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지도 않은 돈에 대해 상속세를 낼 수 있다?
글 : 강성민 / 영우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5-12-29
정부가 올해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상속세제 개편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류되며 사실상 무산됐다. 1950년 제정 이후 유지돼 온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 28년째 유지되는 공제 한도 상향 등이 논의됐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장기 과제로 남게 된 것이다.
필자는 사실 올해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상속세 인적공제 한도는 18억원 정도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마저도 빗나가 실망스러웠다. 홀로 남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사망하는 경우(상속세 인적공제한도 5억원)는 말할 것도 없고, 양친 중 한 분이 사망하는 경우에도 상속재산 10억원 이상이면 과세대상이 되니, 주택을 소유한 많은 사람들이 상속세 걱정을 해야 하는 현상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공제한도를 상향하는 것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것이 세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유산세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실무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함께 생각해보겠다.

종신보험을 남긴 40대 미혼남성의 경우를 보니
40대 미혼남성인 A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상속재산을 남겼다. A씨에게는 배우자가 없고 상속순위 1순위인 자녀도 2순위인 부모님도 없었으므로, 그의 누나가 단독상속인이 되었다. 그런데, 상속세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오래전에 가입한 종신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망시 지급되는 1억원의 보험금을 상속인인 누나가 받을 수는 없었다. 수익자로 지정되어 있는 사람은 어이없게도 B씨였기 때문이다. B씨는 A씨가 10여년 전에 1년정도 사귀던 여성이었는데, 두 사람이 헤어진 이후에 A씨가 종신보험의 수익자를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어서 그대로 수익자로 확정된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 보험금은 상속인이 받지 못하지만, 수유자에게 상속된 간주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 총 상속재산이 10억원 수준이라서 상속세는 9천만원 정도로 계산되었다.
그렇다면 이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는 누가 내야 할까? 전체 상속재산에서 보험금 1억원은 1/10을 차지하니 900만원 정도의 세금은 보험금을 받는 B씨가 부담해야 하지만, A씨의 가족은 B씨를 본 적도 없고 당연히 연락처도 모른다.
상속세는 연대납세의무가 있으므로, B씨가 내야할 상속세까지 A씨의 대표상속인인 누나가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사실 보험금 1억원이 없었다면 상속세는 2천만원이 덜 나왔을 것이다. A씨의 누나가 받지도 않은 보험금 때문에 더 부담한 상속세는 900만원이 아니라 2천만원이나 되는 것이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차이는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에 과세하느냐”와 “누가 세금을 내느냐”이다.
유산세(현행 우리나라 방식)는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유산 총액에 세율을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한 뒤, 그 산출세액을 상속인들 몫대로 나누는 구조이다.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수유자)별로 실제 취득한 상속재산가액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상속인 1명당 “나에게 들어온 몫”만 상속세를 내면 된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전체 유산을 한 덩어리로 보고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등 대부분의 공제를 전체 유산 기준으로 한 번만 적용한다. 그 결과가 상속인에게 배분되는 구조라서 상속인이 한명이거나 여러명이거나 상관없이 상속재산 규모가 커지면 상속세율 고율구간에 진입해 세금이 급격히 증가한다.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1인당 취득분이 작아져 낮은 세율구간에 각각 머무르게 된다.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이 무상으로 취득한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보는 소득세적 관점에 가까워, 상속인 개인 간 공평과 세부담 수용성을 강조하는 논의에서 자주 언급된다.

이혼한 계모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에도 상속세 부과돼
실무에서 직접 만난 사례를 아니지만, 유산세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판례(서울고등법원2012누12992, 2012. 9. 26)가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세부사항은 필자가 각색해서 소개하겠다.
전처소생 자녀를 여럿 둔 사업가 A씨는 B씨와 재혼했고, 사망하기 2년전 B씨에게 7억원을 증여했다. 증여세 산출에 있어서 배우자공제는 6억원까지 가능하므로 증여세 과세표준은 1억원이 되어 B씨는 증여세로 1000만원을 납부했다. 증여를 받은 이듬해 B씨는 A씨와 이혼했고, 다시 1년이 지난 후 A씨가 20억원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A씨가 사망할 당시 B씨는 더이상 A씨의 상속인이 아니었지만,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전 것까지 총상속재산에 포함된다. A씨 자녀들 입장에서 볼 때 이혼한 계모가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까지 합산해 상속세를 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상속재산은 20억원, 과세표준은 15억원으로, 내야할 상속세는 3.9억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의 총상속재산은 본래의 상속재산 20억원에 B씨 수증재산 7억원이 합쳐저 총 27억원이 된다. 과세표준은 22억원으로 그대로 상속세 산출세액을 계산하면 7.2억원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 사전증여가 있으면 그 때 낸 세금을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해 주는데, 이 경우 기납부세액이 1.5억원 적용되어 상속세 결정세액은 5.7억원이 된다.
즉, 이혼한 계모가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 때문에 A씨의 자녀들은 상속세를 1.8억원 더 내야하는 것이다. 이혼한 계모를 사실혼 배우자로 치환하면 이와 유사한 사례는 실무에서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소송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재산을 받은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한다는 과세체계의 대전제가 부정되는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상속세 개편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성민 영우회계법인 회계사, 前 KBS 라디오PD
2024년 초 30년 재직했던 KBS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대학원에서는 클래식을 공부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따 놓은 한 동안 장롱 면허 같았던 공인회계사 자격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은퇴와 연금에 관심이 많아 KBS 라디오 PD시절, 은퇴 팟캐스트를 제작했고, <연금 부자 습관>이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전파하는 것을 자신의 인생 2막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