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전같이읽기⑬] 65만 달러짜리 식사, 버핏이 가르쳐준 삶과 투자
글 : 숙향 2025-09-16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워라. 남의 실수로부터 배우면 더 좋다!
1년에 한 번 경매로 참가자를 선정하는 버핏과의 점심은, 2022년(1900만 달러)을 마지막으로 2000년(25,000달러)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습니다. (버핏은 2025년 버크셔에서 은퇴를 선언했는데, 자신의 생애를 정리해 가는 현인의 모습을 봅니다) 가끔 뉴스로 소개되었지만 경매에 참여한 이들이 자신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은 이 행사에서 버핏과 참가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진 게 많지 않았기에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다행히 버핏과의 점심을 모티브로 쓴 유일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버핏이 들려주는 65만달러짜리 강의를 경청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저자인, 가이 스파이어는 투자자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으나 자만심과 아집으로 인해 초기 경력을 망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한편 많은 양서를 읽고 스승들을 찾아 배우는 노력을 통해 투자자로서 성공합니다. 또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니시 파브라이와 워런 버핏, 두 스승과의 만남을 계기로 더 나은 투자자로 거듭나는데요. 이 책은 스파이어가 반복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극복해내는 여정을 13개 장으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스파이어는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수석졸업에 하버드 MBA라는 화려한 경쟁력을 갖고서 자신감에 넘쳐 (정해진 코스인 유명 투자은행 대신) 빨리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평판이 좋지 않은 투자은행을 첫 직장으로 선택합니다.
이 회사는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성공확률이 낮은 사업을 찾아낸 다음 무지한 투자 대중에게 주식을 팔아 넘기는 부도덕한 투자은행으로 스파이어는 입사 후 자신이 회사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도 자존심 때문에 그만두지 못합니다.
성공한 다음 그만둔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 결과 기술력이 뛰어나면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했지만, 자금이 절실한 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면서 투자은행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회사 행태를 보고서 그제야 사직하고 다시 구직활동에 나섭니다.
그의 화려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 경력이 오점으로 남아서 재취업을 방해합니다. 구직하는 동안 스파이어는 자기개발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감을 얻고 주위 권유로 버핏의 전기, [버핏]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등 양서를 읽으면서 가치투자에 기반한 투자공부를 하게 됩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트위디 브라운을 방문해서 (구직은 실패했지만) 가르침을 얻고, 세쿼이아 펀드 투자자 총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버크셔 해서웨이 영업보고서를 받아 읽으면서 롤모델로 삼은 버핏을 만나기 위해 버크셔 주총에 참석하는 등 가치투자 공부를 계속해 나갑니다.
1997년 투자은행 취업을 포기한 스파이어는 부자아빠의 도움으로 투자회사를 창립합니다. 운용한 펀드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크게 앞섰고 5년 뒤 펀드 규모가 5천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언론의 주목을 끌게 되는데 마침 잘나가던 펀드매니저 둘과 같은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비교 대상이 됩니다. 펀드 운용자금 규모가 월등히 큰 두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낀 스파이어는 투자금을 무리하게 키우자는 유혹은 뿌리치지만 사무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규모를 확장하는 식으로 낭비하기도 합니다.
이때 회사 인턴을 따라서 모니시 파브라이의 2003년 시카고 투자자 연례총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당시 처음 본 파브라이에 감동한 스파이어는 (그 주에 보낸 10통 중의 1통인) 평범한 감사 편지를 보냅니다. 이 편지를 받은 파브라이는 스파이어에게 연락했고 그래서 이루어진 저녁 만찬은 스파이어로 하여금 투자는 물론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일생의 멘토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방황하던 시기, 자기개발전문가, 토니 로빈스에게서 배운 편지 쓰기 습관 덕분에 파브라이와의 인연이 이루어진 것인데요. 첫 만남에서 파브라이는 스파이어에게 성공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복제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충분하다는 지혜를 줍니다.
(11번째 책으로 소개했던 대가인) 파브라이의 꼬드김에 빠져 경매에 참가해서 이루어진 버핏과의 점심은 2008년 6월 25일 있었고 스파이어는 훌륭한 사람을 모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버핏이 들려 준 얘기는 모든 투자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 시대 최고 스승이 들려주는 최고의 가르침입니다.
"외면적 평가가 아니라 항상 내면적 평가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은 당신을 최상의 연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연인이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은 당신을 최악의 연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최상의 연인이 되고 싶습니까?"
"찰리와 나는 큰 부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고,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으며,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부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 나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우리는 개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나이가 되어서도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내 계좌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내 인생은 완전히 실패입니다. 이것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기준입니다."
버핏과의 점심 후 스파이어는 버핏과 파브라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열정이 더 강해졌고,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요. 냉철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뉴욕을 벗어나 스위스 취리히로 이사했고 집에서 출퇴근 소요시간 10분 거리에서 구한 사무실은 버핏의 사무실을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배치합니다.
10장에서 ‘경영진과 면담하지 않는다’, ‘개장 시간 중에는 주식 매매주문을 하지 않는다’, ‘소유하고 있는 종목을 밝히지 않는다’는 등 그의 경험을 통해 확립한 ‘8가지 투자 원칙’을 밝히고 11장에서는 투자를 실행하기 전에 최종 확인하는 절차로 ‘투자 점검목록’, 즉 체크 목록을 작성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합니다.
(제 생각에) 투자 원칙 8가지는 독특한 것이 아니고 일반 투자자들이 그대로 모방해서 이용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면이 있지만, 체크 목록 작성 요령은 투자할 주식을 선정한 상태에서 결정하기 전 최종 점검 수단으로서 활용할 가치가 큽니다.
가치투자는 돈, 직업적 성공, 사회적 지위를 넘어서는 ‘진정한 가치 추구’가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스파이어는 투자는 물론 일상 생활에 있어 버핏과 파브라이 두 사람을 모방해서 실행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투자방식을 ‘버핏-파브라이 방식’으로 부릅니다. 이 책은 스파이어라는 어렵게 만들어진 가치투자자를 통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버핏과 파브라이 두 대가를 비롯해서 그에게 영향을 준 많은 대가들의 가르침를 배울 수 있습니다.
평가
이 책을 쓴 11년 전의 스파이어는 비교적 젊고 투자경력도 짧은 투자자로써 시장을 이기고 있는 성공한 투자자이긴 하지만 빼어나게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투자자는 아닙니다. 대학에서 배운 효율적시장가설을 10년 이상 맹신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영화 속의 인물, ‘개코’를 지향하면서 큰 실패를 경험하지만 주위의 조언과 스스로의 깨침을 통해 (조금은 늦게) 가치투자로 성공합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그의 투자법보다는 저자가 솔직히 밝히는 실수/실패와 이를 타개해 가는 과정을 통해 그가 얻은 교훈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우는 데 있습니다. 또한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 독자로 하여금 건전한 투자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1966년생으로 화려한 스팩에 자존심이 강한 스파이어가 겨우 두 살 많은 모니시 파브라이를 멘토로 삼고서 의지하는 모습, 그리고 이미 성공한 투자자의 위치에 오른 다음에 (큰 경매금이 부담스럽지만 파브라이의 강요와 배려로 참가하게 된) 점심 경매로 만난 버핏의 삶을 모방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애써는 모습은 모든 투자자가 귀감으로 삼아야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파브라이는 투자수익만을 쫓는 투자가 아닌 솔직한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 돈 그 이상을 추구하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데, 투자는 즐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치투자는 추구할 의미가 있다는 제 생각과도 (거의) 일치합니다. 쉽게 읽히지만 투자에 대한 지식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탁월한 감수자인 신진오 님은 본업 소득보다 투자 소득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전업투자자가 되는 것이라는 조언을 들려주는데, 제가 그랬듯이, 은퇴는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숙향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투자 일기>,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주식투자 이야기>의 저자. 40년간 직장인 투자자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재야의 고수'로 불리기도 했다. 중소기업 임원직을 거쳐, 현재는 전업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과 배당금으로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