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에서 시작된 황혼 로맨스, 자녀들은 반길까?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6-06-08
노인복지현장에서 예상보다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두 분이 요즘 함께 다니신다더라”, “새로 들어오신 분과 누가 가까워지신 것 같다”, “재혼 이야기가 나온다”와 같은 노년의 로맨스 이야기다. 노인주거복지시설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감정이 오가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랑’도 피어난다.

새로운 입주와 함께 시작되는 관계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면서 기존 입주자와 가까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께 식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반대로 시설 입주 전부터 교제하던 두 사람이 함께 처음부터 부부인 것처럼 입주하는 경우도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내거나 이혼 등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기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며, 하루를 공유하는 관계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노인은 ‘무성의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노년의 로맨스나 노인의 성(性)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해한다. 사회복지 전공 교재인 노인복지론을 살펴보아도 ‘노인의 성’ 대해서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는 노인을 ‘무성(無性)’의 존재처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방송에서 젊은 세대에게 노인의 연애와 성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징그러워요~노인되면 그런거 안하는거 아니에요?”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나이가 들어도 끝까지 누군가에게 설레고, 외로움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존재인 것 같다. 노년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여성’이며 ‘남성’이다. 이제는 노인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감정과 관계를 가진 존재로 존중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불안과 현실적인 우려
자녀들의 반응도 복잡하다. ‘부모님이 외로우셨을 텐데 좋은 분을 만나 다행이다’라고 받아 들이는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우려를 표하는 가족들도 적지 않다. “아버지 재산 때문에 접근하는 것 아니냐”, “어머니가 판단력이 흐려지신 것 같다”, “상속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으니 직원들이 둘 사이를 떼어놓도록 노력해 달라”, “주변에 남사스러워서 얘기 할 수가 없다” 등 다양한 우려를 실제로 이야기하는 가족들도 많다. 실버타운의 경우 고가의 입주보증금과 자산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자녀는 부모의 연애 자체보다 경제적 피해 가능성을 먼저 걱정하기도 한다. 실제로 금전 문제 등은 향후 가족 갈등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결국 시설은 가족의 우려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설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시설의 직원이나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고민은 깊다. 두 분의 로맨스를 진심으로 축하해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막는 방식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완전히 개인 문제로 방치하기에도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시설의 운영자 입장에서는 입주자의 관계와 자기결정권을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지, 가족의 우려와 당사자의 행복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 것인지, 공동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떤 중재 시스템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연애와 재혼, 동거 등에 대한 운영 원칙을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실제로 한 실버타운 원장님은 노년의 로맨스에 대해 “두 분이 행복하게 오래 잘 만나시길 바랄 뿐입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헤어짐이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 퇴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살아있는 삶의 공간
많은 사람들은 실버타운을 단순히 주거와 돌봄의 공간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노인의 감정과 관계, 외로움과 사랑까지 함께 존재한다. 실버타운은 단지 생의 마지막 거주지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또 하나의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도 노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년기에도 인간은 끝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보건복지학 박사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