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오르고 있다? 3가지 이유는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5-07-14
일본 증시 낙관론 확산, 이르면 내년에 50,000 시대 온다
트럼프노믹스, 최대 수혜국은 일본, ‘잃어버린 30년’ 탈출
일본 증시, 2025년 사상 최고치 경신 예상
6월 하순 일본의 수도권을 열흘 가량 다니며 물가 상승을 곳곳에서 실감했다. 정치 이슈로 번진 쌀값은 물론 음식값, 숙박료, 기름값 등 모든 소비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물가와 함께 임금도 올라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 줄을 잇는다.
일본 증시는 6월30일, 1년 만에 다시 4만 엔대에 올라섰다. 닛케이평균주가가 지난해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4만2000엔, 종가 기준)를 언제 경신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주(株)’ 매수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증시가 조만간 전 고점을 뚫고,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주가가 왜 오르는지, 어디까지 상승할지 전문가들의 관점을 소개한다.
세계 경제 판이 바뀐다, 일본은 수혜 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초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 소비자 가격이 치솟고 있다. 경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미국 제조업을 살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 영향으로 대미 주요 수출국은 대응책을 놓고 전전긍긍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1990년대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런 무역 환경 아래에서 일본은 물가와 임금이 오르며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하는 중이다.
미국 유명 투자컨설턴트인 사이토 진은 경제 전문지 프레지던트(7월호)를 통해 “트럼프정권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세계 질서가 대전환하고 있다” 며 “미국의 대 중국 제조업 견제 전략에 힘입어 일본경제가 다시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신자유주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드는 과정” 이라며 “일본이 최대 수혜 국가로 대두될 가능성이 커 ‘잃어버린 30년’에서 탈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증시, 5만 엔대 시대 가까이 왔다
7월 들어 일본 증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때마나 출렁이고 있지만, ‘일본 주(株)’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올 여름 시작된 일본 주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투자붐’이 아니라 일본 경제와 일본 주식시장의 구조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에민 유루마스의 프레지던트 최신호(7월호) 기고를 중심으로 일본 증시 상승 요인을 정리한다. 그는 일본주 강세 원인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기업들의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개선 효과로 상장사들의 가치가 올라갔다.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2015년 기업 통치 지침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를 발표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의 경영 자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사외이사 도입으로 기업 통치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자본 효율 향상과 주주 환원 정책도 대폭 강화됐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도는 상장사에 대해 경영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신흥 기업이 중심인 도쿄증시 ‘그로스 시장’의 경우 ‘상장 후 10년 뒤 시가총액 40억 엔 이상’이던 상장 유지 기준이 ‘5년 경과 후 시가총액 100억 엔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러한 조치들이 상장사들에 주가 대책을 철저하게 하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게 미덕이었으나, 지금은 자본을 잘 활용해서 수익성을 높이고, 회사를 성장시켜 주주 환원을 제대로 해야 상장이 유지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일본 기업들의 이익률과 자본 효율이 개선되며 주가가 상승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 주식에 비해 일본 주식이 크게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일본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미국주’에 비해 여전히 싸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 주식’과 ‘일본 주식’을 전체적으로 비교하면 아직 일본주는 저렴한 편이다. 현재, 미국 주식은 세계 전체 주식의 시가총액에서 60%를 차지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의 4분의 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이 과다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투자가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미국 주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주식도 언젠가는 적정 수준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에민 유루마스 투자 전략가의 예측이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에서 투자금이 빠져나올 경우 어느 나라 주식시장으로 흘러갈까. 유럽, 일본, 신흥국 등으로 가겠지만, 자금의 도피처로 ‘일본주’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의 아시아 국가로 이동했다. 아시아에서 최대 강국은 중국이지만, 지정학 및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 글로벌 자금의 도피처로 적당치 않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정권 출범 이후 미∙중 냉전이 고조되는 상황이 일본 기업에 호재가 되고 있다는 게 일본 주류 언론의 관점이다.
글로벌 자본과 서플라이체인이 중국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인프라와 인력, 제조업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에 생산 거점이 집중된 반도체 분야도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 등을 이유로 일본으로 분산되는 과정이다.
셋째,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이다.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상황에 놓였던 일본에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주식을 포함한 모든 리스크 자산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
일본 국내 자금만 해도 그동안은 저축 등 현금으로 주로 쌓여 있었다. 일본 개인들이 보유한 2000조 엔의 금융자산 대부분이 예금 및 적금이고, 주식은 15% 정도에 그친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이 물가 상승기를 맞아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인플레 국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제산업성이 4월 발표한 ‘일본경제 성장 시나리오’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 산업의 평균 명목 임금은 1시간 당 5366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기준 명목 임금 2885엔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증가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15년간 일본의 시급이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은 주가나 부동산 가격도 2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투자 재료를 종합하면, 일본 주식은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점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5만 엔대까지 단번에 질주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향후 경제 상황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일본은행 등의 금리 정책에 따라 서서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에민 유루마스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일본 증시가 5만 엔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망 투자 주식, 외화 벌어들이는 종목
일본 증시의 대세 상승기에 투자 유망 주식은 어떤 것일까. 단기적으로 소매업, 식음료업, 어패럴(의류), 레저 등 내수 관련주에 주목하라는 추천이 많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실질 임금이 크게 오른 데다 기업들의 보너스도 늘어나 개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창고업, 운수업, 가스 및 전력 주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메이드 인 재팬’ 브랜드 파워를 가진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 반도제 장비업, 소재주 등이다. 화장품, 식자재 관련주도 전망이 밝다. 제조업 대표 종목인 자동차 관련 주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해야 한다.
일본의 근, 현대 역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정치와 사회 구조에 극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에도시대(도쿠가와막부) 말기에 일어난 물가 폭등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일으킨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였다. 물가가 오르면, 정치가 움직이다. 1990년대 초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오랜 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본에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일본 증시의 움직임에 특히 관심이 가는 이유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서강대 대학원에서 석사(국제통상, 일본 전공)를 받았다.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취재기자로 입사한 뒤 도쿄 특파원, 편집국 온라인총괄 부국장, 한경닷컴 이사, 한경일본경제연구소장을 지냈다. 주일 특파원과 일본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로 세 차례 일본에서 일했으며, 경희사이버대,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등에서 강의 중이다. 2020년부터 시사일본어학원 등을 운영하는 시사아카데미의 일본연구소장을 맡아 한, 일을 연결하는 지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일본 여행, 실버산업투어, 일본 전문가 특강을 제공 중이다. 오랜 언론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최인한의 시사일본어>, 이코노미조선에 <최인한의 일본 탐구> 칼럼을 연재 중이다. 저서로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일본 기업 재발견>, <가나가와 치히로의 경영 성공철학 100가지 비법>, <손님 모이는 가게 따로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