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 갈까요 말까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1년 뒤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 갈까요 말까요?

글 : 김용전 / 작가 2023-03-06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35세 직장인입니다. 이번에 규모는 작지만, 상품이 마음에 드는 중소기업에서 영입 제의가 왔는데 연봉을 저의 요구만큼 책정하려면 그곳에서는 이사 직급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인력의 사기와 형평성 때문에 이사는 어렵다며 우선 부장을 달아주고, 모자라는 급여는 비공개로 맞춰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 이사를 달아주면서 모든 걸 정상화하겠다고 하는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분을 모시려는(?) 중소기업의 절실함이 느껴지는데, 그러나 이 질문 내용만 가지고는 제갈공명이 온다 해도 가라 말라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 왜냐면 그 회사의 절실함과는 별개로 이분과의 약속이 지켜질지, 아닐지는 약속한 사람 즉 그 중소기업의 오너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오너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으니 제갈공명이라 한들 1년 뒤를 어찌 알겠는가? 다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전제하에 답할 수 있는데, 결론은 나라면 가지 않겠다. 그 이유는 네 가지이다.




 첫째는 1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년 그러면 아주 멀게들 생각하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보면 1년 금방 간다. 그렇다면 지금 이사를 달아 줄 수 없는 상황이 과연 1년 후에는 달라질까?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 이사를 달아줄 수 없는 이유가 회사에서 오래 일해온 기존 인력이 경력과 나이가 많아도 아직 이사를 못 달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이사를 달면 '아니 재주는 곰이 피우고 돈은 누가 챙긴다더니 우리는 이게 뭐냐?' 이런 식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일 텐데, 그런 반발 심리가 과연 1년이 지나면 달라지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달라지기는커녕 ’부장에서 1년 만에 이사 단다‘고, 반발은 똑같이 거셀 것이다. 


 둘째는 요구하는 연봉을 맞추기 위해 부족액을 별도로 채워주겠다고 하는 문제이다. 이분은 어찌 됐든 연봉 총액만 맞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세상일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이런 방식은 자칫하면 이분에게 일종의 덫이 될 수도 있다. 왜냐면 주변 동료들은 공식적인 급여만 알 것이므로, '아니 대기업에서 연봉 많이 받던 분이 왜 그것밖에 안 받고 우리 회사로 왔느냐?' 이렇게 물어올 텐데 뭐라고 답할 것인가? 물론 ’비전을 보고 왔다‘는 등, 적당히 둘러댈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잘 둘러대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으로 결국 별도 급여가 알려질 텐데 그러면 이분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 따돌림당한다. 또 그 외에도 몰래 받는 돈은 정식 급여와 달라서 허공에 흩어져 버릴 가능성이 크다. 내가 아는 지인이 이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몰래 받는 액수를 집에 이야기 안 하고 개인 비자금으로 활용했다. 이게 처음에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회사가 다음 해에 공식 급여 인상을 안 해주고 대신 그 비밀 급여를 정식 급여로 전환해버렸다. 어떻게 됐을까? 집에서는 월급이 인상된 것으로 알고 아내가 좋아하니 속사정을 말할 수도 없고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물론 이분이 가고자 하는 회사가 그렇게까지 꼼수를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셋째는 기존 인력의 사기와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말이 언뜻 듣기에는 옳은 말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문제가 많다. 이분은 현재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는데 그 회사에서 이분이 필요했기 때문에 먼저 오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분의 전문성이나 능력이 현재 그 회사에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건데, 그러면 회사는 그런 사정을 기존 직원들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즉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높은 회사 발전을 위해서 나이나 경력 기준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준으로 직급과 연봉을 책정하며 인재를 영입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문가들이 와서 회사를 더 크게 키울 것이요, 그 열매가 결국에는 여러분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업 문화 자체를 개방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나이와 연공서열에 매여서 눈치 보는 폐쇄적 기업 문화를 유지한다면 이분이 가서 설령 1년 후에 이사를 단다고 해도 큰 비전이 없다고 본다. 


 마지막 이유는 1년 후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직하게 되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이분은 자신의 업무 지식, 노하우를 대부분 쏟아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분의 노하우는 독점이 아니라 공유되는데 그때는 '칼자루'를 회사가 쥐게 된다. 즉 약속한 이사 승진을 안 시켜 주어서 이분이 반발할 경우, '그래? 어쩔 건데? 우리가 필요한 것은, 웬만큼 다 알았으니 다른 데로 갈 테면 가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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