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통했다고 느낀 그 순간의 달콤함
글 : 이한나 / 요리전문가, 작가 2026-04-24
고양이 동영상을 자주 찾아보다 보니 알고리즘으로 접하게 된 ‘아몬드’라는 고양이의 인스타그램 계정(@almondandcashie). 요양원을 방문하며 특히 노인성 치매 환자들의 품에 안길 때 어르신들의 환해지는 표정과 전해지는 안정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기분이 들게 했지만 문득 그 이상의 순기능이 있겠다는 짐작을 하게 했다.
동물매개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AAT)라고 불리는 이런 종류의 작업은 <동물매개치료 입문> 저자 김옥진에 따르면 ‘살아있는 동물을 활용하여 사람 대상자의 치유 효과를 얻는 보완대체의학적 요법’으로 ‘자격을 갖춘 치료도우미동물을 활용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대상인 내담자의 심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돕는 것’이다.
아동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돕고, ADHD, 자폐, 발달장애, 우울증, 조현병, 약물 및 알코올 중독, 난독증 및 학습장애, 말기환자, 치매 등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 말, 토끼, 물고기, 새까지 치료도우미로 동원 되는 동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만지거나 안으면서 상대 동물을 느끼고, 교감 할 수 있는 개, 고양이, 말 등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동물매개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유대감을 올리는 옥시토신과 의욕을 돋게 하는 도파민, 평온함과 행복감을 주는 세라토닌의 행복 호르몬 분비 촉진 및 자발적인 활동 유도를 통해 신체적인 기능 회복을 도와주고, 심리적, 정서적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할 수 있다는데 있다.

사실 국내에서 동물을 가족적인 개념으로 ‘반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한때는 인간과 가깝게 지낸 개, 고양이, 말 등의 동물들이 밖에 묶여있는 집 지킴이, 농사, 사냥 등의 생업에 동원되는 일꾼, 심지어 식재료로 여겼던 기능적 자산, 또는 불길한 대상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인간 중심적 시선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혹은 가족으로서 대등하고, 상호존중의 관계라는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외국에서는 이미 83년부터 쓰기 시작한 ‘반려’라는 말을 90년대 초반부터 붙여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25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약 30%로 국민 10명당 3명꼴로 존재한다. 반려동물이 정서적으로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이제 정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한 개념 변화를 일찍 경험한 세대들이 기성 및 노년층이 되면서 동물을 매개로 하는 ‘건강문화’와 ‘치료’ 역시 효과적인 툴로 조금씩 활용되고 있고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나와 동반자적 관계이기 때문에 동물매개치료에서 치료라는 의미는 좀 더 생활친화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치료 대상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 10분간의 짧은 동물 접촉 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급격히 감소 되고, 노년 혹은 치매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밖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고립감과 우울감에도 도움이 되고, 동물을 통해 치료대상의 운동량과 근력 기능을 자극하거나 회복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도 있고 한다.
동물매개치료는 해답은 아니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치료대상자에게는 교감을 통해 ‘함께’ 이겨볼 의지를 갖게 하고, 또 긍정적인 결과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성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다만 살아있는 생명이 관련된 분야이다 보니 전문기관 혹은 동물매개 심리 상담사와 치료 도우미동물을 직접적으로 활동을 함께 하는 펫 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해당 전문가들을 훈련하고 교육시키는 전문기관이 많지는 않아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IMF가 몰고 온 다양한 사회적 불안으로 미술, 식물 등을 이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들 등장 속에서 대구 창파 복지관(현재 창파동물매개치료 연구센터)에서 처음 도입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은 꾸준히 발전해오면서 이제는 도, 시, 군, 구, 보건소, 대안학교 등에서도 여러 동물교감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민간 차원의 한국 반려동물 매개 치료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동물 친구 교실’ 혹은 지자체 협력 사업으로 구청이나 노인복지관 대상으로 한 치매예방 및 인지 재활 프로그램 등도 아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협회 홈페이지(wellnesspet.co.kr), 상단 ‘커뮤니티’ 탭을 클릭해서 확인하면 된다.

꼬장꼬장한 작가이자 노년을 앞두고 있는 장년 독거남 멜빈. 다양한 종류의 강박장애 때문에 이웃이든, 단골 식당이든, 길 가던 사람이든 특유의 까탈스러움과 짧고 굵은 직설화법으로 사람 기분 잡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어느 날 길에서 섭외한 청년을 모델로 섭외 했다가 그의 패거리에게 폭행, 강도 피해를 입은 화가 사이먼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그의 매니저인 프랭크는 사이먼의 반려견인 버델을 옆집 사는 멜빈에게 강제로 맡긴다. 혐오의 대상이었던 버델에 대한 마음이 점차 관심과 애정으로 바뀌면서 멜빈은 단골식당에서 매일 주문하는 아침 식사용 베이컨 몇 조각을 버델을 위해 준비한 비닐 백에 매번 챙기기에 이른다.
한편 단골 식당의 담당 웨이트리스인 캐롤이 그만뒀다는 소식에 집까지 굳이 찾아간 멜빈은 아들의 천식 간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출판사 대표의 남편이자 저명한 호흡기 내과 전문의를 가정방문 주치의로 붙여준다.
치료비 때문에 거의 파산을 한 사이먼은 자신이 게이란 사실과 어머니의 누드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아들을 내친 아버지에게 금전적 도움을 구하기 위해 돈 많은 부모를 찾아가야 한다는 프랭크의 설득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캐롤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던 차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멜빈은 절호의 기회다 싶어 사이먼을 직접 운전해서 데려가겠다고 설득했고, 휴식이 필요했던 캐롤마저 잘 구슬려 길을 떠나게 된다. 셋은 티격태격하는 가운데서도 결국 사이먼은 아버지와는 화해도 돈도 얻지 못했지만 새로운 예술적 영감과 희망을, 캐롤은 멜빈 덕분에 아들 치료에 대한 가능성과 활기를, 그리고 멜빈은 사이먼, 버델, 심지어 매니저인 프랭크까지 새로운 친구들과 캐롤의 마음까지 얻게 되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제임스 L. 브룩스가 연출한 97년작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멜빈 역의 잭 니콜슨과 캐롤 역의 헬렌 헌트에게 아카데미 남과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자 모든 면에서 당시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다.
멋진 연기, 훌륭한 연기자들의 앙상블, 원숭이 얼굴을 가진 개라는 닉네임을 가진 브뤼셀 그리폰 종인 버델의 사랑스러움, 뭐 하나 빠지는 곡 없는 사운드트랙과 지금까지 회자되는 멋진 대사, “당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까지.
직접적으로 동물매개치료와 관계는 없어도 어쩌면 이 영화는 해당 치료 그리고 모든 매개체를 활용한 치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미덕들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인 버델이 몰고온 멜빈의 ‘아이스 브레이킹’. 조금씩 버델과 교감한 멜빈은 무장해제되고 그를 위해 타인과 일부러 더 교감하고, 움직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사이먼은 캐롤과 멜빈과의 우정을 통해 힐링과 영감을 얻었고, 캐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미래에 한줄기의 빛과 살아갈 힘, 그리고 사랑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 동물, 예술은 교감과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의 ‘반려’가 되고 희망을 얻게 되는 것,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이자 모든 매개치료가 가진 목표가 아닐까 싶다. 강력 추천하는 영화.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같은 재료로 만들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과 만족감 나눌 수 있는 ‘반려요리’ 두 가지를 소개한다.


이한나 요리전문가, 작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다큐멘터리 연출자가 되기 위해 미국 뉴욕대에서 영화학을 공부하며 다큐 제작, 배급사에서 인턴쉽을 수행. 그 경험은 오히려 영화와 대중간의 소통 창구 역할이 적성에 더 맞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귀국 후 영화제, 기자, 영화진흥위원회 공무원, 한국영화 자막 및 시나리오 번역 작업 등의 업무들을 거치지만 또 한번의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우연한 제안으로 영화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밀양〉 등의 프로듀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마 마지막일 세 번째 방향 전환은 요리. 오래 품었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목포에서 서양 가정식 쿠킹 스튜디오로 출발, 2023년 서울의 ‘푸드 살롱’으로 재정비 한 ‘스프레드 17’. 살롱지기로 서양 가정식 원 테이블 밥집 운영하며 요리 과학서 <풍미의 법칙> 역서도 내고, 영화와 요리 관련 요리책 집필과, 쿠킹 클래스, 다양한 영화-요리 관련 팝업 등을 준비하며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