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속지 말고 '어떻게 사느냐'에 집중하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편견에 속지 말고 '어떻게 사느냐'에 집중하라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18-04-02

‘할랜드 샌더스’, ‘그랜마 모제스’, ‘루이스 부르주아’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60세를 훌쩍 넘긴 뒤늦은 나이에 성공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할랜드 샌더스는 64세에 KFC를 세웠고, 그랜마 모제스는 78세에 미국의 국민화가가 됐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오랜 무명의 세월을 견디고 80세가 넘어 세계적인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왜 어떤 사람들은 나이에 초연하게 제대로 된 인생을 일구고, 어떤 사람들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노년을 보낼까? 육체적, 정신적 노화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늙어가기 위해선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근 <늙어감의 기술>이라는 책을 낸 세계 최정상의 노화학자 마크 E. 윌리엄스 교수를 인터뷰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노인의학 분야 임상 경력 40년의 전문가다. 


<늙어감의 기술>에서 윌리엄스 교수는 ‘노인은 다 비슷하다. 노인은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등 우리가 가진 어둡고 초라한 노년에 대한 편견들을 반박한다. 그에게서 듣는 노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설명들은 풍요롭게 나이 들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한국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노화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노화를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Aging)은 생애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점진적으로, 예상 가능하게, 또한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발달과 성숙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노화와 질병은 미묘하고도 복잡한 상관관계를 가지긴 한다. 하지만 노화란 질병이 축적된 결과물이 아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근본적 토대는 생물학적 나이와 숫자상 나이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질병에 기인하지 않은 정상적인 노화는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우리 몸의 각 기관에는 비축분(Reserve)이 있다. 비축분이라는 것은 손상이나 피해의 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각 기관의 여분을 뜻한다. 생리적 의미에서 정상적인 노화는 소화, 신경, 호흡 등 각 기관의 비축분과 우리 몸의 자가 복구 능력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침식 현상은 극도로 격심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확연히 나타난다. 통상적으로는 나이가 들면 복구 능력, 즉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에 한계가 오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최소한의 신체 이상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노화란 우리 각자가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확실한 사실 때문에, 우리 삶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행히도 많은 과학적 증거들이 우리가 노화의 질이나 속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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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노화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8가지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에서 ‘살을 빼면 수명이 길어진다’가 편견이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약간 비만인 편이 오히려 장수에 좋다’고 했는데, ‘장수’라는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체중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건강과 장수의 관점에서 볼 때 4.5~9kg가량 더 나가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체중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것이 ‘BMI’라고 불리는 체질량지수이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간단하게 나눈 측정치이다. BMI지수가 18.5 이하이면 저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규정한다. 40 이상인 경우는 병적 비만에 해당한다. BMI와 사망률은 본질적으로 완만한 U자 형태를 띤다. 양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은 곡선이 거의 편평하게 이어지는 가운뎃 부분 사람들보다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 병적 비만(BMI지수 40 이상)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수명 제한 질환에 속한다. 체중 곡선의 양 극단에서 보이는 높은 사망률은 (진단된 것이든 아니든) 심각한 질병이나 거식증과 같은 섭식장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잠재적 질병 요인, 흡연, 기타 다른 요소들을 통제하더라도 마른 사람의 사망률이 살짝 비만인 사람들보다 높다는 결과들이 세계 여러 연구기관들에서 발표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체중을 줄이는 행동 자체가 실제적으로는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체중이 10%가량 줄어든 사람은 체중에 변화가 없었던 사람에 비해 사망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 사망률 증가는 주로 심장질환 때문이었고, 이는 곧 아주 실질적인 의미에서 다이어트가 건강에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다이어트 걱정은 하지 마세요’가 나의 모토이지만, U자 곡선의 오른쪽 가파른 끝에 위치한, 즉 BMI지수가 35를 넘는 사람들의 경우라면 예외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약간의 체중 감소가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당뇨, 고혈압,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에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분들의 경우도 체중 감량을 권한다.  





약간의 비만이 오히려 장수에 유리하다면 굳이 힘들게 운동을 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적당한 자극이 없다면 에너지 원천이 다른 곳에 쓰여 몸은 노쇠해지고, 활성산소가 유발하는 손상이 증가한다. 만성질환에도 더 쉽게 노출된다. 규칙적으로 적당하게 운동을 하면 우리는 생화학적 측면에서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여기서 지속적인 신체 활동이 핵심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단순히 몸매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만들어진 몸을 반드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80대도 운동을 통해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나이에 비례해 신체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운동은 몸의 기능과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몸을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과 조기 사망의 위험도 줄여준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50세에 적당한 운동을 하면 수명이 1년 반 정도 늘어나고, 운동의 강도를 높일 경우 3년 이상으로 수명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운동은 타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줄 가능성이 높다. 평균적인 65세 노인들은 장애 없이 대략 13년 정도를 살 수 있다. 반면 역동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65세 노인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최소 18년을 장애 없이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종류의 운동을 하는가는 실제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나 선택해서 하루에 최소 30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된다. 태극권이나 기공은 이러한 운동의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대표적인 통설인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이름을 기억 못 한다거나, 자동차 열쇠를 어디 두고는 못 찾는다거나 하는 일이 많아진다. 이 또한 편견으로 볼 수 있는가? 


사람들이 노화와 관련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아마도 정신 기능에서 일어나는 변화일 것이다. 심각한 정신 기능 장애 때문에 우리의 삶과 독립성이 위협받게 되는데, 우리는 뇌를 이용해 위험을 인지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무능하게 되는 것을 이처럼 두려워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행동이다. 오히려 모든 정신적 기능이 나이를 먹으면서 쇠퇴할 거라는 잘못된 가정이 훨씬 더 나쁜 일을 초래한다. 사소한 실수도 나쁜 방향으로 해석하고,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믿어버린다. 이러한 믿음이 사회적 고립과 자존감 저하를 부추긴다. 


우리 모두는 기억력에 대해 걱정하며, 나이가 들수록 이 걱정들은 커진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 점점 많이 잊어먹고 아이가 돼간다는 고전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고정관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현대사회가 잘못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 가치들을 내면화한다. 그리고는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이 아닌가 하는 자기 의심 프로세스를 가동시킨다.


사소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기억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다면, 이는 질병이 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노화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8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은 인지 기능이 지극히 정상적이다.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질병의 파괴적인 영향력이 가볍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이런 질환들은 기억력과 기타 인지 영역에 영향을 주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이런 질병들과 정상적인 노화는 구분돼야 한다.  



익숙한 것에만 머무르려는 생활 태도도 기억력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 기억력은 다른 능력들처럼 소홀히 하면 할수록 기능이 저하된다. 반면 적당한 자극은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기억력이 나이를 먹으면서 퇴화될 수는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억력 저하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몸에 밴 습관들을 방치한다. 


우리의 습관들, 익숙한 태도들, 그리고 조건반사들을 이끌어내는 몸에 밴 행동들을 이해하는 것은 노화를 맞는 과정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습관은 우리가 삶을 일상화할 수 있게 해준다. 일상화(Routinization)는 어제와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만들어낸다. 이러한 일상화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경제적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고민하는 데 허비되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기 때문이다. 또한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처럼 어떤 습관적 행동들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습관 덕분에 우리는 ‘적응’이라는 불확실성을 피하게 된다. 습관은 창의성의 자리를 빼앗는다.


습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자신의 습관을 관찰해야 한다. 습관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너무 익숙하고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습관의 편안함이 주는 행복이, 습관이 우리를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가려버린다. 마치 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물고기와도 같다. 어떻게든 한 걸음 떨어져 습관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그 습관 자체가 나와 나의 기억력, 그리고 나의 행동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력을 관찰해보자. 


나이가 들면 지력이나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통설과는 반대로 노인이 돼서도 학술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들도 이렇게 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노년에 창의적이고 지적인 성취가 없을 거라고 예단할 이유는 없다. 아주 고령의 사람들이 이룬 기념비적 성취를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72세 때 <새로운 두 과학>을 썼으며, 벤저민 프랭클린은 79세 때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했고 납 중독을 연구했다. 바흐, 베토벤, 베르디, 그리고 스트라빈스키는 고령에 위대한 작품들을 작곡했다. 뉴욕시에 있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박물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92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매달렸던 마지막 작품이었다. 조지아 오키프는 90대에 시력이 약해지고 있음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는 나이 들수록 지혜와 감수성을 심화시키며 창조성을 더욱 발현할 수 있다. 독일 학자들은 노년에 생겨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알터스틸(Altersstil)’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본질적 형태는 줄어들고 초월적 특성을 내포한다는 의미다.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그리고 고야의 후기 작품들도 이러한 노년의 감수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 작품들은 인간 경험의 정수를 보여줄 뿐 아니라 궁극적인 영적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 예전에 70대 노인들의 성(性)과 사랑을 다룬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노인의 성을 처음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여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노인이 되면 성생활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했는데,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인가? 노년의 성생활은 노화나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나?


성적 활동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성적 활동이 감소한다면 이는 상상력과 기대감 감소에 관련된 것이지 성적 능력 자체와는 큰 관련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흥분하고 자극을 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남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발기부전이 많아지지만, 널리 알려진 것만큼 심하지는 않다. 노화가 여성의 성적 역량 또는 쾌감에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성적 활동의 빈도는 통상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이 맞지만, 이것이 노화에 의한 것인지 사회적 관습 혹은 가치관 때문인지, 성별이나 혼인 여부에 기인한 것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성생활을 하려는 의지, 성생활을 할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 여부일 수 있다. 또한 사회문화적 상황들이 성적 활동의 쇠퇴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성적 활동은 장수와도 유의미한 관계를 가진다. 과학적 연구를 보더라도 결혼한 남성이 결혼한 적이 없는 남성에 비해 8년 정도 더 오래 살고, 결혼한 여성이 미혼 여성보다 3년 정도 더 오래 산다. 이는 심혈관 질환 및 암 발병률의 감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더라도 일주일에 2회 이상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은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성들에 비해 사망 확률이 5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여성들의 경우 성적 만족도가 장수와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 모든 증거는 성적 활동과 만족도는 반드시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감소하는 것은 아니며, 성생활을 즐길수록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이 들어가는 한국인에 대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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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경제적 이유도 있겠으나 정신적 혹은 감정적 이유도 큰 듯하다. 노인들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 감정들엔 어떤 것이 있을까? 대처법이 있다면? 


고대의 한 현인이 장남과 불가에 앉아 있었다. 아들이 “제가 어떤 가르침을 기억하기를 원하시나요?”라고 묻자, 현자는 “우리 안에는 서로 계속해서 싸우는 늑대가 두 마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라.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 우리를 분노, 탐욕, 좌절, 질투, 적의, 그리고 비탄으로 가득 차게 만들려 하고, 다른 한 마리는 선한 늑대다. 우리를 사랑, 열정, 친절, 관대함, 인내, 자율, 그리고 자제력으로 채워주는 녀석이다”라고 대답했다. 아들은 한참을 조용히 생각하다가 결국 “어떤 늑대가 이기게 될까요?”라고 물었다. 현자는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라고 답했다. 


우리는 의식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감정을 다스린다. 성공적으로 늙는 것은 의식적인 투쟁의 결과이다. 자연은 유전자가 우리의 신체적 성장을 이끄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우리의 내적 성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가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기계적 발전이 아니라 일종의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발전이다.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직, 인내, 자율, 그리고 자제력 등 여러 덕목이 필요하다. 


우리는 감정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잘 관리된 감정은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이해를 얻고 내적인 조화를 이루는 데 우리의 지성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훈련하는 일은 불편할 수도 있다. 어느 순간 편안함과의 갈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내면의 작업과 영속적인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 부드러운 버터 덩어리로 칼을 날카롭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감정 통제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의식 성장의 시발점이 되며, 그때서야 우리는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감정들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라는 말은 한국에서 꽤 유명한 말이다. 그만큼 노년이 되면 나빠진 건강에 대한 약 의존도가 높아진다. 약간만 아파도 여러 병원을 순례하는 노인분들도 상당히 많고, 아프지 않아도 평소에 이런저런 몸에 좋다는 약들을 챙겨 드시는 분들이 많다. 노인들의 과도한 약물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인병 전문의로서 많은 노인이 약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데 동감한다. 내가 노인 환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크게 줄임으로써 약물 치료를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내 환자들 중 일부는 약물 처방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모든 질병에는 약이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독특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약물 복용은 위험해진다. 편리하게  ‘두루 적용되도록 만든’ 약물 방식이 효력을 잃고 심각한 부작용만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입원 환자의 약 10%는 약물 부작용에 의한 증상 때문에 내원한 경우다. 복용하는 약물이 많을수록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증가한다. 


노인들은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의사들과 약 처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즉, 약물 치료가 정말로 필요한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약물이 필요하다면 어떤 옵션들이 있으며 잠재적인 부작용은 무엇인지, 최소 복용량은 얼마이고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많은 한국의 중·장년들이 노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불안은 우리가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두려움과 달리, 불안에는 직접적인 외부 위협이 없다. 걱정은 의식과 관련된 반면, 불안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 불안은 비행기가 충돌하면 어쩌지? 사업이 실패하면 어쩌지? 우리 아이가 병에 걸리면 어쩌지?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어쩌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의식을 잠식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제어할 수 없는 일,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우리는 자신을 믿고 때로는 문제를 내려놓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좀 더 통제가 가능한 현실적인 염려들의 경우 주어지는 각각의 모든 기회에 온전히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부딪혀보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인다면? 


노년은 공허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노화를 바라보는 태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그 태도는 여러분의 성공적인 노화에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실을 직시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변화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 노년의 풍요로운 가능성들을 제대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목적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의존성을 최소화하며 노년의 삶을 극대화하는 이유는 바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년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편견에 속지 말자. 여러분의 노후는 충분히 생산적이고 독립적일 수 있다.


*마크 E. 윌리엄스(Mark E. Williams):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돌보는 환자들의 평균 나이가 83세이며, 40여 년간 노인의학 분야에서 활동해온 손꼽히는 전문가다. 저서로 <노인병 진단>, <손톱으로 건강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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