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원인] 회사에서 하루종일 더부룩, 내 소화불량 어찌하면 좋나요?
글 : 박민수 / 서울ND의원 원장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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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소화는 우리 몸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대사 과정입니다. 따라서 현재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서 소화 기능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질문에서는 더위만 언급하셨는데, 추위 때문에 소화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체내 소화효소 분비가 줄어들고, 배가 차가운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서 열을 빼앗기기 때문에 소화 기능이 떨어질 수 있ᄉᅠᆸ니다. 또 체온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거나 혈액이 골고루 돌지 못하는 혈액 순환이 안 되는 경우,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소화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무더위 역시 소화력이 떨어지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의 말초혈관이 확장하면서 소화기관의 혈관도 수축하게 됩니다. 혈액이 피부로 더 이동해서 체온을 높이면서 땀 분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소화기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장의 면역력이 떨어져 장염, 복통, 설사와 같은 위장 질환이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기온이 5도 올라가면 염증성 장질환이나, 감염성 장질환 입원률이 4.6%, 4.7% 정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더위로 인한 소화불량은 무더위 자체보다는 무더위로 인한 생활변화로 인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선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고, 차가운 음식을 자주 먹다 보니, 그로 인해 체내 온도가 떨어지거나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소화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장염에 자주 걸릴 위험도 높아집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오래 앉아서 지내는 것 자체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이를 일종의 병으로 칭하고 있는데, 이른바 ‘의자병’이라 합니다. ‘의자병’의 대표 증상으로는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저녁에 하체가 많이 붓고, 전체적으로 하체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며,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나중에는 하지정맥류, 척추 및 심장질환, 골다공증, 당뇨병 같은 여러 가지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점차 약해지면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혈액순환에 전반적인 문제가 생기며, 종아리 근육 경련이나 종아리가 당기는 증상, 다리 부종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자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만성적인 소화불량인데요. 물론, 지속적인 소화불량이 있다면, 먼저 위장 쪽에 어떤 기능상의 문제나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부터 살펴야 할 것입니다.
위식도 역류병(GERD), 위염, 소화성 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때문에 만성적인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위나 식도에 생긴 암이 그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물론 특별히 다른 질병이 없음에도 만성적인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화기질환 국제 표준 진단인 로마기준 Ⅳ 분류에 따르면, 이런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식후 고통 증후군’과 ‘명치 통증 증후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식사 후 포만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등 식사와 관련한 증상은 식후 고통 증후군에 해당합니다. 반면, 상복부 쓰림 및 통증 등 식사와 관련 없는 증상은 명치 통증 증후군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만성적인 기능성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먼저 조금만 먹어도 윗배가 부르고, 더부룩하며, 위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위의 운동성이 떨어졌거나 위장의 활동 리듬이 깨진 것이 원인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오랫동안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거나 신경이 예민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만 신경 써도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세 번째는 소화불량을 오래 앓으면서 체중이 줄고, 무기력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만성적으로 나타납니다.
혹시 자신이 이런 기능성 소화불량은 아닌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기능성 소화불량이 아님에도 소화불량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는 식사 후 생활습관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우선, 식사 후 흡연을 하거나 낮잠을 자는 경우, 소화불량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식사 후 곧장 자리에 앉아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면, 소화하는 위에 큰 부담을 주면서 소화불량을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소화는 무척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대사 활동입니다. 위장에 충분히 혈액이 공급되면서 소화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식사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소화에 충분한 에너지가 쓰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위장 운동을 좀 더 활발하게 해주려면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몇 가지 요가 동작을 해주어서 편안한 소화를 돕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식후에 소화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잠깐 시간을 내어 가볍게 걷는 것입니다.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고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원칙을 꼭 따라야 합니다.
첫째, 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게 먹되, 골고루 먹으며, 천천히 씹어 먹는 식습관을 잘 지켜야 합니다.
둘째, 음식 섭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때를 거르는 불규칙한 음식 섭취는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위 기능이 점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주식은 쌀을 위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밀가루 음식은 자주 먹지 않고, 맵거나 짠 음식은 식욕을 유지하는 정도로 줄여야 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정서적 스트레스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큰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물론,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오래 두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방치하면 영양실조, 장 손상 및 기타 심각한 합병증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은 영양실조입니다. 충분히 식사를 해도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점차 체중이 빠지면서 영양 결핍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2차 질환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또,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방치하면 소화 기능이 점차 떨어지면서 나중에는 각종 소화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장은 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입니다. 위장 기능이 나빠지면, 장 건강도 따라서 나빠지고, 결국에는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각종 질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소화불량에 대해서는 이와는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소화불량은 원인이기보다는 결과, 즉 어떤 원인의 증상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화불량으로 인해 다른 병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어떤 질병의 영향으로 지금 만성적인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혹시 자신에게 소화불량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다른 질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기능성 소화불량이 그 원인일 수도 있지만, 다른 병이 생기면서 그 원인으로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습관 문제나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암(위 또는 식도)이나 위식도 역류병(GERD), 위염, 소화성 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이 그 원인이 아닌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혹, 그 원인이 위 배출 지연일 때도 있습니다. 이는 음식물이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위 안에 머물러 있는 증상입니다. 배출 지연은 보통 소화관 신경에 영향을 주는 장애(당뇨병, 결합 조직 장애 또는 신경학적 장애 등)로 생길 수 있습니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GC헬스케어의 개발기획 이사를 역임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강연과 방송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 구독자 54만 명의 ‘박민수 박사’ 채널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저서에 <면역력 :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내몸경영> <저울면역력>, <마흔건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