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후를 위협하는 '조용한 손실'은 무엇?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내 노후를 위협하는 '조용한 손실'은 무엇?

글 : 조성환 /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경영학 박사 2025-12-29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필자가 태어날 때는 남자는 58.7세, 여자는 65.6세였는데, 2023년 기준으로는 남자 80.6세, 여자는 86.4세라고 한다. 기대수명의 상승속도는 가파른 데 반해 우리의 노후자산 준비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대부분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방치형 투자”에 머물고 있다. 연말정산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만 납입하고, 계좌 안의 자산은 대부분 예금에 묶어두며, 정작 연금자산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예금 금리가 체감 물가상승률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금리의 예금에 머물러 있는 연금계좌는 매년 실질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겉으로만 이자가 쌓이는 것처럼 느껴질 뿐, 실제로는 ‘조용한 손실’이 쌓여 노후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자산 형성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연금을 많이 받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바로 ① 많이 불입하거나, ②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이 둘 다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가상승률 vs 연금계좌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4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약 2.32%이다. 최근 몇 년을 봐도 2022년 3.78%, 2023년 3.59%의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국민이 은퇴 이후 활용해야 할 자산의 ‘실질가치’가 연간 2~4%씩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거나 그에 못 비치는 수준이다.  2024년 11월에 발표된 한국퇴직연금개발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07%로 나타났다. 이는 개발원이 집계한 물가상승률(2.20%)과 거의 동일하거나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으로, 실질 수익률이 ‘0% 내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하게 계산해 보자. 


연금계좌가 연 2.0% 수익을 내고 물가가 연 2.5% 상승한다면, 실질가치는 연간 약 –0.5%씩 줄어든다. 30년간 누적되면 실질가치가 약 -15% 수준(연간 -0.5% × 30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즉, ‘절세 목적으로만 납입하고 예금 중심으로 운용하는 전략’으로는 풍족한 노후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금 불입액도, 수익률도 충분치 않다


퇴직연금·IRP·연금저축 계좌의 자산규모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납입액 대비 기대할 만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 전체 자산은 약 431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그런데, 증가폭 대부분은 납입액(기업·근로자) 증가에 기인하며, 실제 투자수익이 자산 증가에 기여한 비중은 낮았다. 즉, 납입 자체가 증가했음에도 ‘운용수익률’을 통한 자산 증식은 제한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좀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많은 가입자가 ‘연말정산을 위한 최소 납입액(연금저축 600만원, IRP 포함 시 900만원)’을 맞추는 데 안주하고 있으며, 그것도 연말에 몰아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장기 복리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노후자산’이 아니라 ‘절세상품’이라는 관점에 머물러 있어 정작 은퇴자금이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풍족한 연금을 위한 세 가지 원칙


첫째, 연금납입을 ‘최소 금액’이 아닌 ‘목표 금액’으로 설정해야 한다.


연금계좌(연금저축, IRP)의 연간 납입한도는 연간 1,800만원임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되는 사람마저도 대부분 연간 900만원의 세액공제 한도만 맞추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절세는 부수적 혜택일 뿐, 노후자산 준비의 본질은 아니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 국민연금 수령 예상액, 은퇴 시점 등을 고려해 매년 얼마를 불입해야 하는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목표 기반 불입 전략’이야말로 노후준비의 출발점이다. 빠듯한 급여로 생활비 충당하기도 어렵겠지만, 소비를 조절해서 추가납입할 수 있다면 노후준비를 위해 납입금을 늘려야 한다.


둘째, 예금 중심에서 벗어나 장기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20~30년 뒤 사용할 돈이다. 이런 초장기 자금을 단기 금리에 묶어두는 것은 물가에 실질가치를 내어주는 행동과 같다. 국내외 주식, 채권, 글로벌 ETF, TDF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한 장기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과거 데이터에 의하면 단기 변동성은 있어도 장기 수익률은 예금을 압도한다.


셋째, 최소 연 1~2회는 반드시 계좌를 점검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익률, 상품 구성, 수수료, 시장 환경 등을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리밸런싱을 진행하는 습관이 장기수익률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결론이다. 연금계좌는 ‘방치하면 녹아내리고, 관리하면 자란다’. 절세만 바라보고 적립하고, 예금위주로 운용하고, 방치하고 있는 연금계좌는 물가상승과 낮은 수익률에 의해 조용히 실질가치를 잃어버린다. 절세가 목적이 아니라 노후를 위한 자산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 당장 연금계좌를 열어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목표만큼 불입 하고 있는가?” 

“포트폴리오가 장기에 적합한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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