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꾸준한 적립식 투자의 효과, 진짜인지 검증해봤습니다
글 : 이규성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매니저 2025-05-13
시장 상황이 들쑥날쑥 할 때, 연금투자자는 고민에 빠진다. 주식 차트를 열어보면 빨간불보다 파란불이 더 많고, 연금 계좌의 평가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한다. 매달 꼬박꼬박 투자하는 나의 돈이 과연 잘 투자되고 있는 건지, 불안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해오던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지금, 멈춰야 할까? 아니면 믿고 계속 가야 할까?’
변동성의 대응책, 적립식 투자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단순하다. “정기적으로 동일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주가가 비쌀 땐 덜 사고, 쌀 땐 더 산다. 이렇게 쌓인 자산은 장기적으로 복리의 힘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시점을 분산시킴으로써 타이밍 실패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타이밍에 내 돈을 올인하기보다, 일정하게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게다가 매달 정기적으로 소액을 투자하면 심리적 부담도 줄어든다. 한꺼번에 큰 금액을 넣는 거치식 투자보다 적립식 투자는 심리적 완충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숫자로 확인한 적립식의 힘
직관과 이론이 아닌, 숫자가 주는 설득력은 강하다. 투자와연금센터는 실제 데이터를 통해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자본수익률과 배당수익률 데이터를 월단위로 정리한 후, 이 기간 중 시작할 수 있는 모든 구간(총 329개)에 대해 각 축적된 자산 크기를 살펴보았다.
시뮬레이션 조건은 단순하다. 매달 100만 원씩 S&P500 ETF에 10년간 투자하는 것. 그 결과, 평균 2억 3천만 원의 자산이 모였다. 총 납입금액이 1억 2천만 원이므로, 연평균 수익률은 약 12.4%. 연금 계좌로 이 정도 성과면 상당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매달 100만 원씩 예금으로 적립한 경우, 평균 자산은 1억 6천만 원. 수익률은 약 5.3%에 그쳤다. 투자와 적금과의 차이는 7천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복리와 버팀이 만들어내는 위력이다.
기간을 더 확장하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S&P500에 꾸준히 투자했다면 6억 1천만 원, 예금은 3억 9천만 원이었다. 20년이란 시간은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상쇄하고 복리를 증폭시키는 가장 확실한 변수였다.
흔들림을 이겨낸 자만이 누릴 수 있다
물론 적립식 투자라고 해서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급락장에서는 당연히 평가금액이 줄어든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확인한 것은 10년간 적립식 투자로 손실을 본 경우는 없었지만, 적립식 투자가 적금을 항상 이긴 것은 아니였다. 10년 투자 시 적금을 이긴 확률은 67%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립식 투자기간을 늘릴수록 적립식 투자가 적금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상승하였다. 투자기간이 20년이면 적립식 투자가 적금을 한 경우보다 84%확률로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혼란스러울 때, 그 속에서도 꾸준히 나아가는 이들에게만 복리는 그 힘을 보여준다. 연금계좌를 통해 노후자금을 쌓는 투자자라면, 시장의 휘청이더라도 멈추지 않고 적립식 투자를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불안함은 미래의 자산이 된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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