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20년 맞이한 일본, 어떤 실버산업이 뜨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초고령 사회 20년 맞이한 일본, 어떤 실버산업이 뜨나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5-10-31



일본은 초고령 사회 20년이 지나며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 


개호(간병∙노인 돌봄)가 많이 필요한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급증하고, 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젊은 인력이 부족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을 일본에선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제1차 베이비붐(1947~1949년) 시기에 태어난 단카이세대 모두 후기 고령자가 되면서 일어나는 각종 이슈를 지칭한다.


올해 후기 고령자는 2,124만 명을 기록해 전기 고령자(65세~74세. 1,495만 명)보다 훨씬 많다. 80세 이상도 1,289만 명(10.4%)에 달한다. 


도쿄 및 수도권에서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을 운영하는 ‘긴모쿠세이(銀木犀)’의 후모토 신이치로 우라야스점 소장은 “지방 소재 고령자 거주시설은 입주 희망자가 많아도 간병 인력이 부족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도입 확대와 시설 IT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초고령 사회 20년을 맞은 일본 실버산업의 최신 트렌드 2가지를 소개한다.



#1 개방형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인기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잃어버린 30년’ 기간에도 노인간병시장은 지속 성장했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시니어리빙, 주야간보호센터, 방문 요양∙간호∙목욕, 복지용품 대여 등 간병시장은 지난 2000년 3조6000억 엔에서 2023년 11조5000억 엔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일본 공적 개호보험의 총 비용 기준) 


소득과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십 종에 달하는 고령자 주거 시설 중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이 특히 가파른 성장세다. 그 가운데 지역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늘린 ‘긴모쿠세이’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모쿠세이는 입주자들의 자유 의지와 인격을 존중하는 ‘고령자 주택’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설 인근 주민들과 다양한 교류 활동을 하는 지역 개방형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은 ‘자기 집’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상주 간호사로부터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주 시설이다.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긴모쿠세이' 입구


고령자 자유 의지 존중하는 긴모쿠세이, 직접 방문해보니  


10월 초 방문한 도쿄 인근 지바현 우라야스 시에 있는 긴모쿠세이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열려있었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고령자 주택의 입구는 예쁜 정원으로 꾸며졌고, 담도 대문도 없다. 우라야스점은 1인용 40실, 2인용 2실 등 총 42실 규모다. 주택에 입주할 때 보증금이 없으며, 월 사용료는 1인실 26~28만 엔, 2인실은 44만 엔(세금 포함) 수준이다. 


우라야스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른쪽 안쪽에 조그만 과자 매장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막대 사탕과 과자가 잔뜩 진열돼 있다. 어릴 때 초등학교 인근에서 보던 정겨운 구멍가게 모습이다. 현재 운영 중인 10여 개의 모든 긴모쿠세이에 내부에는 과자 매장이 있다.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긴모쿠세이' 내부 과장 매장



후모토 소장은 “초∙중교 하교 시간이 되면, 많은 아이들이 떼를 지어 가게로 몰려온다” 며 “아이들은 구입한 과자를 들고 머뭇거림 없이 시설 안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주택 1층 공유 공간에서 놀이터처럼 시끄럽게 뛰어놀고, 입주 중인 고령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관리 책임자인 후모토 소장에게 거주 시설의 운영 방침을 들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침대에서 담배를 피운 입주자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침대에서 딸과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담배를 피우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 노인은 평소 “죽기 전까지 즐기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몸 상태로 보면, 병원에 입원해야 했으나 금연 및 외출 금지가 싫어서 긴모쿠세이를 자신의 마지막 거처로 선택했다.   


긴모쿠세이에는 치매 노인들도 몇 명 있지만, 이들도 외부 출입이 완전히 자유롭다. 그렇다고 혼자 내보내는 건 아니다. 직원들이 외출하는 입주자들의 뒤를 멀리서 따라가며 안전 상황을 지켜본다. 


대부분 치매 노인들은 주택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 모르는 장소에 이르면 가던 길을 멈춘다. 그럴 때 다가가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면 대부분 순순히 응한다.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자기답게’ 살다가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입주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준다는 게 ‘긴모쿠세이’의 기본 철학이다. 


주택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노인들의 인권과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고령자 주택이 우리나라에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제8회 개호 복지 EXPO


#2 AI 활용한 ‘스마트 간병’ 대중화 시대


10월1일부터 3일까지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제8회 개호∙복지 EXPO도쿄’ 전시장 곳곳에는 인공지능(AI) 제품 안내 표지판이 경쟁적으로 내걸렸다. 


노인 간병, 노화 예방 및 치료, 고령자 건강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IT 신제품을 만났다. 개호경비센서, 청소∙ 운반 로봇부터 간병 현장을 지원하는 스마트 돌봄 제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개호∙복지 EXPO 도쿄’는 간병 및 노인 복지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박람회다. 


개호 사업, 장애인 복지 시설, 재활 사업, 방문 간호 등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개호 용품 및 기기, 개호 ICT, 디지털 전환(DX), 경비 서비스, 인력 관리, 방문 간호, 장애인 지원 서비스 업체들이 참가했다. 눈에 띄는 신제품을 소개한다.


디바이스언리미티드(Devices unlimited)는 ‘개호경비시스템 RX-5’를 선보였다. 고령자들이 침대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조짐이나 조명의 변화, 룸에서 발생하는 소리, 입∙출입 등을 고성능 센서로 실시간 체크하는 제품이다. 


입주자들에게 안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사고 조짐’를 미리 발견해서 낙상 등의 리스크를 방지한다. 고령자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입주자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는 게 목적이다.


옴론이 개발한 서비스 로봇 ‘트리토스(Tritoss)’는 안내, 경비, 청소용 복합 로봇이다. 로봇 혼자서 청소, 경비, 시설 안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스마트 직원’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 연결을 통해 로봇의 업부 수행 현황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관리실에서 원격 조작과 이력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고령자들이 누운 상태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안전 경비 시스템이 가동되는 ‘스마트 개호 침대’도 주목을 받았다. 야간이나 직원이 없을 때도 센서가 입주자들의 상태를 상시 체크하고, 침대를 벗어날 때는 관리 직원에게 즉각 통보한다. 고령자의 심박수, 혈중 산소의 변화를 24시간 모니터링해 사고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기여하는 제품도 나왔다. 

 


AI카메라, 고령자 시설 경비 시스템 바꿔


엘레콤(ELECOM)은 AI카메라로 시설의 경비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AIX 경비솔루션’을 선보였다. 간병 현장에서 ‘인력 부족’과 ‘경비 효율’를 크게 높인 신제품이다. 


이 제품은 AI 화상을 분석해서 입주자들의 행동과 사고 조짐을 체크한다. 클라우드 녹화에 따른 원격 감시를 통해 입주자들의 안전을 지켜준다. 야간 순회 및 정기 점검 때 필요한 인력을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류재광 간다외국어대 교수(한일 고령화 비교연구 전공)는 2026년 실버산업 트렌드와 관련, “올해 단카이세대가 모두 후기 고령자에 진입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간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간병 인력 부족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것” 이라며 “다양한 간병산업 영역에서 AI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활용과 관련해선,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호 정보기반’이 내년에 도입돼 간병업계의 디지털화가 본격화할 것” 이라면서 “복지용품, 간병 로봇, 각종 센서, 시설 내 간병 기록 등에 AI 접목이 확대돼 실버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8회 개호 복지 EXPO를 방문한 필자 모습 


고령자 인식 전환하고, 간병 인력 확충 나서야


한국은 내년에 초고령 사회 2년차를 맞지만,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부족으로 문을 닫는 고령자 거주시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가성비 좋은 고령자 주택과 요양원도 크게 부족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들이 ‘요양원’과 ‘실버타운’의 개설을 반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령자 시설은 혐오나 기피 시설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커뮤니티 내에서 함께 살아가는 ‘필수 시설’이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간병 인력 확보를 위한 AI 활용과 외국인 인력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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