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전 같이읽기 ⑮] '단순함이 시장을 이긴다' 마법공식으로 본 장기투자의 원칙
글 : 숙향 2025-11-10

투자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치를 따져보고,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면 된다.
제목 그대로 주식투자자가 주식시장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작지만 큰 지혜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가 ‘마법공식(Magic Formula)’’이라고 이름 붙인 투자법은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 두 가지 지표를 더해 기업의 순위를 매겨서 가장 낮은 순위에 들어가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는 단순하지만 매우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책은 1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시작으로 ‘마법공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신뢰성 및 실행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극복 방법까지 순차적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의 아이들(당시 중2, 초등 6학년)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저자가 의도한 대로 쉽게 읽힙니다. 책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마법공식의 기본 원리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으로 구입한다면 영리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우량한 기업은 자본수익률이 높은 기업, 매력적인 가격은 낮은 주가수익률로 정의합니다. 즉 이 두 가지 기준을 결합해 순위를 매긴 뒤, 가장 낮은 합산 순위를 가진 주식 20~30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매년 리벨런싱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면 시장을 몇 배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마법공식입니다.

마법공식의 마법같은 수익률
상장 주식을 높은 자본수익률(고ROE)과 낮은 이익수익률(저PER)을 더해 순위를 매긴 다음 낮은 순위 30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매년 한 번 리벨런싱하는 방식으로 17년(1988~2004년) 동안 운용한 결과, 연 평균 30.8%(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은 12.3%)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자본수익률
수익을 창출한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기업이 지불한 금액에 비해 많이 버는 기업
산출 방법: 세전영업이익(EBIT) / 투입유형자본(순운전자본 + 순고정자산)
이익수익률
지불해야 하는 가격에 비해서 많이 버는 기업
산출 방법: 세전영업이익(EBIT) / 기업가치(EB)
* 기업가치(EV) = 주식시가총액 + 순이자부담부채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 두 수치에 대해 저자는 책 말미에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산출이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 가지 수치를 쉽게 산출하는 사이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이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고ROE + 저PER을 더해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유효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법공식의 성격
장기적으로 평가할 때 매우 성공적인 투자법이지만, 몇 년 연속(3년은 넘지 않음)으로 시장에 뒤질 때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꾸준히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법공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식이 성공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투자기간을 장기적으로 가져간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책에서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믿어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다행히 (검증한) 17년 중 어떤 기간으로 보더라도 3년 내에는 시장을 이기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Mr. Market(시장)
흔히 조울증 환자와 비교되는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감정에 따라 주가를 매기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치에 비해 싼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마법공식의 기본 원리로, 이 방식은 현재 시장에서 잘못 매겨진 가격은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적정 가격을 매겨줄 것이라는 가정/믿음이 있어야 하는데요.
헐값으로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하면 (대부분) 2~3년 내 Mr. Market이 적정가로 보답해 주는데, 그 근거는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1. 투자 분야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은 똑똑한 사람들 중 일부가 이 주식을 대량 매수하게 되고 따라서 가격은 적정가 가까이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2. 자사 주식이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면, 그 기업 경영진은, 좋은 투자 기회로 판단하고, 개인 또는 회사 보유 자금을 이용해서 자사 주식의 일부를 되살 수 있습니다.
3. 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다른 회사 또는 대형 투자회사가 발행 주식을 모두 매수해 기업 전체를 살 수 있고 때로는 회사 전체를 살 사람이 나타날 가능성만으로도 주가는 적정가 쪽으로 상승합니다.
주식투자자의 기본 마음 가짐 혹은 주식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자세
- 제가 지향하는 투자자의 자세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1. 당신은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장기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앞으로 적어도 3~5년 정도, 아니면 더 오랫동안 이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2. 당신은 투자에서 가능한 한 많이 벌고 싶지만, 그렇다고 불합리하게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
3. 당신은 장기적으로 볼 때 높은 투자 수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주식시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주식시장에 대부분의 돈을 투자하려고 한다.
시장을 능가하는 간단한 투자법은 꽤 오랫동안 세상에 알려져 있었고 수많은 연구에서 가치지향(value-oriented) 전략들이 장기적인 투자에서 시장을 이긴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저PBR, 저PER, 저PCR(현금흐름비율), 저PSR, 저PDR 등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법은 장기적으로 모두 시장을 이긴다는 것을 많은 대가들이 과거 통계를 이용해서 증명해 보였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두 대가와 그들의 저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 분은 데이비드 드레먼으로 [역발상 투자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ies in 2011]라는 명저를, 다른 한 분은 제레미 시겔로 [투자의 미래 The Future for Investors in 2015],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Stocks for the Long Run in 2014]라는 명저를 통해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법은 시장을 크게 이긴다는 역사적 사실을 명확하게 풀어 보여줍니다.
평가
이 책은 경험이 적은 투자자에게 투자의 기본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야마구치 요헤이가 쓴, [현명한 초보 투자자 The Smart Investor in 2005]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이에 더해 매우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투자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자신의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 원리를 쉽게 설명한 다음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투자 지표 2개로 시장을 이기는 투자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단순한 투자법을 믿고, 인내심을 갖고서 지켜나가는 데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숙향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투자 일기>,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주식투자 이야기>의 저자. 40년간 직장인 투자자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재야의 고수'로 불리기도 했다. 중소기업 임원직을 거쳐, 현재는 전업투자를 통해 투자 수익과 배당금으로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