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장년 여성들이 그녀의 조언에 열광하는 이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일본 중장년 여성들이 그녀의 조언에 열광하는 이유

글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2026-05-12

노후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먼저 돈부터 계산한다.

연금은 충분한가. 집은 있는가. 병원비는 감당할 수 있는가. 혼자 남게 되면 누가 돌봐줄 것인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 이런 불안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기대수명은 길어졌지만, 안심은 오히려 멀어졌다. 오래 사는 시대가 되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더 어려워졌다.


취재에 응하는 노하라 씨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불안을 정면으로 비틀어버리는 여성이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오바 기자(オバ記者)’라고 부른다.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노하라 히로코(野原広子)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일본 대표 여성 주간지에 오랫동안 글을 써왔다. 


녀의 글은 일본 중장년 여성들에게 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점잖은 조언을 하지 않는다. 체면도 없다. 실패를 숨기지도 않는다. 빚, 도박 중독, 외로움, 병, 늙어가는 몸, 돈 문제까지 삶의 민낯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꼭 웃음을 남긴다.


“그래도 인생, 꽤 괜찮다.”


독자들은 그녀의 글을 읽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돈도 많지 않고, 안정된 조직에 속한 것도 아니며, 가족에게 의지하며 사는 것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나이 들 수 있는지.

그녀의 대답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고, 그래서 더 강렬했다.


90세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원래 가난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노하라 씨는 자신을 “원래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다.


“가난한 사람은 두 종류가 있죠. 가난이 싫어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가난을 즐기는 사람.”


그녀는 자신이 후자에 가깝다고 했다. 돈을 많이 모아야 안심된다는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돈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결국 다 쓰게 돼요. 그렇다면 난 빨리 쓰고 싶어요.”


이 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돈을 바라보는 철학이다.

많은 사람은 돈을 불안을 막아주는 성벽처럼 여긴다. 그러나 그녀에게 돈은 오늘을 움직이는 연료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때문에 현재를 잃어버리면 삶은 공허해진다.


한국에서도 ‘노후자금 10억 원’ 같은 숫자가 중장년층을 압박한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얼마를 모을 것인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

돈은 목적지가 아니라 도구다.


활기차게 운동하는 모습



“병에 걸릴 수는 있어도 병자는 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병에 걸리는 사람과 병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예요.”


예를 들어 큰 병원에 전철을 타고 스스로 통원하는 사람은 환자일 수는 있어도 ‘병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질병을 삶 전체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초고령사회에서 이 관점은 중요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건강한 몸이 아니다. 몸의 기능을 유지하며, 가능한 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이다.


조금 아프다고 자신을 끝난 사람처럼 여기면 삶은 급격히 작아진다. 반대로 불편함이 있어도 움직이고, 배우고, 관계를 맺으면 인생은 계속 확장된다.


노하라 씨는 말했다.


“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노인이 되는 건 또 다른 얘기예요.”


나이는 숫자이지만, 무기력은 선택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장 작서에 몰두하는 노하라씨, 노하라씨가 쓴 다이어트 책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은 사람의 비밀


그녀는 인생의 대부분을 혼자 살아왔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가 느껴졌다.


“혼자 사는 거, 정말 좋아요. 어차피 사람은 같이 죽는 게 아니니까.”


차갑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있다.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결국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마지막 순간은 누구나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후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기술이 아니라, 혼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다.


그녀는 안전망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특정한 한 사람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신 세대와 영역을 넘나드는 느슨한 연결을 유지한다.

동년배끼리 불안만 나누기보다 젊은 세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낯선 관계를 만드는 태도다.


한국 역시 1인 가구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혼자 사는 노후는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국회의사당에서 안내 일을 하는 모습


조직이 아닌 ‘나 자신’을 엔진으로 사는 법


노하라 씨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프리랜서로 일했고,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쓴다.

국회의원 비서, 국회의사당 안내, 연예인 매니저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필요하면 몸을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했다.


“어떻게 돈을 벌지는 늘 생각하고 살아야죠.”


이 한 문장은 은퇴 이후 시대의 핵심 전략이다.

과거에는 회사가 개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구조였다. 지금은 다르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 되었다. 앞으로는 연금만으로 모든 삶을 책임지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스스로 소득을 만드는 힘이다. 거창한 창업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나누는 일, 지식을 가르치는 일, 시간과 손길을 제공하는 일, 작은 역할을 맡는 일도 모두 새로운 소득 구조가 될 수 있다.

노후의 경쟁력은 직함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자신에게서 나온다.


지역 자치회 강연 모습



실패와 흑역사도 자산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어두운 과거도 숨기지 않았다. 한때 20년 가까이 도박 중독으로 150만 엔의 빚을 졌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소비자금융을 드나들며 뒤를 돌아봤다는 고백도 했다.

대부분 사람이라면 감추고 싶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경험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통찰로 바꾸었다.


“멀쩡하게 번 돈은 멀쩡한 데 쓰이더라고요.”


짧지만 강한 문장이다.

많은 중장년층이 투자 실패, 사업 실패, 늦은 준비를 후회한다. 하지만 실패를 부정한다고 시간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후회가 아니라 재설계다.

무너졌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 세우는 법도 안다.


관광을 즐기는 노하라 씨



불안은 나쁜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이었다.


“불안? 그거 꽤 멋진 감정이에요.”


그녀는 이탈리아 볼로냐를 혼자 여행하던 중 밤이 되었는데 숙소가 없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관광안내소는 닫혔고, 어디서 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공포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흥분했다고 했다.


“자,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할까?”


불안을 위기가 아니라 자신을 시험할 기회로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그녀는 직접 발로 뛰어 숙소를 찾았다.


은퇴 후 삶도 비슷하다. 월급은 끊기고, 역할은 줄어들고, 몸은 예전 같지 않다. 당연히 불안하다.

그러나 그 불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누구로 살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누구와 연결되고, 어떻게 벌 것인가.

불안은 아직 내 삶이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다.


헬스장에서 운동에 열중



그녀에게는 ‘이상적인 노후’가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떤 노후를 꿈꾸십니까?”


그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별 의미 없는 질문이에요. 지금 열심히 살면 되죠. 근육을 키우고, 몸에 좋은 거 먹고.”


많은 사람은 언젠가 행복해질 미래를 설계한다. 그러나 그녀는 먼 미래의 환상보다 오늘의 체력, 오늘의 습관, 오늘의 일을 더 중요하게 본다.

미래는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은 통제할 수 있다.

이 단순한 진실이 가장 현실적인 노후 전략인지도 모른다.


자택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는 노하라 씨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노하라 히로코의 삶은 모범답안과 거리가 멀다. 안정된 직장도 없었고, 큰 재산도 없었으며, 실패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활력이 넘친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남의 기준으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보다 유연한 태도다.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은 중요하다. 그러나 완벽한 건강은 불가능하다.

가족은 소중하다. 그러나 가족만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는 없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움직이는 것은 생활력, 관계력, 회복력, 그리고 유머감각이다.

우리는 노후를 위해 자산을 준비한다. 


하지만 노후를 지탱하는 힘은 통장 잔고만이 아니다.

몸을 움직이는 힘, 다시 시작하는 용기, 사람과 연결되는 능력,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된다”고 웃을 수 있는 마음.

어쩌면 초고령사회 최고의 연금은 돈이 아니라, 바로 그런 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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