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소비지출 놓고 벌어지는 부부갈등 해결책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은퇴 후 소비지출 놓고 벌어지는 부부갈등 해결책은?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3-03-21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흥미로는 은퇴 관련 칼럼을 발견했다. 지난해 9월에 WSJ 편집자를 끝으로 은퇴한 요더 부부가 은퇴 1년 만에 맞닥뜨린 갈등을 다룬 글이었다. 은퇴 2년 차를 맞은 나로서는 당연히 이들의 고민거리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주방 찬장 교체를 놓고 이들 부부는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34년 동안 써온 찬장을 교체하고 싶다는 부인의 말에 남편은 반대하고 나섰다. 월급이 끊긴 상황에선 최대한 지출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보기에 찬장 교체는 지출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대상이었다. 남편은 은퇴자금이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수십년 동안 매월 지원해온 기부금도 중단하자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남편의 태도라면 은퇴 이전에 약속했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재무 컨설턴트에게 상담도 받았다. 재무 컨설턴트는 은퇴자금이 조기에 바닥나지 않도록 설계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들 부부를 안심시켰다. 그런데도 남편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결말이 흥미롭다. 부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칼럼 덕분에 남편은 원고료 수입을 주식형 펀드에 넣거나 용접기를 사는 데 쓰기로 했고, 부인은 찬장 교체에 지출하기로 했다. 이들의 갈등은 이렇게 봉합됐다.    


은퇴 후의 소비지출을 놓고 벌어지는 이런 갈등은 요더 부부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나도 이런 종류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요더 부부와 상황이 비슷하다. 나는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되도록 소비지출을 줄이자는 쪽이고, 아내는 그동안 열심히 돈을 벌었으니 마음 편하게 쓰자는 입장이다. 은퇴 이전엔 이런 사소한 소비지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통장엔 넉넉한 여유자금이 쌓여 있어 아내 마음대로 살림살이를 꾸려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자금 통장이 바닥을 드러내고, 투자했던 돈은 원금을 까먹고, 퇴직연금계좌에서 생활비를 찾아 써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자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살림에 간섭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아내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해결책을 씨름하는 과정에서 갈등(葛藤)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 덩굴나무에 속한 칡과 등나무의 성장 과정, 즉 칡은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성장하는 속성에서 갈등이란 말이 태동했단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니 싸울 일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소비지출 관련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꺼내든 게 수입창출 파이프라인 개발이었다. 나의 재능을 살려 조금만 더 노력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 결과 가정에 평화가 다시 찾아왔고, 내 마음도 편해졌다.  


은퇴 후의 소비지출을 놓고 벌어지는 부부 갈등 치유책을 ‘챗GPT’에 물어봤다. 대답이 그럴싸하다.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하고, 예산계획을 다시 세우고, 공감과 협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은퇴자금을 부부가 나눠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챗GTP는 제안했다. 인공지능 챗봇이 이런 지침을 줄 수 있을 정도이니 요더 부부에게도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길 것 같다. 칼럼을 써서 생활비를 조달하는 수입모델에 비상이 걸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지출을 줄이자는 남편 요더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되는 것일까. 


내가 요더 부부를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 요더 부부는 65세(남편)와 66세(부인)에 은퇴했지만 올해로 환갑인 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칼럼을 쓰고 외부 강의를 해야 은퇴자금을 덜 축내면서 생활할 수 있는 처지이니 말이다. 나의 글쓰기 수입모델이 지속가능 하려면 챗GPT보다 더 알차고, 더 실속 있고, 더 울림을 주는 칼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챗GPT가 조언한 내용 가운데 공감과 협상의 필요성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요더 부인 입장에선 주방은 은퇴 후에 더욱 중요해진 삶의 공간일 것이다. 더구나 34년된 찬장이라면 교체할 때도 됐다. 반대로 남편 요더에게는 단독주택을 고치기 위한 용접기가 필요했을 수 있고,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서 은퇴자금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은퇴 이후에 더욱 요구된다.  




은퇴 이후 소비지출을 줄이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만족도를 심하게 떨어뜨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지인들의 경조사를 외면하고, 기부금 지원을 중단하고, 비용 때문에 식사 모임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노후생활을 피하고 싶다면 젊었을 때부터 100세 인생 디자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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