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 세계 핀테크 허브를 꿈꾼다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3-10-10
지난 1991년 인도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경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신경제정책 (New Economic Policy)을 수립한 바 있다. 당시 경제를 이끌던 만모한 싱 재무장관은 자유화, 민영화, 세계화라는 엄청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을 수립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무역을 비롯한 인도의 각 산업 분야는 좀 더 다양화되고 번창하기 시작했다. 공공 부문은 민영화되어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관세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와 무역하고, 외국인 투자도 증가했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인도의 항공, 통신과 같은 부문에서는 전례 없는 성장을 이루어냈다. 인도의 비즈니스 생태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991년의 유례없는 혁신적 정책이 수년 동안 인도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가운데, 현재 인도에서는 새로운 혁명을 위한 또하나의 물결이 인도 전역을 휩쓸고 있다. 산업은 물론, 인도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흐름, 바로 금융 민주화이다. 그리고 금융 민주화의 최전방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2015년 실시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의 흐름을 타고 나타난 인도의 역동적인 핀테크 기업들이다. 실제 디지털 인디아 개혁을 실시한 이후 스타트업 11만 개가 생겨났고, 이 가운데 110개가 넘는 기업들이 유니콘에 등극했다. 이들은 2023년 현재, 인도의 금융 환경을 포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핀테크의 파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벤처캐피탈 QED 인베스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글로벌 핀테크 산업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향후에도 놀라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의 규모가 현재 2,45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5천억 달러로 6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핀테크 산업이 전 세계 금융 서비스 매출의 최대 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미국을 능가하는 선도적 핀테크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태 지역은 27%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탄탄한 핀테크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고,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이끌 기술적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최근 핀테크 허브국으로 급부상하있는데, 페이티엠(Paytm), 제로다(Zerodha), 크레드(Cred)와 같은 선도적 스타트업 기업이 핀테크 분야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벤터 캐피탈 회사인 베세머(Bessemer) 벤처 파트너스에 따르면, 인도의 자국 내 신용은 두 배 뛰어 5조 5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뮤추얼 펀드 운영자산(AUM) 규모는 4천억 달러에서 5배 성장하여 2조 달러가 될 것이며, 보험은 2030년까지 1천억 달러에서 5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곧 신규 핀테크 기업에게 엄청난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
핀테크 기업인 오픈(Open)의 디나 야곱 공동 창업자는 “전 세계는 인도의 핀테크 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핀테크 생태계는 국제적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우리는 핀테크 분야의 혁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핀테크의 성장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UPI(통합결제시스템)를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도입된 UPI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다양한 은행의 통합 서비스,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거래를 가능케 하는 기능 등을 갖춰, 인도의 핀테크 성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디지털 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UPI는 수많은 인도인이 모바일 뱅킹 및 전자지갑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PwC는 인도에서 UPI를 통한 거래가 하루 1억 건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인도는 UPI를 통해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자국민 8억 명에게 누수없이 보조금을 지급했다.
인도의 UPI 혁신에 대해 많은 나라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인도의 UPI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디지털 담당 고노 타로 장관은 일본 역시 인도의 UPI 시스템에 합류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UPI는 싱가포르의 모바일 결제업체 페이나우(PayNow)와 협력을 통해 인도와 싱가포르 간 즉각적인 송금이 가능한 상태다.
페이티엠의 비자이 세카르 사르마 최고경영자는 UPI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우리는 UPI 시스템에 다양한 결제 수단을 포함시켜 그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제 UPI는 수익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향후 다른 결제 수단도 UPI에 포함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UPI의 수익화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전망들이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UPI가 디지털 공공재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으며, 수익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에 있어서는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대한 하나의 장(場)이 열린 셈이다.
핀테크 펀딩 관련 현황과 이슈
인도의 핀테크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환경에서도 중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트랙슨(Tracxn)의 2022년 인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전년대비 펀딩 금액은 47% 감소한 56억 5천만 달러에 불과했고 펀딩 라운드 수는 29% 감소한 390건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1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펀딩 라운드가 13개에 불과해, 2021년 기록한 26개 라운드와 비교했을 때 50%나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 역시 2022년 글로벌 핀테크 펀딩은 752억 달러로 2021년 대비 46% 감소했다고 밝혔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부문은 2023년 상반기에도 펀딩 규모가 지난 해 하반기 대비 50% 감소하는 등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펀딩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단계 펀딩 라운드가 거래 건수의 62%를 차지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들이 이어지고 있고, 업계 자체의 역동성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라운드의 평균 규모가 500만 달러라는 사실도 신흥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인슈어런스데코(InsuranceDekho), 크레디트비(KreditBee), 민티피(Mintifi) 등 인도의 3대 핀테크 기업이 자금의 64%를 공동으로 확보해 2023년 상반기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금했다는 사실이다. 펀딩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인도의 핀테크 부문은 전자상거래, D2C 부문과 함께 M&A 거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 부문의 펀딩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많은 수의 벤처 회사가 생겨남에 따라 여전히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핀테크 산업의 강점 및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 핀테크 기업 수는 9,646개로 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의 뒤를 바짝 뒤따르고 있다.
인도의 금융서비스 업체인 IIFL의 핀테크 보고서는 핀테크 산업이 2030년에 다다르면 1조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이며 연간 2천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인도 핀테크 생태계는 기존 기업 및 스타트업 모두에게 엄청난 성장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문별 성장에 관한 전망도 인도 핀테크 산업에 긍정적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디지털 대출 부문의 시장 규모는 2021년 382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5,150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폭발적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웰스테크(Wealthtech, 핀테크의 한 분야로 자금 및 자산 관리 분야) 기업들의 보유자산(AUM)도 2021년 200억 달러에서 2030년 2,37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슈어테크(InsurTech, 보험 분야 핀테크) 부문은 약 880억 달러 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네오뱅킹(neo-banking, 모든 은행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 부문은 2030년까지 2,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디지털 뱅킹이 기존 뱅킹 서비스를 재구성하는 잠재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인도, 구글의 핀테크 사업 거점으로
최근 인도의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글은 인도 서부 간디나가르의 기프트 시티(GIFT-City, Gujarat International Financial Tech-City)에 글로벌 핀테크 운용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인도의 핀테크 잠재력에 주목하게 되었다. 구글의 독보적 전문 지식 및 리소스를 호스팅하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추진, 혁신을 일으킴으로써 인도 핀테크 분야는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다. 또한 구글과 현지 기업들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 시장의 니즈에 맞는 최첨단 솔루션을 개발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그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기프트 시티가 구글의 핀테크 운영 거점으로 선정됨에 따라, 번창하는 핀테크 허브로서 국가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구글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의 존재는 또 다른 국제적 기업을 이곳으로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 및 기회의 유입으로 인도 핀테크 산업의 입지 또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약 75억 달러에 달하는 SGXNif ty(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Nifty 지수 파생상품)의 전체 파생상품 계약이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기프트 시티에 위치한 국제거래소로 이전되었다. 지난 7월 초 인도의 온라인 업체인 제로다의 니신 카맛 창업자는 싱가포르거래소에서 기프트 시티로 계약 이전이 진행된 사실에 대해 “이제 인도에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복잡한 절차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왔지만 이제는 엄청난 자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환영했다.
기프트 시티는 현재 다양한 산업을 대표하는 200개 기업의 허브로서, 인도 국제금괴거래소, 두 개의 국제증권거래소, 항공기 임대 기업, 대체 투자펀드사, 은행(HSBC, JP 모건, 바클레이), 브로커 딜러, 청산회사, 보험회사, 선박임대회사 등이 들어와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합류하면서 기프트 시티는 금융 서비스의 허브로 우뚝 서고 있다.
앞으로 기프트 시티를 통한 인도 핀테크 분야의 성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인도의 핀테크 혁신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고 국제적 통합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인도는 이러한 여정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핀테크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