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분배 ETF의 인기, 그 이유와 현황
글 : 윤재홍 /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매니저 2023-11-08
돈은 항상 솔직하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다시 말해 수익률이 높거나, 거래상 메리트가 높은 곳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2020년 이후 국내 투자자금은 해외 주식으로, ETF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최근 ETF 시장 내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는 영역이 있다. 바로 월분배 ETF다.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월분배 ETF는 불과 15개월 만인 2023년 9월말 기준 32개 종목, 2조764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월분배 ETF, 좀 더 정확하게는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는 말 그대로 ETF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배당, 채권 이자 등을 모아 월간 단위 분배금 형태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2023년 9월 기준, 미국에 상장된 3188개 ETF 가운데, 월분배금을 지급하는 ETF는 총 725개 종목(22.7%)에 달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투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월배당 ETF 가운데 운용자산 6위에 해당하는 Global X Nasdaq 100 Covered Call ETF(QYLD US)의 경우, 12개월 분배금 기준 연간 11.8%의 분배금을 월간 단위로 지급하기도 했다(2023.10.11 기준).
투자자들이 월분배 ETF를 선호하는 이유
국내에서 월분배 ETF가 각광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예상 가능한 현금 흐름, 특히 월간 단위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현실화하면서 자산관리의 중심축이 적립에서 인출로 이동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고, 매월 월급처럼 현금이 발생하는 ETF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는 짧은 배당 주기로 인해 재투자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투자기간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경우 매월 발생하는 배당을 자신들의 필요와 생애주기, 스타일에 맞게 재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복리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셋째, 변동성 관리에 유용하다. 금리 인상이나 인플레이션 등 증시의 불확실성이 쉽게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월분배 ETF에 투자하면 매매와 상관없이 매월 일정 수준의 현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 시장 방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국내에도 해외 우량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월분배 ETF나 다양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ETF들이 다수 상장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한국의 월분배 ETF 종목들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는 어떤 월분배 ETF들이 있을까? 2023년 10월 10일 현재 한국에 상장된 월분배 ETF는 <표2>와 같다.
국내 월분배 ETF 목록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해외 주식’과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해외 주식 및 채권 비중이 높은 이유는 분배금 재원 마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지수의 경우 장기간 검증된 지수를 기초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수 자체의 안정성 및 배당 지속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미국에 집중되는 분포를 보이는데,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 편입 종목의 78%가량이 분기별로 분배금을 지급할 정도로 분기 배당이 일반화돼 있고, 배당일도 기업별로 달라 월간 단위 현금 흐름을 만들기에 용이하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이 사전에 분배금 지급 일정과 분배금 규모를 공시하고 있어 투명성도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상품을 살펴보자.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의 경우 ‘미국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s)지수’를 추종하고 있는데, 이 지수는 미국 대표 대형주 500개를 편입하고 있는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가운데 배당금을 25년 이상 꾸준히 늘려온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다.
S&P 500이라는 대형주의 상대적 안정성과 함께 25년 이상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온 이력을 바탕으로 배당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 KBSTAR 미국S&P배당킹 ETF같은 경우, 50년 이상 장기간 배당금을 늘려온 기업을 편입하고 있다.
물론 월분배는 분배금을 지급하는 형태에 불과하다. 동일 지수를 추종할 때 연간이든, 분기든, 월간이든 지수수익률은 동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월분배 ETF는 투자자들에게 매월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월분배 ETF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월분배 ETF 투자를 염두에 둘 때 기억할 점은 일반적인 배당 투자 원칙처럼 배당수익률만을 보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배당수익률뿐만 아니라, 주가수익률까지 포함한 것이 우리가 얻는 총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당의 안정성과 함께 기초지수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총 수익률 = 주가수익률 + 배당수익률). 즉, 분배금 내역과 함께 과거 기초지수의 흐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개념을 잘 알고 있어야 월분배 ETF를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월세 받는 ETF 전성시대, 원분배금 활용법]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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