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반격에 나선다!
글 : 마츠자키 타카시 / 경제 저널리스트 2023-10-11
2022년도는 소프트뱅크 그룹에게 어려운 해였다. 연결 매출액은 전년대비 5.6% 증가한 6조 5,704억 엔(약 60조원)을 기록했지만 연결 최종 손익은 9,701억 엔 적자였다.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의 실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수비에서 공세로
그러나 사장 겸 회장 손정의는 의연했다.
2022년 11월 기자회견을 끝으로 한동안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는 6월 21일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 “AI 혁명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다. 우리는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혁명의 첨단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비전펀드 실적이 부진하고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겠느냐”는 주주의 질문에 대해서도 “2조, 3조는 오차 범위 안”이라고 대답했다. 소프트뱅크는 약 5조 1천억 엔에 달하는 유동성을 갖고 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수비는 충분히 했다. 이제 반전 공세에 나설 때가 되니 마음이 설렌다.”
손정의는 그동안 시대를 내다보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식의 아슬아슬한 경영으로 소프트뱅크를 일본 굴지의 거대 기업그룹으로 키웠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
넷 비즈니스, 통신, 모바일 등으로 다각화
손정의가 소프트뱅크를 창업하는 계기가 된 것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부에 있을 무렵 발명한 자동번역기의 개발이었다. 이것을 샤프에게 팔아 1억 엔의 사업 자금을 마련했고,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유니슨 월드(Unison World)를 설립했다. 이후 아케이드 게임기인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일본에서 수입해 미국에서 판매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귀국하면서 유니슨 월드를 일본으로 옮겨 컴퓨터 도매 사업 등을 벌였고, 이후 경영종합연구소와 공동으로 후쿠오카 현 오노죠 시에 ‘일본 소프트뱅크’를 설립, 사장에 취임했다. 주사업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유통과 출판 사업. 이때 손정의는 PC 소프트웨어 유통을 통해 세상에 컴퓨터를 퍼뜨림으로써 디지털 정보혁명을 일으킨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회사는 본사를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옮기고 1990년에는 회사명을 소프트뱅크로 변경, 1994년에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적극적인 M&A 전략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1995년에 전시회 사업을 하던 미국 지프 데이비스(Ziff Davis)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2위의 컴퓨터 전시장을 운영하던 컴덱스(Comdex)를 순차적으로 인수했다.
이러한 매수를 통해서 손정의는 IT업계의 최첨단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S ‘윈도우 95’가 일본에서 발매되자 이를 계기로 일본의 인터넷 보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손정의는 1996년 야후와 합작해 인터넷 포털 야후 재팬(현재 Z홀딩스)을 설립, 일본 최대의 포털로 키웠다.
소프트뱅크는 야후를 발판으로 인터넷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1999년에 정부가 IT사회를 목표로 하는 ‘e-재팬’ 전략을 발표하자,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선진국에서 이미 보급되어 있던 통신 기술인 ADSL(Asymmetric DigitalSubsciber Line)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통신사 NTT는 통신망을 구리선으로부터 ISDN으로, 그 후 광섬유로 이행한다고 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ADSL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ADSL은 ISDN보다 더 빠른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게다가 비용도 싸다는 장점이 있었다.
손정의는 여기에 사운을 걸고 2000년부터 전문가들과 ADSL을 준비해, 2001년 6월에 ADSL을 사용한 브로드밴드 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해 9월에 ‘Yahoo!BB’라는 이름으로 브로드밴드 종합 서비스 사업을 개시했다.
유럽이나 한국, 홍콩 등에도 10년 뒤처져 있다는 일본의 광대역 환경은 단번에 개선됐고 소프트뱅크는 세계 제일의 스피드, 세계 제일의 싼 가격을 내걸고 통신시장에서 공세를 폈다.
또한 2004년 5월에는 전국 1만 2천㎞의 광섬유 네트워크를 가진 일본 텔레콤을 인수했고,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동시에, 이 인수가 모바일 폰 사업에의 교두보가 되었다.
암 인수 목적
모바일 폰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소프트뱅크는 2005년 11월 총무성으로부터 신규 참가 사업자로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06년 3월에 야후와 함께 영국 보다폰 그룹의 일본법인을 매수했다. 일본에서 처음 아이폰을 판매한 것이 히트를 치면서 소프트뱅크는 단번에 점유율을 확대했다. 손정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 통신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일본 통신사 e액세스, e모바일을 통합하고, 미국에서는 업계 3위 휴대전화 회사인 스프린트 넥스텔 코퍼레이션(Sprint Nextel Coporation)의 사업을 인수했다.
손정의는 2012년 2월에 플래티넘 밴드 900MHz대의 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윌컴과 e액세스를 합병해 와이모바일을 설립했다. 매월 50GB 한도의 대용량 가격제 위주인 소프트뱅크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고속회선에 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PC, 인터넷, 브로드밴드, 스마트폰 등 IT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그 물결을 타고 진화해 온 소프트뱅크가 다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것이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암 홀딩스(Arm Holdings) 인수다. 2015년 7월, 인수 금액은 약 243억 파운드(3조 3천억 엔)였다. 그때까지 소프트뱅크는 보다폰 일본법인 인수에 1조 8천억 엔, 미국의 스프린트 인수에 약 1조 7,820억 엔 등 일본 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의 기업 인수를 실행해 왔지만 암 인수는 그것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일본 기업의 인수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칩)의 설계나 개발에서는 세계 톱 클래스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암의 기술은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있는 프로세서나 멀티미디어 IP,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실제로 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프로세서는 애플, 화웨이,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휴대전화에 채용되고 있으며 또한 ‘닌텐도 스위치’ 등의 게임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디지털 카메라나 TV를 비롯한 가전, 무선랜 등 네트워크 기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어회로 등에도 폭넓게 채택되고 있다.
손정의가 거액을 들여 암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이런 계산이 있다. 본격적인 IOT 시대를 맞아 모든 디바이스에 반도체 칩이 들어가고 인터넷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AI로 해석돼 활용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반도체 칩은 30년 뒤에는 그 능력이 100만 배, 또 다음 30년 뒤에는 다시 100만 배가 되고,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가 도래하는 근미래에는 AI가 모든 산업의 위상을 뒤집어서 인류 역사상 최대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암은 기존 통신사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손정의는 바둑에 비유해 “프로가 두는 수는 당장 그 자리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것이니, 이후 50수, 100수가 지나면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왜 지금 이런 수를 두는지, 3년, 5년, 10년이 지나면 소프트뱅크 그룹에 암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300년 기업을 지향하는 ‘군전략’
IT업계는 영고성쇠 사이클이 빨라 한 기업이 IT업계 1위로 계속 군림하기 어렵다. 이른바 ‘30년 사이클 한계설’이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300년 지속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조직 모델로 ‘군전략’(群戦略)을 내세운다. 군전략이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과 자본관계를 구축하고 각자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도 동지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진화·성장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미 AI는 모든 산업을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AI로 인해 각산업을 변혁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2017년부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를 설립해 투자하고 있다. 그 수는 누계 473사(23년 6월 말, SV F1+SVF2+ LatAm 펀드). 암의 주식도 일부 현물출자 형태로 이관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AI군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자율적이고 빠르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2018년 12월 도쿄증권 1부(현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통신사업의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SVF와 제휴해 신규 사업을 창출하고, 광범위한 사업 기반을 살려 다양한 업계로 진출했다.소위 ‘비욘드 캐리어’(Beyond Carrier, ‘통신회사를 넘어’라는 뜻) 전략에 따라 중장기적인 지속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행보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 위기 등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SVF가 보유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2021년에는 1조 4,621억 엔의 당기 손실이 발생했다.
사실 손정의는 2022년 10월 경영자와 사업가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이 정도로 끝나도 좋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펑펑 울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아키텍트(건축가)가 되고 싶다”며 경영자로서의 활동을 줄이고 AI와 관련된 사업 확장에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침 그 무렵 생성 AI, 챗GPT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패러다임 전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손정의는 2023년 주총에서 “AI 혁명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물밑에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1분기 결산이 8월 8일 발표되었는데, 연결 최종손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1,627억 엔 적자에서 4,776억 엔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개선됐고, SVF는 전 분기 975억 엔 적자에서 2조 2,745억 엔 흑자로 전환했다. 또 소프트뱅크 그룹이 중요 지표로 삼는 NAV(시가순자산)도 작년도 3월 말 14.1조 엔에서 2023년 6월 말 15.5조 엔으로, LTV(순부채/보유주식가치)는 11.0%에서 8.0%로, 보유 유동성은 5.1조 엔에서 5.8조 엔으로 개선됐다.
바야흐로 공세로 반전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다음 한 수가 주목된다
마츠자키 타카시 경제 저널리스트
기업경영이나 M&A, 고용, 사업승계, 비즈니스모델, 경제사건 등을 취재. 현재 니케이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프레지던트 등의 경제지나 종합지, 산케이비즈니스아이, 일간 겐다이 등에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