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이제 시작했는데 내 친구는 어떻게 결말을 다 알고 있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 드라마 이제 시작했는데 내 친구는 어떻게 결말을 다 알고 있지?

글 : 김봉석 / 작가 2023-03-21

지난해 말 방영하여 화제를 모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독특한 설정이 있다. 순양 그룹의 직원 윤현우는 오너 가문의 비밀에 근접했다가 살해당한다. 그리고 깨어나니 자신은 윤현우가 아니라, 순양 회장 진양철의 막내 손자 진도준이다. 게다가 시간은 1987년. 현실에서 절대 불가능한, 이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있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웹소설의 인기 트렌드가 바로 ‘회빙환’ - 회귀, 빙의, 환생이다.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거나, 과거 누군가의 몸에 빙의하거나,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마크 트웨인의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라는 소설이 있다. 19세기의 미국인이 갑자기 6세기 아서왕의 시대로 가게 된다. 타임 슬립을 한 이유나 방법은 나오지 않고, 현대인이 과거의 세계에서 겪는 모험과 활약을 그린다. 현대의 지식과 과학을 알고 과거로 간다면, 현대인은 고대나 중세에서 신 최소 영웅 정도의 활약은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특정한 지식, 정보, 기술을 가진 사람이 과거나 이세계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회빙환’이라고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윤현우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대충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 어떤 사업 분야가 성장하고 몰락하는지,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가 있고 언제 위기가 오는지. 일반인이라도 이런 정보를 미리 안다면, 잘 판단하고 움직여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재벌의 막내’라는 지위를 가진 진도준이라면 더욱 엄청난 돈을 벌 것이고. ‘회빙환’의 인기는 소위 ‘이생망’의 반영이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다. 평범한 가정에, 보통의 외모와 두뇌를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인스타의 셀럽들처럼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픽션에서라도 대리만족을 해보자. 평범한 나라도, ‘회빙환’을 거치면 언제 어딘가의 영웅, 재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웹소설, 웹툰에는 이처럼 독자의 욕망을 대리 체험, 만족시켜주는 내용이 많다. 시대와 대중의 욕망을 다소 말초적일지라도, 화끈하고 강력하게 채워주는 것이다. 그 이유로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지는 웹소설과 웹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시맨틱 에러>, <사내맞선>, <신입사원> 등이 웹소설 원작이다. <D.P.>, <스위트 홈>, <경이로운 소문>, <치즈 인 더 트랩>, <이태원 클라쓰>, <신성한 이혼>, <모범 택시> 등 드라마는 웹툰 원작이다. 지금은 웹툰 원작이 웹소설보다 훨씬 많다. 아직은 웹소설이, 급속하게 성장한 웹툰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다.


웹툰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2000년대 초반 강풀의 <순정만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 웹툰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기다리면 무료’로 웹툰을 볼 수 있고 다음 화를 미리 보고 싶으면 요금을 지불한다. 주로 연재가 끝나면 유료로 전환된다. 웹툰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천 스토리를 제공하는 역할도 중요하게 담당하며, 영화와 드라마로 각색되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 많다. 웹소설의 전신은 90년대 말의 인터넷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그리고 귀여니의 로맨스 소설 등 한국에 거의 없었던 장르의 작품들이 PC통신 게시판 등에 올라오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책으로 출간되어 수백만부가 팔려나갔다. <퇴마록>과 <늑대의 유혹>등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터넷 소설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인터넷상에서 과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없었고, 여전히 종이책을 내야만 작가의 수익이 가능했기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없었다. 이후에 인터넷 동호회와 소규모의 웹사이트 등에서 인터넷 소설은 지속되었다. 시간이 흘러 웹소설이 급속하게 성장한 이유 하나는 작품마다, 회마다 구독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터넷 소설과 웹소설은 작가도, 독자도, 창작 방식과 독자와의 소통 방식도 기존의 소설과 워낙 다르기에 새로운 분류가 필요했다. 그리고 주로 PC를 통해서 읽는 인터넷 소설이 모바일을 통해서 읽는 웹소설로 바뀌는 것도 차이가 있다. PC로 읽을 때는 길게 이어지는 글도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모바일로 보면, 이동 중이거나 잠깐 시간을 낼 때 읽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스낵 컬처라는 말도 생겨났다.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하여 영상도 유튜브, 틱톡 등 단시간에 많은 콘텐츠를 훑는 방식으로 수용의 방식과 환경이 변화한 것이다.


한국의 웹소설은 2013년 100억 원 수준에서, 2021년 6천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8년여 만에 6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22년의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 정도로 추산된다. 웹툰 시장과 별 차이가 없다. 웹툰 시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한 것에 비하면, 웹소설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웹소설과 웹툰 산업을 주도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 진출에도 힘을 기울여,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한국의 스토리를 해외로 확장하면서, 점점 메이저 문화로 성장하는 K-컬처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다. 2020년 ‘포브스’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영어권 작가 수익은 2019년 대비 75% 증가했고, 약 2,700만 달러(약 353억 원)가 북미 웹툰 작가의 수익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만들어진 영화, 드라마를 보면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출판 시장도 대중 소설과 논픽션이 압도적으로 주도한다. 스티븐 킹, 댄 브라운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속속 영화로 만들어진다. 크게 유명하지 않은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놉시스, 캐릭터와 플롯 구성 등을 거쳐서 시나리오로 완성하기까지는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 이어진다.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도 태반이다. 판권료를 내고 구입하는 원작이,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시작하는 것보다 수월하고 비용도 절감된다. 한국은 대중소설이 괴멸 상태였고 출판만화도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터넷에 연재하는 웹툰이 급격하게 성장했기에 점점 웹툰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많아졌다. 지금은 웹소설이 한몫을 차지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을 보지 않는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회방환‘ 설정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시청자는 낯선 설정에도 쉽게 빠져들었다. 약간 낯설다 해도, 인물과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쉽고, 새롭고, 대중적인 것은 웹소설의 장점이다. 앞으로도 웹소설의 영상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층이 넓지 않은 웹소설의 독자층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더욱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작품이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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