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DC 중에서 나에게 유리한 제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글 : 김현욱 / 미래에셋증권 상무 2025-10-22

퇴직연금제도에는 DB, DC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회사는 DB만 시행하고, 어떤 회사는 DC만 시행하고, 어떤 회사는 DB, DC 두 제도를 모두 시행합니다. 2023.12.31일 기준 근로자 100인 이상 규모 사업장 기준으로 DB(25%), DC(36%), DB&DC(39%)로 DB, DC 두 제도를 모두 시행하고 있는 회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DB제도만 시행하는 회사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DB제도, DC제도를 모두 시행하고 있는 회사의 신입사원은 대부분 DB제도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본인에게 유리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무량 증가, 근로자 판단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제도 선택권을 주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명확하게 DB가 근로자에게 유리한 회사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지 업무량을 이유로 그렇게 하고 있다면 해당 회사의 근로자들은 중요한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많은 근로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내용이 있는데, 막연하게 임금이 매년 증가하고, 근속연수도 증가하니까 DB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DC에서도 근속연수 증가 효과가 있고, 임금 인상 효과도 있는데 말입니다.
어떤 제도가 나에게 더 유리할 지는 개개인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임금정책, 승진 체계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근로자 개개인 입장에서의 “장래 임금상승률”과 “DC 예상 수익률” 입니다. 두 가지 모두 “장래” 기간에 대한 “평균” 값을 예상해야 하는데, 회사 또는 퇴직연금사업자 등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념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 두 값을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장래 기간은 이론적으로는 임금피크제가 있다면 피크 시점까지, 임금피크제가 없다면 정년 또는 예상 퇴직 시점까지의 기간으로 해야 합니다. 다만, 기간이 너무 길 경우 많은 가정을 해야 해서 어렵습니다. 좀 더 짧은 기간을 고려한다면, 정답은 없지만 승진체계가 없다면 2~3년, 승진체계가 있다면 다음 직급 승진 시기까지의 기간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일 듯 합니다.

장래 임금상승률이 DC 예상 수익률 보다 더 크면 DB가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DC가 유리합니다. 비슷하다면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보수적인 성향이면 DB를, 적극적인 성향이면 DC를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근로자들에게 본인의 장래 임금상승률과 DC 예상 수익률 중에서 어떤 값이 예측하기 더 힘든가를 물어보면 거의 모두가 DC 예상 수익률이 판단하기 더 어렵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DC 예상 수익률 보다 장래 임금상승률이 판단하기 더 어렵습니다.

“장래 임금상승률”은 말 그대로 지금부터 본인이 설정한 시점까지의 승진으로 인한 임금상승을 포함한 장래 임금상승률의 평균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착각하기 쉬운 개념은 “인상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승률(%)”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인상액은 커지지만, 상승률은 낮아집니다.
임금상승률에는 “기본인상률”, “호봉상승률(호봉제의 경우)”, “승진인상률”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인상률”은Base-Up이라고 하는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최소 인상률 정도의 개념이고, “호봉상승률”은 호봉표 내에서 근속연차가 1년 증가함에 따라 인상되는 비율입니다. “승진인상률”은 승진에 따라 승진 전 임금 대비 승진 후 처음 적용 받는 임금으로 인상된 비율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값이 큰 “승진인상률” 입니다. 회사의 승진으로 인한 인상률이 평균값을 상당히 상승시키는 수준이라면, 그 회사의 근로자는 DB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인상률은 장래 값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과거 몇 년치 값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값이 장래에도 동일하다는 가정인데, 본인의 판단에 따라서 장래 회사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α%, 반대의 경우 -β% 값으로 조정해서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호봉제에서 호봉상승률은 호봉표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값에 비하면 예측하기가 매우 수월합니다.

“DC 예상 수익률”은 지금 시점에 DC제도를 선택한 후 본인 스스로 적립금 운용을 통하여 장래 기준 시점까지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DC 예상 수익률은 오히려 판단하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투자 경험과 성향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본인이 펀드, ETF와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 했었는지를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펀드, ETF 투자 경험이 없거나, 예금 같은 상품에만 투자한 경험이 있다면,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수준으로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A회사의 가입자가 장래 임금상승률을 2.5%로, B회사의 가입자가 장래 임금상승률을 4.5%로 예상하고, DC에서 제공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금리를 3.0%로 가정해보겠습니다.
A회사 가입자의 경우 DB를 선택하면 퇴직금이 매년 2.5%씩 커지는 반면, DC를 선택하면 안전한원리금보장으로만 굴리더라도 매년 3%씩 키울 수 있으므로 이 가입자는 DC 선택이 유리합니다.
B회사 가입자의 경우에는 본인의 DC 예상 수익률이 4.5% 이상일 경우에만 DC 선택이 유리하고,임금상승률 보다 낮다면 DB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김현욱 미래에셋증권 상무
퇴직보험 및 퇴직연금 분야에서 27년간 몸담아온 전문가로, 퇴직연금제도의 설계부터 사무처리, 시스템 개발, 마케팅, 영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깊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퇴직연금 컨설팅과 자문은 물론, 실제 퇴직연금 사무처리 시스템(RK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며 제도 운영의 디테일을 직접 다뤄왔다. 연금계리전문인력과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 실무작업반과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정' 실무작업반에서 활동하며 제도 기반 마련에도 기여했다. 금융투자교육원의 자문위원 및 강사로도 활동하고, 각종 포럼 세미나 심포지움에 참여 하면서 퇴직연금 관련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을 널리 전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