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있으면 뭐 하나 호출을 못 하는데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스마트폰이 있으면 뭐 하나 호출을 못 하는데

글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2026-06-15

70대 이상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91%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 평균인 99%와 큰 차이가 없다. 통계에서는 디지털 격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70대의 디지털 정보 활용 수준은 100점 만점에 43.0점, 역량 수준은 36.9점에 머문다(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갖고 있다’와 ‘쓸 줄 안다’ 사이에 50점 가까운 거리가 있다. 이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모빌리티 서비스의 첫 동작, 바로 ‘호출’이다. 



호출 대행자 서비스의 부상


택시를 부르는 일은 한 번의 터치가 아니다. 출발지·목적지 입력, 결제카드 등록, 픽업 위치 미세 조정, 도착 확인, 네다섯 단계의 연쇄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고령자가 가장 배우고 싶어 한 교육 주제 1위는 ‘탑승 위치 설정법’이었다. 특정 플랫폼이 국내 호출 시장의 95%를 점유한 현실에서, 단일 인터페이스의 사용성 격차는 곧 이동권의 격차다. 이동의 평등은 차량이 아니라 호출 인터페이스에서 결정된다. 


미국의 해결책은 주목할만하다. 하나는 B2B 모델인 ‘우버 헬스(Uber Health)’다. 의료기관이 환자 대신 호출의 주체가 된다. 환자는 스마트폰 앱도 필요 없다. 병원 코디네이터가 웹 대시보드에서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환자에게 문자나 전화로 안내가 간다. 휠체어·도어 투 도어 보조 옵션, HIPAA 의료정보 호환, 수십 개 언어 지원으로 출범 후 연 300%씩 성장 중이다. 호출의 주체가 환자에서 의료기관으로 옮겨졌다. 


다른 하나는 B2C 모델 GoGoGrandparent다. 24시간 콜센터에 전화 한 통을 걸면 운영자가 우버나 리프트를 대신 호출한다. 가족이 결제카드와 자주 가는 주소를 미리 등록해두면 본인은 전화기만 들면 된다. 분당 0.27달러의 콘시어지 수수료, 정기 진료 예약, 식료품·약 배송까지 결합되어 있다. ‘호출 대행자’가 명시적 산업 카테고리로 자리잡은 사례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호출이라는 동작을 노년층에게서 떼어내,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구조를 산업화했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출발점, 그러나 다음 단계는?


한국에도 의미 있는 출발점이 있다. 티머니 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지역상생 통합 호출’ 택시다. 지역 콜택시의 전화 호출과 자사 온다택시의 앱 호출을 하나의 배차 시스템으로 묶어, 디지털 소외계층도 쉽게 이용가능하도록 전화와 앱 호출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다. 2022년 창원을 시작으로 춘천, 원주와 대전, 제주, 서산, 양주 등으로 확대되어 각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서울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완을 위한 ‘서울바우처콜’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전화 호출이 곧 디지털 포용’이라는 발상이 시장 단위에서 작동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는 여전히 공백이다. 의료기관이 환자 대신 호출하는 B2B 직결 모델이 없다. 가족이 결제·예약을 대행하는 보호자 등록 체계도 미흡하다. 비대면 진료·약배송·병원 동행과의 결합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한국형 호출 대행 인프라가 ‘지역 상생’과 ‘교통약자 복지’를 넘어 ‘노년 일반의 보편 서비스’로 격상되려면 별도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복지관이 이용자 대신 호출하는 행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의 교차점에서 명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결제와 인증, 픽업 위치 설정의 자동화와 가족 대리 등록의 법적 명문화다. 본인 확인의 엄격함이 가족 대행의 합법성을 가로막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도로보다 필요한 것


이동의 입구가 좁아진 시대에 은퇴자는 두 가지를 지불해야 한다. 호출을 학습하는 인지 및 시간비용 그리고 호출대행 서비스를 구매하는 금전 비용이다. 미국 사례를 토대로 할 때 월 5~10만 원대 항목이 노후 가계에 새로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이전에 없던 비용이다. 연금설계자가 이 항목을 미리 인식하는 일 자체가 곧 자산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고 차량이 저렴해지고 도로가 평탄해져도, 호출이라는 첫 단추가 잠겨 있으면 어떤 혁신도 노년에게 도달하지 않는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차량이 아니라 입구에서 결정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새 자동차도, 새 도로도 아니다. 새로운 ‘호출의 입구’다. 91%가 스마트폰을 가졌으면서도 호출하지 못하는 사회는, 디지털을 가진 사회가 아니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2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