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후 20년, 일본의 간병보험 현 실태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도입 후 20년, 일본의 간병보험 현 실태는?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3-01-16

일본인들의 평균 임금 수준은 경쟁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 공적 연금 수령액이 그리 많다고 할 수도 없다. 일본에서 노후를 공적 연금에만 의존할 경우 중류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는 질병이나 노쇠로 인해 예상치 못한 의료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후에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가이고(介護, 개호: 간병, 노인 돌봄) 보험' 덕분이다. ‘노인 대국’ 일본의 고령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회복지제도다. 2000년에 도입된 가이고 보험의 실태를 소개한다.


가이고 보험 3년 마다 개정, 40세 의무 가입


가이고 보험은 가이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사회 전체에서 부담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40세 이상 일본 국민이 가이고 보험의 피보험자가 되며, 보험료 지불 의무가 발생한다. 노화나 질병으로 돌봄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가이고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럴 경우 필요한 비용을 보험으로 충당하는 시스템이다.




가이고 보험 제도의 구조를 뜯어 보자. 보험료 지불 시작 시점은 40세 생일의 전일(만 40세가 되는 날)이 속한 달이다. 일본 국민은 이 때부터 가이고 보험료 납입 의무가 생긴다. 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65세. 가이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을 받으면, 가이고 서비스 및 주택 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 65세 이전에도 보험 적용 대상자가 될 수 있다. 40~64세 가운데 가이고 보험에서 정한 특정 질환에 해당하는 경우다.


가이고 보험료의 징수 방법은 대상자 연령에 따라 다르다. 1호 피보험자(65세 이상)의 경우 연금 수령액이 연 18만엔 이상 고령자는 특별 징수(연금에서 미리 징수)한다. 연금 수령액이 연 18만 엔 이하인 사람은 일반 징수(납부서 납부)한다. 2호 피보험자(40~64)는 가입한 건강보험을 통해 건강보험료와 함께 징수한다.


가이고 보험료는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개인 소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65세 이상이 지불하는 가이고 보험의 기준액(2021~2023년도)은 전국 평균이 월 6,014엔이다.


가이고 보험, 병원 입원 중 신청해야 유리


질병이나 사고로 급하게 병원에 입원하거나 퇴원 후 자택이나 고령자 시설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때, ‘가이고 보험’이 큰 도움이 된다. 가이고 보험은 65세 이상이면, 질병의 유무 및 종류와 관계 없이 ‘요(要)가이고(가이고가 필요하다)’ 인정을 받으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가이고가 필요할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을 ‘요(要)가이고 인정’ 이라고 한다.


‘要가이고 인정’을 받을 경우, 가이고 보험에 따른 가이고 서비스 이용료의 자기 부담은 원칙적으로 10%다. (소득에 따라 20~30%가 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1개월의 가이고 서비스 이용료가 19만 엔일 경우 실제 자기 부담액은 1만9000엔(10% 부담)이다.




가이고(노인 돌봄) 서비스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시점부터 필요하다. 따라서 가이고 보험을 신청하는 시기는 기본적으로 퇴원 전이다. 부모의 병환이 조금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입원 기간 중에 신청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 가이고 보험을 신청해야 유리한 점이 많다. 첫째, 입원 중에 ‘要가이고 인정’을 받게 되면, 자택으로 돌아온 후 곧바로 홈헬퍼(방문 간병인)나 데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와 가이고 서비스를 단절 없이 계속 받을 수 있다. 대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는 ‘要가이고’ 판단이 쉽게 나온다. 퇴원 후 자택으로 돌아오면, 입원 때보다 환자 상태가 대부분 호전되기 때문이다.


가이고 보험의 신청 방식은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병원내 지역 협력실이나 상담실에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곳의 직원이 환자 가족에게 퇴원 후 치료나 요양에 대해 다양한 상담을 해준다. 고령자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의 공적 기관인 ‘지역 포괄 지원센터’를 이용해도 된다. 일본에서 가이고 업무를 보는 직업군은 사회복지사, 보건사, 케어 매니저 등이다. 이들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도 된다.


가이고 보험, 재원과 인력 부족 심각


일본은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장기 저성장을 동시에 겪고 있다. 사회 각 부문에서 재원과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이다. 가이고 보험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가이고 보험의 피보험자인 고령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는 3년에 한 번씩 개정된다. 전국의 지자체(시,정,촌)가 개정 주체다. 고령자들이 지불하는 월 평균 보험료는 6,014엔. 실제로 내는 보험료는 거주 지역이나 소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00년의 2,911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가이고 보험 출범 당시보다 보험료가 오른 것은 고령화에 따라 가이고가 필요한 대상자와 각종 비용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이고 보험의 총비용(자기 부담액 포함)은 제도 창설 시점의 3조6000억 엔에서 11조 엔(2020년 기준)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비용 증가가 재원의 25%를 부담하고 있는 고령자의 가이고 보험료 상승 요인이다. 이들 고령자의 보험료는 기초 연금에서 미리 공제한다. 기초 연금의 월 평균 지급액이 약 5만 엔이어서 더 이상의 추가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이고 보험의 도입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고령자의 보험료 부담을 월 최대 5,000엔 선으로 상정했다고 한다.


이번 가이고 보험의 개정안은 제도 지속을 위해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고, 가이고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지급액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금까지도 보험 이용자의 부담액은 단계적으로 인상돼 왔다. 이용자 부담은 원칙적으로 10%였으나 2015년에 소득이 높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20%, 2018년에 30%까지 높아졌다. ‘특별 양호 노인홈’의 신규 입주자를 ‘요(要)가이고 단계 3’ 이상으로 한정하는 제도 개정도 2015년 도입됐다.


오는 2024년부터 시행될 가이고 보험의 개정안은 (1)정도가 심하지 않은 가이고 대상자에게 지급 억제 (2)케어 매니지먼트 유료화 (3)이용자 부담액 인상 등이 골자다. (1)항과 관련, 총 7단계로 나눠져 있는 가이고 대상자 가운데 ‘要가이고 1~2’인 사람을 ‘가이고 예방•일상 생활지원 총합사업’이란 별도의 틀로 옮기는 것이 옳은지가 쟁점이다. 돌봄의 정도가 가벼운 사람들(要가이고 지원단계 1~2)은 총합사업으로 이미 이관한 상태다. 원래 총합사업은 가이고 정도가 가벼운 사람을 대상으로 보험급 지급을 효율화 하기 위해 도입했다. 가이고 예방을 강화하고, 체조 봉사교실 등을 늘리고, 다양한 주체가 해당 계획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이번 제도 개정안의 최대 이슈는 보험 이용자 부담액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지다. 현재 시행 중인 보험료에서 자기 비용 부담을 20~30% 하는 대상자의 확대 방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단신 세대에서 20% 부담은 ‘280만 엔 이상’, 30% 부담은 ‘340만 엔’으로 연 소득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2023년 정기국회에서 ‘가이고 보험법 개정안’이 제출돼 2024회계연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재원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가이고(노인 돌봄)를 맡는 인력 부족 문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오는 2040년에 약 70만 명의 가이고 직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고 관련 시설 현장에서는 인력 확보가 너무 어렵다는 비명이 들린 지 오래됐다. 가이고노동안정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가이고 노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매우 부족’ ‘부족’ ‘약간 부족’이라고 대답한 서비스 업체들이 60%를 넘었다. 특히, 방문 가이고 업체들의 80.6%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인력난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가이고 직원들의 보수는 2009년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돼 평균 7만5000엔 정도 개선됐다. 이와 함께, 외국인 인력과 자원 봉사자를 확대하고, ICT(정보통신기술) 및 로봇 도입 지원, 현장 직원이 케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문서 작업량을 줄이는 대책도 추진되고 있다.




가이고 보험은 제도 도입 22년이 지나며 일본 국민들 사이에 정착했다. 하지만, 보험료 지급 비용이 늘어나면서 재원 부족이 현안으로 대두됐다. 게다가 인력 부족으로 헬퍼(방문 간병인) 의 고갈과 시설 사업자 철수가 잇따른다.


일본 전문가들은 가이고 보험을 3년 마다 소폭 개정하는 대신 미래 비전을 새로 그리는 대폭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고, 시설업체에 대한 보험료 지급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이고 전문력 확보도 시급하다. 정치가와 관료들이 국민들의 가이고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일본내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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