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강하다, 중국 하이테크 미친 가성비의 비밀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싸고 강하다, 중국 하이테크 미친 가성비의 비밀은?

글 : 한우덕 / 중앙일보 차이나랩 2026-01-28

중국은 가성비의 나라다. 신발·옷·가구… 무엇이든 그들이 만들면 싸다. 그런데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중국이 만들면 AI도, 로봇도, 전기차도 서방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그들의 하이테크는 가성비로 무장하고 있다.



1년여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를 강타한 ‘딥시크 모멘트’ 역시 핵심은 성능보다 가격에 있었다. 성능은 미국 오픈AI의 챗GPT4와 견줄 만했지만, 개발비는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 논리가 지금 대부분의 하이테크 분야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로봇을 보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장에서 5000~6000달러(약 716만원~860만원)에 판매된다. 일반 소비자들도 인터넷 상점에서 살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성능의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은 2만~3만 달러(약 2867만원~4300만원)에 팔린다’고 추산하고 있다. 중국 로봇이 미국 동급 제품보다 75% 싸다는 얘기다. 


표준화가 잘 되어 있을수록 중국산 제품은 더 쌌다. 10㎏급 산업용 로봇팔의 경우 일본 화낙이라면 1만 달러에 팔릴 제품을 중국 기업들은 이보다 35% 저렴한 6500달러에 내놓는다.


필자가 광둥성 선전 취재에서 만난 자율주행업체 딥라우트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의 L4급 자율주행 모듈(솔루션) 하드웨어는 약 2000달러(약 286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도 3000달러 이하다. 웨이모·모빌아이 등 같은 성능의 미국 기업 제품가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하이테크 제품도 중국이 만들면 왜 가격이 싼지를 말이다.



첫째, 역시 인건비다.


중국의 노동자 인건비는 여전히 싸다.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전기료 역시 미국이나 유럽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이는 임가공 산업에 적용되는 얘기다. 하이테크 분야의 인건비 개념은 다른 데 있다. 고급 인력 몸값이 그것이다.

중국은 해마다 약 500만 명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가 쏟아져 나온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석사 출신의 3년 차 엔지니어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 테슬라에서는 22만 달러(약 3억2000만원)~30만 달러(4억3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같은 레벨이라면 선전 자율주행 업계에서는 40만 위안(약 8000만원)~65만 위안(1억3000만원)에 고용할 수 있다. 대략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이 그동안 추진한 이공계 중심의 교육 개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딥라우트의 직원은 약 1000명. 이 중 85%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이 회사 CFO 진레이는 “회사 핵심 R&D 인력 중에는 칭화대·홍콩대 등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인텔·구글·바이두에서 일했던 인재가 많다”며 “돈이 없어 인재 채용을 못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귀국하는 ‘하이구이(海龜.바다거북이)’가 급증하면서 고급 인재 풀도 넓어졌다.



둘째, 생태계다.


중국 선전에는 지금 거대한 ICT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는 말이 나온다. BYD가 있는 선전시 룽강(龍岡)구의 경우 전기차 제작을 위한 부품 90%를 1시간 이내 거리에서 조달할 수 있다. 펑톄쥔(馮鐵軍) 룽강구기업서비스센터 국장은 “완성차 메이커가 부품 설계를 의뢰하면 어지간한 제품은 룽강구에서 48시간 이내에 샘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D·물류 등의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딥라우트는 디지털 지도에 의존하지 않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의 선두 주자다. 이를 위해서는 카메라와 라이다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진레이 이사는 “베이징에서 시작한 딥라우트가 선전으로 본부를 이전 한 건 기술 기업과 함께 있기 위해서였다”며 “주변에 산재한 영상 기기 관련 회사를 통해 최고의 부품을 조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과 함께 부품을 개발하고, 주변 완성차 업체와도 협력한다. 딥라우트는 룽강 전기차 생태계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셋째, 규모의 경제(scale economy)다.


로봇·태양광·배터리 등 대부분의 하이테크 영역에서 중국은 세계 1, 2위의 제조 대국이다. 당연히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한다. 대량 생산을 하니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기차도 그렇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약 4000만 대, 이 중 1130만 대(약 34.6%)가 전기차다. 이들은 딥라우트의 잠재 고객이다. 이 회사 솔루션 단품 공급가는 1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메이커에 대량 공급하면서 비용을 300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진레이 이사는 “시작할 때부터 ‘3000달러 이하로 공급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그 원칙에 따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가혹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하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혁신 제품은 생산된다. 워낙 치열한 시장이기에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혁신의 한 과정이다. 시장 압력은 중국 하이테크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고, 대외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넷째, 정부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중국 정부의 하이테크 지원은 꾸준하고도 치밀하다. 정부 투자기금 등을 통한 직접 지원이 있는가 하면, 인허가 등을 활용한 간접 지원도 수두룩하다. 정부가 하이테크 기업의 초기 제품을 대거 사주는 빅 바이어(Big buyer) 역할도 한다. 기업으로서는 이 모든 게 비용 절감 요인이다.


중국 하이테크 제품은 그들 특유의 가성비로 무장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 아니면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가성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결책은 하나, 역시 기술이다. 성능으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으로는 그들의 하이테크 제품이 가진 가성비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최대한 폭을 줄여야 한다. 중국의 ‘하이테크 가성비’를 뜯어보고 분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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