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하루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에 얼마나 가까웠는가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2026-07-22
중년의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건네왔다 <17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가 퇴근 후 독서하고 있다.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는 건 그가 절대 놓지 않는 삶의 규칙이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75/1784593079059.jpg)
-줄거리-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공중화장실 청소부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캔을 뽑아 마시고, 일을 마친 후에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 보이는 그의 삶에 어느 날 파문이 번지는데…
![히라야마는 가장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듯 일한다. 동료 다카시는 히라야마가 그토록 열심히 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75/1784593101434.jpg)

히라야마는 개인적으로 청소 도구를 직접 만들 정도로 일에 진심을 다합니다. 혹시라도 못 보고 지나친 물자국이라도 있을까 봐 거울로 화장실 구석구석을 들여다봅니다. 젊은 동료 다카시는 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청소일은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여기니까요. 아마 다카시는 근무 시간은 그저 흘려보내는 ‘인생의 부록’이었을 것입니다. 진짜 삶은 퇴근 후에 펼쳐지는 것이었겠죠.
히라야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도 따분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했습니다. 오늘과 어제의 하늘은 모양이 달랐고, 화장실 청소를 하며 만나는 사람도 달랐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물론 일을 끝낸 뒤의 시간도 충실하게 보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영혼을 다독이고, 새로운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삶을 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우리에게 여가시간은 중요합니다. 조직의 요구에 맞춰 내 의지를 제어해야 하는 노동 시간보다 나의 필요를 원하는 대로 채울 수 있는 휴식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하는 순간을 그저 버리는 시간으로 취급하면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버리는 시간으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일과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일은 단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죠.
![“정말 화장실 청소일을 해?” 히라야마에게 던진 동생의 질문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둘은 오랜 기간 교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동생은 히라야마의 삶을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75/1784593126249.jpg)

이 영화는 히라야마를 도시의 수도승처럼 묘사합니다. 언제나 동일한 때에 기상해 하늘의 변화를 관찰하고 잠들기 전에는 독서하는 그의 삶은 마음을 갈고 닦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을 모든 번뇌가 사라진 종교적 이상처럼 그리지는 않습니다.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산 속에 사는 승려가 아닌 ‘도시의 수도승’이기에 그렇습니다. 그의 삶에는 자꾸 남의 시선이 침입합니다. 화장실 청소 도중 만난 한 여성의 편견 어린 시선, 자신의 삶을 딱한 것으로 여기는 듯한 여동생의 말은 히라야마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는 사실 이 세상이 분절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세상이나 화장실 앞에서 만난 여성의 세계, 그리고 자기가 발 디딘 땅은 전부 나눠져 있다고 보죠. 그건 아마 히라야마가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삶’에 대한 정의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과 토끼가 생각하는 좋은 삶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굳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기 삶을 재단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외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오늘 나의 하루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에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점검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집을 나온 조카 니코가 히라야마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온다. 자식을 통제하는 엄마의 삶에 지친 듯한 니코는 히라야마의 하루를 따라가는 동안 쉼을 누린다. [제공=IMDb]](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common/namoeditor/binary/images/000275/1784593157799.jpg)

어느 날 조카 니코가 예고도 없이 히라야마를 찾아옵니다. 니코는 아마 자신을 통제하려는 듯한 엄마에게 지친 듯합니다. 그리고 세상 기준이 아닌 자기 기준에 맞춰 사는 삼촌의 하루를 따라갑니다. 편안함을 느끼죠. 삼촌과의 평온한 시간을 더 오래 가지고 싶었는지 당장 바다에 가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다음에 가자고 답합니다. 다음이 언제냐고 조카가 되묻자 히라야마가 말합니다.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어쩌면 니코는 급한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엄마는 삼촌의 삶을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이뤄진 삼촌과의 만남이 언제 또 이뤄질지 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영영 못 보게 될 사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죠. 하지만 히라야마는 선을 긋습니다. 다음에 하자고요. 다음이 언제가 되든 지금은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히라야마는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사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런 태도는 얼핏 오늘을 알차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일의 즐거움을 오늘 당겨 소진해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겠죠. 조급해하며 하루를 즐기는 것은 외려 오늘도 내일도 만끽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소음 속에서도 자기 중심을 지키는 히라야마의 자세가 관객에게 위로를 줍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위안은 히라야마의 흔들리는 내면까지 비춘다는 데 있습니다. 그토록 수도승처럼 사는데도 한 번씩 불쾌해지거나 눈물이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죠.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음악을 듣고 책을 읽습니다. 모든 것에 달관하는 경지에 우리는 평생 다다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저 좀 더 초연해지도록 스스로 훈련할 뿐이죠. 그러다 보면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퍼펙트 데이즈>을 볼 수 있는 OTT(7월 6일 기준):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박창영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일해 왔다. 매경닷컴에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를 리뷰하는 코너 '씨네프레소'를 연재하고 있으며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