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 : 김용전 / 작가 2022-12-30
선배로서 고견을 들려달라고 했지만, 고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왜냐면 간단하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작가가 되는 법에 관한 책이 여러 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중에 목차를 보고 마음에 드는 한두 권을 골라서 읽어보라고 권한다. 물론 이분이 필자한테 질문을 보낸 건 내가 귀농이라는 비슷한 경로를 거쳐서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알려달라는 건데, 우선 그런 책을 보면 작가가 되는 과정을 상당히 자세하게 수록해 놓았기 때문에 일단 책만 봐도 작가가 되는 길에 대해서는 감이 잡힐 거로 보며, 덧붙여서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 네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겠다.
작가가 되려면?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첫째는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 즉 내가 책으로 쓰고 싶은 내용이 지금까지는 관련 서적이 없었던 내용인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책으로 많이 써낸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또 써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물론 같은 테마라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연구를 했거나 더 깊은 내공을 가진 이야기라면 다시 써도 괜찮다. 사실은 이분이 귀촌한 뒤에 흙집을 짓는 과정에서 느낀 점과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점을 정리한 원고를 질문과 같이 보내 왔는데 그 분량이 단행본으로 치면 900쪽 정도 될 만큼 아주 길어서 끝까지 읽지 못했다. 사실 집짓기와 귀농 귀촌에 관한 책은 많이 출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책들과 차별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둘째는 본인이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일단은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음으로써 내 책이 기존 책들과 차별화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다음은 한 마디로 그 분야에 남다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필자의 경우는 책 한 권을 쓸 때 보통 적으면 50권에서 많으면 100권 가까이 되는 관련 서적을 읽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예를 들면 필자가 2020년에 낸 <바다비안>이란 책이 있는데 여기에 주원장 이야기가 나온다.필자는 중국의 오함이란 사람이 쓴 주원장 평전을 기본서로 했는데, 책에 인용한 문구는 ‘주원장은 대권은 물론 소권까지 장악했던 인물이다’라는 단 한 줄이었다. 그런데 이걸 찾아내기 위해서 500쪽짜리 주원장 평전을 다 읽었고, 또 같은 책에서 맥아더 같은 경우는 열 줄을 인용했는데 <아메리칸 시저‘라는 맥아더 평전은 상, 하 두 권으로 전체 분량이 1,000쪽에 이른다. 책에 인용하는 양에 비하면 만만치 않은 독서량이다.
셋째는 어떤 정보를 찾아서 쓸 때 원전을 찾아서 직접 읽어보고 써야지 인터넷에서 보고 인용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필자가 2015년에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이란 책을 쓰면서 이 점을 놓쳤다가 큰 실수를 했는데, 어떤 선행을 베풀고도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걸 불교 용어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한다. 이게 금강경에 나오는 말인데 인터넷에 보면 무상주보시라고 나온 곳이 많았다. 그런데 하필 그걸 보고 책에다 무상주보시라고 쓴 거다. 팬 중에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젊은 CEO가 한 분 계신데 책이 나가자마자 딱 이 부분을 지적하는데 그때 크게 깨달았다. 인터넷에는 오류가 아주 많다.
끝으로 기회의 변장술을 간파해야 한다. 이 말은 책을 내고자 해서 꾸준히 노력해도 그 기회가 바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단번에 좋은 책을 써서 작가가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나 이분처럼 직장 생활하다가 퇴직한 경우는 그런 기회가 쉽지 않다. 필자는 회사에서 팽당한 뒤에 첫 책을 낼 때까지 상당한 시련을 겪은 뒤에 그 기회를 맞이했다. 마치 내 운명이 나를 시험하는 것처럼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길이 열렸다. 특히 이 부분은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잘 안 되고 운이 따라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귀인이 나타난다고 표현하는데, 본인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그걸 기특하게 여겨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한 마디로 몇 번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라, 강한 시련일수록 그게 기회가 가까웠다는 뜻이다.
김용전 작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동 대학 경영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밟았으며, 보성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주)재능교육 창업 멤버로 참여, 17년간 일했다. 조선일보 및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오랜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토사구팽 당하라>(2006), <회사에서 당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법>(2007),<남자는 남자를 모른다>(2008), <직장 신공>(2012),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2014)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담아왔으며, KBS의 '아침마당', ‘스펀지’를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서 강사로 출연했다. 현재는 헤럴드 경제 신문에 ‘직장신공’이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고, KBS 1라디오의 '성공예감 김방희'에서 '성공학 개론'을 맡아 고정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