 맛 나는 능동태 삶을 살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인생 비전이 필요하다. 어디를 바라보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좌표가 없다면 우리 인생의 항로가 순탄할 수 없다. 마치 400m 달리기 경주에서 바통 없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은퇴설계 강의를 할 때마다 ‘표적이 있는 삶’을 주문한다. 목표와 목적이 있는 삶의 균형이 내가 말하는 ‘표적이 있는 삶’이다.
살 맛 나는 능동태 인생은 표적이 있는 삶과 늘 동행하는 것 같다. 남 눈치 보느라 내 생활이 제약 받을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면 된다. 여기에도 규범은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규범은 ‘개인의 사회책임’이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규범이 아닌 나 자신이 설정한 ‘사회책임’을 묵묵히 생활 속에서 실행에 옮길 때 ‘표적이 있는 삶’은 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능동태 삶이라고 해서 규범을 무시하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