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최철주 작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웰다잉'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최철주 작가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17-02-06


1970년 중앙일보 입사 후 36년 동안 근무하면서 경제부장, 일본총국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실장, 논설고문, 중앙방송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탐사보도론 강좌를 강의했다. 2005년 국립암센터가 주과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고위과정을 수료하고, 우리의 삶과 죽음을 관찰하면서 칼럼니스트 및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2008)', '이별서약, 떠날 때 울지 않는 사람들(2014)'이 있다.


 “이별 서약”이라는 책을 낸 최철주 선생은 웰다잉 강사다. 잘 죽는 걸 알아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최 선생의 지론이다. 이 책에는 죽음에 관련된 각종 풍경이 등장한다. 최 선생 자신의 딸과 아내를 떠나보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소설가 최인호와 같은 유명인의 마지막 모습, 호스피스 병동, 연명치료의 고통, 죽음교육에 나선 의사들 이야기, 권위주의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는 의료현장의 문제 등 다양하다. 현직 시절 중앙일보 신문기자였던 실력을 살려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글도 쓰면서 웰다잉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최 선생에게 잘 죽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웰다잉이란 문제에는 어떻게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까?


옛날 논설실장 할 때 보니 죽음이란 문제를 다룬 게 별로 없었어요. 아, 이게 좀 언밸런스구나 싶었죠. 그래서 그때 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의사를 찾아서 기고를 받으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막상 내 가족인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리고 그 슬픔이 독이 되어서 아내도 아파 하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걸 알려 주어야겠다, 그래서 쓴 책이 “해피 엔딩”이라는 책이에요. 그런데 해놓고 보니 그 책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이 책을 쓰게 된 거죠.

 

책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 책 쓰면서 아주 힘들었어요. 이게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인 게 아니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고통을 감당하면서 어떻게 풍족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걸 생각하면서 쓴 거거든요.

 

마음이 참 아프셨을 것 같아요.


아프죠. 아픈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눈물도 나고, 마음이 찡해서 질문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도 하면서 자꾸 익숙해지니까, 아 이런 게 삶인 걸. 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걸 삶이라고 생각하고, 그 바탕 위에서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는 것이 좋겠느냐 하는 걸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하다 보면 어느새 내 삶도 달라져요.

 

슬픔에 익숙해지는 건가요?


익숙해진다기보다는 그런 슬픔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삶의 퀄리티가 달라져요. 가령 내가 직장에 있든, 은퇴한 처지든 간에 내 삶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한마디로 웰다잉이란 게 뭡니까?


웰다잉이란 그 단어만 따져본다면 편안하게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준비를 한다는 것은 곧 웰빙과 이어져 있어요. 웰빙은 세속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잘 먹고, 잘사는 거지만 더 깊은 의미에서 보자면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사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웰빙 안에는 편하게 잘 죽는 것, 즉 웰다잉도 들어가 있어요. 웰다잉이 없으면 웰빙도 허물어져버리는 거죠.

 

가령 투병을 한다 치면, 최신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다 치료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어느 단계에 가면 현대의학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단계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그때는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거예요. 처리하지 못한 일도 다 처리하고,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죽음을 맞는 거예요. 아직 남아 있는 시간, 그게 어떤 사람은 한 달이고, 어떤 사람은 1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 시간에 가족과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추억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면서 의미 있게 정리하는 거예요. 그게 웰다잉이죠. 그런데 그 이전에 있는 모든 시간이 다 웰빙이잖아요. 그러니까 웰빙과 웰다잉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요. 분리된 게 아니에요.

 

사람들한테 웰다잉이라 그러면, 뭐? 잘 죽으라는 얘기야? 그러는데... 그래요. 원색적으로 얘기하면 그런 이야기인데, 아름답게 인생을 마감하는 그 자체가 바로 웰빙이라는 뜻이에요.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찌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걸 평화롭게 인정할 수 있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을 때에는 그때는 내 삶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걸 못하고 또 생명 연장을 위해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에 매달리면 결국 몸이 다 망가지고, 고통 속에 죽게 되는데 그건 인간의 모습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게 과연 최종 단계인지 판단이 참 어렵지 않습니까? 조금 더 치료하면 돌아올 수 있을까 미련도 남고...


그러니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죠. 의사가 말기입니다라고 하면 그건 회복 가능성이 없고, 사람에 따라서 1개월도 되고, 1년도 됩니다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뜻이거든요.  그걸 수용하고 남아 있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겠다.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바다 구경도 하고... 이렇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리해 나가면 그런 마음가짐이 의외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고, 새로운 활력소가 돼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또 새로운 수술 받고, 새로운 약 투약하고, 그러다 보면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몽롱해지고, 고통스러워서 짜증부리고... 그러면 또 가족이 피곤해지고, 간병은 누가 할 거냐, 치료비는 누가 댈 거냐, 갈등이 일어나고요.

 

집안이 엉망이 되는 거죠.


그렇죠. 그러니까 결론은 우선 환자가 똑똑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선 자기가 망가져요. 마지막에 의사가 몇 개월 안 남았습니다, 더 이상 할 방법이 없습니다고 하면, 그게 미심쩍을 수 있으니까, 딴 병원에 가서 다른 의사의 진단도 한 번 더 확인해 보고요. 그래도 역시 진단이 같다면 이제는 거기에 맞게 삶을 짜나가야죠. 자기 재산정리는 어떻게 하고, 물건은 어떻게 처리하고, 배우자와 자식 관계는 어떻게 정리하고, 이런 문제를 다 정리하고 자기 시간을 갖는 거죠.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의미 없는 치료에 매달리다 보면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죽고 나면 재산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까 자식 사이에, 부모와 자식 간에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는 걸 우리가 보잖아요. 그런데 이런 걸 자주 보면서도 미리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냐? 평소에 생각을 정리해두지 않았기 때문인 거죠. 그러니까 미리 그런 문제에 대한 훈련을 해두어야 한다는 거예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좀 똑똑해져야 되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 미리 정리를 해둔다는 게 쉽지가 않은 것이, 예를 들어 제 아버님도 상당히 연로하셔서 미리 그런 이야기를 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참 난감하거든요. 괜히 섭섭해 하실까봐 조심스럽고요.


그래요. 내가 책에도 썼지만 누구나 효도 시험대에 들게 되어 있어요. 사실 자식이 그런 이야기를 못하죠.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야기를 꺼내야 해요.


그런데 아버님이 그런 문제를 모르시는데요.


요즘 동이나 구청, 주민센터에서 하는 강의가 있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식탁이나 거실에 두어서 관심을 유도해 본다든지, 어머니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딸이 만만하니까 딸을 통하든지, 아니면 아버지 친구를 통하든지, 누군가 매개 역할을 하도록 해야죠. 아, 어제 TV를 봤더니 누가 돌아가셨는데 그 뒤에 분란이 일어나서 참 볼썽사납더라고 화제를 꺼낼 수도 있고요. 그렇게 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려야죠.
 

최철주 작가는 웰다잉 준비에 대한 결심이 섰다면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등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결심이 섰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인터넷에서 사전의료의향서로 검색하면 양식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민간단체가 있어요. 거기에서 양식을 받아서 작성해서 단체에 보내고 자기도 한 부 갖고 있으면 되죠. 그러다가 말기 판정을 받으면 의료진한테 제출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럼 의료진이 그 의향서를 다 아느냐?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이게 뭐냐고, 치료는 내가 한다고 하면서 무시하는 사람도 있어요.

 

선생님 책에도 그런 의사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러니까 아직 우리나라가 그렇게 초기 단계예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의사를 설득해야죠.

 

의향서가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는 모양이죠?


암환자의 경우에는 사전의료의향서에 따라서 환자의 의사가 분명할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법 조항이 있어요. 그러니까 환자의 뜻이 서류로 되어 있거나 가족들이 그것을 확인해 줄 때는 가능하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 따라서는 암환자가 아니라 다른 환자라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 법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어서 의사가 꺼리는 경우는 없습니까?


경우가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의사가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요. 둘째는 잘 알더라도, 법적인 분쟁이 생길 수 있는 아주 모호한 회색지대가 있어요. 예를 들어 환자가 사전에 인공호흡기를 달지 말라고 밝혔어도 애초에 어떻게 하다 보니 인공호흡기를 달고 병원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돼요. 그런 이유가 없이 호흡기를 떼면 의사가 살인죄가 되니까. 그러면 그런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그냥 중단하기가 어렵죠. 그리고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니까 의사가 적극적으로 치료 중단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어쨌든 의학이라는 것이 칼로 무 자르듯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바로 그런 분명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의료소송이 일어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의사들이 그런 핑계를 대기도 하죠. 모르니까 안 하고, 알고도 안 하는, 그런 복잡한 요인들이 섞여 있어요. 결국, 분명한 것은 환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거고 가족도 그걸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전의향서를 보면 연명치료 거부의 대표적인 예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를 들던데 인공호흡기는 그렇다 치고 심폐소생술은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뭔가요?


심폐소생술은 위급한 경우에는 누구나 받아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에는 득보다 실이 더 큰 거예요. 그게 환자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럽거든요. 환자가 비명을 지르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심장이나 폐에 이상 현상을 일으켜요. 그건 환자에게 거의 동물적인 고통을 주는 거예요. 가족이 옆에서 쳐다볼 수가 없어요. 심폐소생술의 목적이 뭐예요? 환자를 살리자는 거 아니예요? 그런데 환자가 살았다 해도 한 시간, 두 시간, 아니면 하루 이틀이에요. 그걸 위해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심폐소생술이 그렇게 큰 고통을 준다는 건 몰랐네요. 선생님도 의향서를 쓰셨나요?


오래전에 썼죠.

 

우리나라에서는 의향서를 쓰신 분이 얼마나 됩니까?


아까 말한 단체에 등록해 둔 분이 5천 명 정도? 의향서를 개인적으로만 갖고 있는 분은 통계가 없으니까 더 될지도 모르죠.

 

선생님이 직접 이런 문제에 대한 강연도 많이 하신다고요?


웰다잉 강사 대상 강의를 가끔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교수들이 요청이 있으면 강연도 하고 그래요.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알아보면 웰다잉 강의가 많아요. 구나 동에서 하는 것도 있고... 그러니까 알아봐서 부친도 들어보시라고 권유해 보세요.

 

그래야겠네요. 선생님 사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몇 년 되었는데 혼자 지내는 데는 좀 익숙해지셨나요?


많이 익숙해졌죠. 끼니 찾는 게 번거로워서 그렇지. 그런데 나는 아내가 죽기 몇 년 전에 요리학원을 석 달 동안 다니며 배운 적이 있어요. 그때 아내 계산으로는 앞으로 내가 해주는 요리도 좀 먹어보자는 심산이었는데 막상 아내가 먼저 가고나니 지금 내가 그때 배운 요리 실력을 잘 써먹고 있어요(웃음).

 

인생은 역시 반전 투성이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노후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인생 2막은 보기에 따라서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데, 내가 이 남은 인생을 유용하게 활용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시간이 짧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요. 생각해 보면 주변에는 반드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그걸 꼭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봉사도 좋고, 여행도 좋고요. 여행도 하다 보면 거기에서 느끼는 바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나무에 애착이 가서 나무 이름을 외우고, 그러다보니 길거리 나무를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할 수도 있어요. 요즘은 구청 홈페이지 같은 데 들어가면 할 일이 아주 많아요. 어딘가에 하나씩 할 일이 박혀 있어요. 그렇게 일을 찾아서 하다 보면 인생이 20년 남아 있어도 그게 10년처럼 짧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선생님 건강 조심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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