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죽으면 연금은 손해일까?
글 : 강성민 / 영우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5-07-22
은퇴중산층으로 살기 위해서는 은퇴 후 현금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사람이라도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면 생활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전직 공무원이나 전직 교사 출신이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사는 이유가 그들이 받는 공적연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다.
퇴직한 회사원이 재직시 월급 정도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꽤 높은 수준의 노후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런데, 오래 살지 못하면 연금은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처럼 자신이 일찍 죽으면 불이익이 있을까봐 연금 형태로 자산을 축적하는 데 소극적인 사람을 주위에서 여럿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이다.
연금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면
일반적으로 금융상품들은 납입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해지환급금 형태로 일시금을 받게 된다. 사망으로 납입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적연금 상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연금불입액의 해지환급금이 상속인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연금계좌(연금저축, 개인형 IRP)가 일반 금융상품과 다른 점이 있는데, 배우자에 한해 승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상속인 기준의 소득세 정산 없이 배우자 명의의 연금계좌로 잔액을 그대로 이체할 수도 있는데, 배우자의 나이가 만 55세가 넘으면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는 어떨까? 연금수령시기(만 63세~65세)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하면 연금불입액이 국가에 귀속되는 될까? 그렇지는 않다. 반환일시금이나 유족연금 형태로 유족에게 돌려주는데 이는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연금수급요건 충족여부에 따라 정해져 있다.
망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거나 전체 가입대상 기간의 1/3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거나 사망 전 5년 중 3년 이상 납부 이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반환일시금”을 받게 된다. 반환일시금이란 60세 도달, 사망, 국적상실, 국외이주 사유로 더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없고 연금수급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급여로, 이는 금융상품의 해지환급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수급하기 전이라도 연금수급요건을 충족(10년이상 가입 등)했거나 수급을 시작한 후에 사망하면 국민연금은 유족연금의 형태로만 지급된다. 유족연금은 다음과 같이 정해진 순위에 따라 수급자가 정해진다.
1순위 배우자(사실혼 배우자 포함)
2순위 만 25세 미만 자녀
3순위 만 60세 이상 부모
4순위 손자녀/조부모
망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다르고(기본연금액의 40~60%), 수급순위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수령 기간도 달라지지만 어쨌거나 국민연금은 내다가 혹은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불입액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사적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받다 사망하면
사적연금도 일반적인 경우 불입액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앞서 연금계좌는 상속 뿐 아니라 배우자 승계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것은 ’배우자 상속특례’에 따른 것이다. 가입자가 연금을 받다 사망하면 승계해서 연금 형태로 받거나 남은 기간 할인율을 적용해서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는 보험회사의 연금보험(세제비적격 연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금보험은 연금수령 방식에 따라 종신형, 확정형으로 나뉘며, 확정형의 경우 예정된 기간까지의 연금액을 회수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망인이 피보험자로 되어있는 종신형의 경우이다. 생명보험사의 종신형 연금은 망인이 사망하면 보험기간이 종료되니 불입액이 남아있더라도 그것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리적인 해석에 따른 상식이다.
하지만, 요즘 연금보험의 종신형은 보증기간(10년 보증, 20년 보증, 80세 보증, 90세 보증 등)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증기간을 정했다는 것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더라도 그때까지의 연금은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불입액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불입액을 다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연금상품은 보증기간을 정하지 않은 종신형 연금뿐이다.
기대여명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보증기간을 정하지 않은 종신형 연금이 보증기간을 정한 그것보다 수령액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 선택지의 하나로 보증기간을 정하지 않은 종신형 연금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적연금 수령방식은 가입자가 정하는 것이므로 연금불입액을 확실히 회수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금 상품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은 노후 현금흐름 측면에서 가장 리스크가 적은 은퇴설계 방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강성민 영우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4년 초 30년 재직했던 KBS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대학원에서는 클래식을 공부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따 놓은 한 동안 장롱 면허 같았던 공인회계사 자격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은퇴와 연금에 관심이 많아 KBS 라디오 PD시절, 은퇴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연금 부자 습관>이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전파하는 것을 자신의 인생 2막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