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축도 임대료도 아닌 연금이 노후생활비의 중심이 되어야 할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왜 저축도 임대료도 아닌 연금이 노후생활비의 중심이 되어야 할까?

글 : 조성환 /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영학 박사 2026-02-23

아침에 기사 검색을 하다가 한 줄의 숫자에 시선이 멈췄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4년에 35.9%로 2020년 약 40%에 비해 조금 개선되었지만, OECD 평균이 약 14%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회원국 가운데 매우 높은 노인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래 사는 사회가 되었지만, 오래 살수록 가난해질 위험도 함께 커졌다는 의미다. 


이 숫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른다. 


“60대, 70대의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당신의 예상 보다 오래 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약 83.7세이다. 은퇴 시점을 60세 전후로 가정하면 20년 이상을 근로소득 없이 살아가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현실은 83.7세보다 훨씬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83.7세는 어리거나 젊을 때 사망한 사람들을 포함한 기대 수명이므로 이미 40대 이상을 건강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90세, 100세까지도 살아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고민거리는 노후생활비이다. 길고 긴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노후생활비의 힘은 모아둔 자산의 총액이 아니라, 매달 끊기지 않고 들어오는 현금흐름의 안정성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노후자금을 저축, 투자자산, 임대료 수입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로 경제 활동기에는 이 방식들이 자산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 이후의 시간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먼저 저축이다. 


저축은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노후에서는 가장 빨리 불안을 키우는 방식이 되기 쉽다. 아주 큰 돈을 저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축은 돈을 쓰는 순간 자산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의료비와 생활비가 늘어날수록 인출 속 도는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대수명이 길어질수록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게 되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위험이 되는 이유다. 


다음은 투자자산이다. 


주식, 가상자산, 펀드, ETF 등은 장기적으로 물가를 이길 수 있는 수단 이다. 그러나 투자자산에는 반드시 변동성이 따른다. 현역 시절에는 손실을 견딜 시간이 있었지만, 노후에는 다르다. 생활비로 써야 할 돈이 시장 상황에 따라 줄어들거나 흔들리는 순간, 불안은 곧 삶의 질로 이어진다. 더구나, 젊은 시절에는 각종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하면서 순발력 있게 투자할 수 있겠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 가면 아무래도 투자가 어려워진다. 즉, 투자 자산은 노후의 생활비가 아니라, 여유 자금일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임대료 수입 역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노후 해법이다. 


매달 들어오는 월세는 연금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실 위험, 유지보수 비용, 세금 부담, 관리 스트레스가 항상 따라붙는다. 고령이 될수록 직접 관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임대료는 ‘자동 수입’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리와 책임이 필요한 사업소득에 가깝다. 


이처럼 저축, 투자자산, 임대료 수입은 모두 의미 있는 수단이지만, 노후의 생활비를 단독으로 책임지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이 방식들이 중심이 될수록 노후는 계산과 불안, 선택의 연속이 된다. 



연금에 주목해야 할 이유


이 지점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이 연금이다. 연금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매월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방법이다. 대표적인 연금이 국민연금인데, 2025년 9월 28일 발표한 ‘2025 KB골 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8.6%(복수응답)가 노후자금 조달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지목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약 40% 수준이다. 은퇴 전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수령액을 기준으로 보면 체감상 부족은 더 크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기초 안전망이지, 완결된 생활비는 아니다. 


이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바로 노인빈곤율 35.9%라는 숫자다. 국민연금 제도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경제활동을 했던 세대, 가입기간이 짧았던 세대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하나에 의존하는 노후가 왜 위험한지, 통계는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이 현실은 노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고령층의 인식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일을 하고 싶은 이유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약 60% 내외로 가장 높다. 자기실현이나 사회참여보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이는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기 때문에’ 일하는 노후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에 분명한 경종을 울린다. 제대로 된 노후소득이 준비되지 않으면, 은퇴 이후의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순간에도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후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다. 


따라서 해법은 분명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산 중심에서 현금흐름 중심으로


퇴직연금은 근로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노후의 평생 소득으로 바꾸는 장치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순간, 그 돈은 소비되거나 변동성에 노출된다. 반대로 연금으로 전환하는 순간, 퇴직금은 매달 들어오는 생활비가 된다. 세제 측면에서도 연금 수령이 훨씬 유리하다. 여기에 개인연금이 더해져야 한다. 개인연금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후 소득원이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활용하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연금의 본질은 세액공제나 단기 수익이 아니라, 시간과 복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속적인 현금흐름이다. 


국민연금이 바닥을 만들고, 퇴직연금이 기둥을 세우며, 개인연금이 지붕을 얹는 다층연금 구조가 갖춰질 때 노후는 비로소 예측 가능해진다. OECD 국가들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10% 안팎에 머무는 나라들은 대부분 이 연금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적연금의 활용이 충분하지 않아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저축, 투자자산, 임대료 수입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연금을 보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생활비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심은 언제나 끊기지 않는 소득이어야 한다. 


얼마를 모았느냐보다 어떻게, 얼마나 오래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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